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가 아팠다. 대학사회 화두중 하나인 '학생회붕괴'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매일 아침 이뤄지는 유뉴스 기자들의 편집회의 시간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학생회 살리기 방안' 이었다.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회의는 계속됐지만 분석과 전망에 대한 담론만 무성할 뿐 구체적 기획은 제출되지 않았다. 일주일 넘도록 지속됐던 기자들의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가장 단순한 진리인 '백문이 불여 일견'.
늘 그렇듯 무성한 토론과 논의의 결론은 '발로뛰고 직접 보고 느끼자' 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뉴스에서는 과 학생회의 모든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유뉴스 독자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유뉴스에서는 1996년 전국 최고의 모범 과 학생회로 대학가에 화제가 됐던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학생회를 취재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02년 전남대 국문과를 5년전 전국 최고의 '모범 과 학생회'로 다시 복원시키기위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교정을 누비고 다니는 과학생회 일꾼, 그들의 희노애락을 담기로 했다.
전남대 국문과의 2002년을 1996년과 함께 보여주기 위해 당시 국문과 과회장이었던 강위원(한총련 5기 의장, 31세)씨로 부터 1996년 당시 '과회장 회고록'을 함께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과학생회를 살리자'라는 큰 주제 아래 2개의 작은 기획기사 - '2002년 전대 국문과 24시' 와 '강위원의 과학생회 이야기' -가 연재된다.
전남대학교 국문과 학생회를 이야기하자면 잠짓 97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재와는 분명 상황이 달랐던 5년전 97년의 국문과 과학생회는 말 그대로 '유명한 학생회'였다. 25명의 집행부들이 각 학년별로 그리고 6개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학내 집회가 열리면 몇백명씩이 한꺼번에 참여하던 학생회, 250여명의 대다수 학생들이 참여해 한총련 모범과로 지정되기도 했던곳이다.
당시 전대 국문과회장 출신으로 한총련 의장을 역임했던 강위원씨은 "당시 과학생회 사업에 동참하지 않는 학생들이 없었을 정도"였다면서 "현재는 괜찮은 일꾼들은 많으나 사업에서 아직 날림공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새롭게 1년의 사업을 준비하는 국문과 학생회 간부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으며 방중 사업을 마무리 짓고 학생들 앞에서 설 때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난 몇 년간의 과학생회 사업을 보면 학생들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솔직히 '미국반대' 등의 정치적 활동에 대다수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이런 주제의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좀더 가깝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 -백계현(전남대학교 국문과 3학년)
백군의 말대로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속에서 학생들의 유력한 자치기구로 인정받아오던 학생회가 학생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현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국문과 학생회를 살펴보면 사실 몇 년간의 침체 속에서 제대로 과학생회 사업의 정형조차 남아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졸업한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재미나게 이야기해주던 전체 과학우 80∼90%가 참여했던 모꼬지 이야기나, 졸업여행, 수학여행도 사라져가고 등록금 문제 등으로 다같이 분개해서 떨쳐(?) 일어섰던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 이야기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6개나 되던 과소모임이나 학회는 언제 그랬냐 싶고, 예전에 우리과에 이런 학회가 있었다더라 하는 소문만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국어국문과 학생회에 9명의 일꾼들이 겨울 찬 바람에도 땀을 흘리며 뛰어나니고 있다. 잘하지는 못해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던 전남대학교 국문과 학생회장 임주영 양과, 9명의 간부들이 바로 그들이다.
구수한 사투리가 일품인 임주영 회장,
귀염둥이로 통하는 과학생회 대들보 최명희 부회장,
넉넉한 모습 그리고 후배 사랑의 일인자 장연분홍 양,
노동자 형님들을 내게 맡겨라 정다영 양,
내 앞에서 미모와 재정을 논하지 말라 김화진 양,
사랑스런 막둥이 김유진 양,
모자를 멋스럽게 푹 눌러쓰고 맡겨진 일은 척척해내는 김의장 군,
'누가 내 맘을 알리요' 속 깊은 국문과 미남 홍기훈 군.
웃는 모습이 아주 예쁜 정유라 양.
이들은 방학이 시작하자 방중 활동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국문과 학생회 간부들이 자리잡는(업무및 역할 파악)것과 학생회 사업의 질서와 체계 세우는 것(업무분담, 역할 조정, 의사결정과정)을 당장의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한 주간 계획도 이미 세웠다. 매주 월요일 운영회의를 기본으로 학생회 사업을 잘 하기 위한 다양한 세미나 등의 교양시간을 잡아두었다.
매주 수요일마다는 좋은 강사를 불러 강연을 듣고, 목요일은 과 연구회(학회)장님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시간을, 금요일에는 새내기들끼리 모여 남북이 같이 만드는 잡지 '민족21'을 다같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단다. 지난 12월에는 학생회실에 소파가 없어서 '소파 줍기행사'를 진행했고, 과학생회실 대청소및 환경미화까지 진행했다.
과 전체 인원인 250명 모두의 학생회로 거듭나기 위위한 이들의 '희망찬 포부'는 이렇게 출발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