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러 학회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은 주제 발표를 제외한 분과별 발표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주제가 바로 매체 관련 발표라는 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이용한 한국어교육을 비롯하여 광고,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발표가 늘 있어 왔고 실제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의 교육 현장에서도 필수 자료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매체'라는 도구이다. 아마 이러한 다매체 사용의 열기를 반영하려는 듯,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는 '멀티미디어와 한국어교육'이었다.
그러나 처음 학술대회 일정표를 받아 보았을 때 주제 관련 발표가 '영화' 쪽에 한정되었으며 멀티미디어 주제에 맞추어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발표가 생각 외로 많지 않다는 점에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제1분과의 'EBS '지식채널 e'를 활용한 고급반 토론 수업 방안'이나 한국외대의 'K-TAS' 수업 개발 사례 등이 흥미로웠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오후 늦게까지 참석할 수 없어 발표지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맨 처음의 주제 특강을 마치고 주제 토론은 현 매체를 활용한 한국어교육의 현황과 방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세 토론자가 인터넷 사이트, 방송, 영화나 드라마로 나누어 그 현황을 논의하였다.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실제 한국어교육을 하고자 하는 비영어권 해외 동포나 다문화 가정의 학습자들의 경우 사이트의 존재가 무실하다는 점에서 문제성에 공감하였다. 또한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의 컴퓨터 문식력(리터러시)이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상별로 사이트 구성을 달리 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 지적되었는데, 이는 수익 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방송의 경우, 비록 한국어 학습자들을 주요 시청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된다는 점, 시청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 '방송'과 '교육'의 중간점을 찾는 일이 한국어교육 방송 제작의 가장 어려운 사안이었다. 해결책의 일환으로 실제 학습자들을 패널 형식으로 프로그램 안에 구성하여 시청자가 함께 학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다른 EBS 프로그램에서 그와 같이 구성하고 있는 중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나와 비슷한 수준의 학습자들이 함께 배우는 모습에서 그들의 문제점을 보며 나의 문제점을 예상하고 자신감을 얻었으며 방송에 장시간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배우는 한국어는 각 기관별로 활용도가 높다고 예상하였으나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표자가 이를 교재에 반영한 사례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토론자가 소속되어 있는 경희대의 '영화 활용 정규과정'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현황 보고를 하였다. 그러나 교육 기관 전체의 활용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규모 면에서 어려웠다 하더라도 대표 기관을 선발하여 인터뷰나 설문을 통해 그 실례를 보이는 것이 정확한 영화․드라마 사용 현황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의 교재 현황에서 언급된 것은 '오세암(영화)', '신입사원(드라마', 'only you(드라마)'로 배우는 한국어 3가지였는데, 교재로 출판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것들이 과연 활용되었는가는 분명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가 교재 구성의 전제로 사용될 만큼 한국어교육에서 활용 가능성과 가치가 크다는 점은 다시금 강조된 셈이다. 그리고 경희대에서 고급의 경우 1주일에 한 번 영화를 이용한 정규 수업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으며 그 구성 방식에 대한 소개가 아쉬웠다.
오전의 이러한 각 매체들의 활용을 실제 수업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오후의 1, 2, 3분과 개인 발표였다. 그 가운데 한선(2008)의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 생활 문화 교육"은 다매체 활용의 실례를 선보인 대표적인 발표였는데,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생활 문화 교육' 측면 분류를 시도하였다. 한국어 교사의 입장에서 이는 분명 많은 도움을 줄 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하나 다양한 문화 방식을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영화가 어떠한 기준으로 그와 같이 분류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신뢰도가 다소 떨어져 보였다. 한 예로 '어린 신부'가 현대 결혼식에 분류되었는데 실제 영화를 보면 할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고등학생인 손녀에게 결혼을 종용한다는 점 등에서 과연 현대 결혼 문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물론 결혼식 장면만을 잘라서 쓰는 방안도 있겠으나 그렇다 해도 굳이 무리한 설정의 약점이 있는 이 영화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논문에서 비중 있는 연구로 소개된 것이 '타 매체와 연계한 생활 문화 교수-학습 방안'이다. 예를 들어 만화, 영화, 드라마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식객'을 활용하여 수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식객'과 같이 한국의 특정 문화를 잘 반영하면서도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 작품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식객'을 이용한 다매체 수업이라면 차라리 한 수업 방식의 소개였다는 점에서 공감하겠으나 타 매체 연계 수업 방식의 한 예로 '식객'을 선보인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멀티미디어는 그 주제의 함의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매체-예를 들어 영화-로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업 모형의 형태가 무궁무진하다. 또한 멀티미디어의 수용을 이용한 수업뿐 아니라 학습자들이 멀티미디어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수업 효과도 크다고 본다. 기술을 다루는 능력은 이제 한국어 교사에게 또 다른 필수 조건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현 젊은 학습자들이 요구를 반영하고 변인을 고려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번 학회는 분명 그러한 현실을 잠시 환기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으나 나로 하여금 평면적 수업 방식에 대한 재고와 반성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