남이섬에 도착하자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나무 위에
국화 화분을 화살처럼 배열하여
그 화살표 방향으로 나가니
남이섬 편액이 있는 문앞에
하트 모양으로 국화 하분을 만들어 놓아
그곳을 방문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누군가 날 사랑한다는 뜻을 표현하면
기분이 좋다.
남이섬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편액이 써진 문을 통과하자
좌측에는 돌기둥에서 물이 흘러 나오고
오른 쪽에는 작은 샵이 있고
그 사이로 정원이 보였다.
이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정 중앙을 통과하는 길 오른쪽 해안도로
왼쪽 해안도로
이 세갈래 길에서 나는 일단 정 중앙 길을 택하여 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을 좌측 해안도로로 삼았는데
위의 사진이 돌아 오면서 만난 길이다.
중앙길을 통과 하는 중에
작은 호수가 있었다.
그곳에 붉은 억새 꽃이 피어있어
그냥 지나치려다 한 장 찍었다.
그곳엔 구름다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그 다릴 걸어 보며
사진도 찍고 있었지만
중앙로 큰 길에 소나무가 날 유혹하여
그곳에 시선을 오래 두지 않고 금새 진행했다.
섬의 중앙 부근 좌측에 잔디광장이 있다.
이 잔디광장과 중앙로 사이로 철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미니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해안도로 쪽의 잔디광장을 지나다
급하게 미니기차를 찍었는데
나무 사이로 가려져
잘 찍히지 않았다.
기차가 지나간 철길을 찍어 봤다.
해안도로를 빙 둘러 걸어도 5킬로미터
그 중앙길을 달리는 기차는
총 연장이 얼마나 될까
아무래도 2킬로를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섬 안에서 잠시 타보는 미니기차
섬의 나무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과는
뭔지 모르게 다를 것 같았다.
놀이 동산에서 타는 기차
그것은 추억의 열차요
돔심으로 돌아가는 추억여행 같은 것이리라
잔디광장과 해안도로 사이에 작은 방가로가 있다
제법 운치있어 보이지만
사용한지 오래된 것인지
시설이 모두 낡아 있었다.
보수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없어 방치한 것 같았다.
그 위에 낙엽이 뒹굴자
오래된 고성에 온듯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은행과 알밤이 떨어져
그것을 찾는 즐거움을 잠시 누려봤다.
해안도로에는 이런 자전거가 많이 다녔다.
섬의 한 중앙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데
30분에 얼마씩 받는 것 같았고
시간이 초과 되면 더 받았다.
대여소 옆에 매점도 있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었다.
나는 육개장 라면을 하나 사서
도자기 공방이 보이는 탁자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이것이 이날 점심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이번이 5 번째다.
첫 라면은 삼양 루드라면으로
시골에 살적에 서울에서 형이 사온 것이었다.
두 번째는 전주 기숙사에서
열병으로 고생을 하는데
나를 아껴주던 여학생이 끓여준 것이다.
세 번째는 눈을 다쳐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
절대 안정을 요하여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할 때
옆 병석의 환자가 간호원 몰래 끓인 것
네 번째는 전남 황룡강가에서
호남국토건설국 통신사로 근무할 때
신 김치를 넣어 끓였던 야식라면이었다.
남이섬 안내서를 보면
갈대 숲이 있다고 되어 있다.
바로 그길인듯 싶다.
하지만 갈대는 극히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억새가 있었다.
물억새였다.
중앙 부근의 억센 붉은 억새가 아니라
하늘하늘 물과 같은 억새
나는 이 억새를 은억새라 부른다.
내가 맨 먼저 부르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얀 색이라
누군가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억새를 대청호에서 맨 처음 본 뒤
안양천에서도 자주 보게 되었다.
이런 소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우렁차고 싱싱한 기운이
마치 기가 충만한 생명체를 보는 듯해서다.
이런 소나무 잎을 따다
솔차를 만든다면
그 향기가 무척 강할 것이라 생각된다
물의 기와 대지의 기를 잔뜩 담고 있어
솔잎도 크고 강하게 보이고
싱싱한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내가 힘이 솟는다.
도꼬마리다.
심장에 좋은 약재로 알고 있다.
안양천에 참 많은 풀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풀을 보니 참 반가웠다.
그 옆에 공작초도 같이 있어
이런 들풀이 내가 평소에 자주 대하던 것들이라
마치 타국에서 고향을 본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알고 보면 다 내 나라 땅이라
이런 풀이 자라는 것은 당연함에도
집에서 100킬로 쯤 떠나 왔다는 것이
이런 풀까지도 반가운 대상이 되었다.
이곳은 오리 배를 대여 하는 곳이었다.
발로 자전거를 타듯 하며 진행하는 것 같았다.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노를 젓는 배도 있어
잠시 타고 싶었으나 참았다.
전주 덕진 연못에서
노 젓는 배를 타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결국 그것이 터져서
한 참이나 쓰라렸던 기억이 나서다.
이런 노젓는 배를 맨 처음 탄 곳은
남원 광한루였다.
처음엔 기우뚱 하더니
이내 중심을 잡고
잘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전주 덕진 연못인데
그 이후로 타본 기억이 없다.
섬을 일주하고 선착장을 향해 가는 길이다.
이 길로 네바퀴 자전거 전동세발 자전거 이인용 자전거가
참 많이도 다녔다.
멀리 가을 하늘이 맑고
구름이 조금 떠다니는 것이 보여
하늘 가는 길인양 생각되었다.
어떤 모습으로 사진에 나타날까 생각하고 찍어 보니
뭔가 생각하게 하는 인생길 같다.
Evergreen - Susan Jacks
주일에 다녀 왔습니다.
삼십 년만에 갔습니다.
너무 달라져서 처음 간 곳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