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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시위라고 해봤자 통행료를 동전으로 내는 건데 어떻게 보면 참 소박한 시위랄 수 있겠다. 시위 참석자보다 경찰 동원이 항상 많은 걸 보면 공항고속도로 마비의 중대성을 인지한 정부가 이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경찰력으로 시위만 막는다고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국가의 관문인 공항 연결도로를 민자사업으로 결정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걸 이젠 웬만한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 됐다.
당시 국고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곤 하지만 하루에 차 몇 대도 다니지 않는 지방에 국도를 뻥뻥 뚫어 놓고, 인구 몇 백명도 살지 않는 섬에 정부 예산으로 다리를 놓고, 어선도 몇 척 없는 곳에 어항을 짓고, 수 천 억원을 들인 항만에 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국고가 없었단 얘기는 진짜 변명으로 들린다. 우선순위에서 타 지역에 밀렸다고 말한다면, 이 또한 공항의 중요성을 망각한 것이다. 부산 광안리 앞 바다는 아름다운 광안대교가 가로지르고 있다.
중앙정부는 광안대교 건설에 50% 가까운 예산을 지원했다. 그래서 광안대교 통행료는 몇 백원에 불과하다. 부산의 북항대교, 명지대교 건설도 중앙정부가 지원을 한다. 진도대교, 돌산대교 등 수많은 연륙교들은 전부 국고로 건설돼 통행료가 없다.
그런데 영종대교만 민자로 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신공항을 지으면서 연결 고속도로를 건설한다. 대체로 이용료는 무료이거나 1-2달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또한 여러 나라의 공항을 이용해 봤지만 민자로 건설하고 민간 기업보고 도로를 운영하라고 하는 공항은 보지 못한 것 같다.
국민들이 7천원이 넘는 이용료를 내는 데도 공항고속도로 주식회사는 적자가 난다고 매년 1천억원 이상씩을 정부로부터 받아 간다.
도대체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지금 와서 최초 공사비 산정이 잘못됐다느니 운영수입 보장비율이 너무 높았다느니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때 결정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에 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7천원도 넘는 공항고속도로 이용료를 지금처럼 놔두고 매년 정기적으로 인상하는 게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방책은 없을까.
영종대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 있다.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시책이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을 연결하는 기초적인 기반시설의 이용료가 이처럼 비싸다면 그 경제자유구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생각으론 지금이라도 중앙정부가 공항고속도로 지분의 반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예산이 없다면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지분을 사서 통행료를 낮춰줘야 한다.
정부는 BTL, BLT 사업의 경우 우선 건설을 해 놓고 예산에서 매년 리스료를 확보해 갚아 나가고 있다.
그런 유사한 개념을 원용해서라도 인천공항 통행료는 낮춰줘야 한다.
그게 지금이라도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모순을 해결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영종도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 직원들도 결국 중앙정부가 결자해지 측면에서 지분을 사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유섭 한국해운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