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의 반전 (2)
운명의 반전
2012년 11월 14일
1. 금가격 변동
나는 2편 “금값의 비밀” 에서 금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과 관계없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당신은 내게 금값을 올리고 내리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고 싶겠지. 금값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금이란 금속의 가치는 불변이라고 했지? 퍼런스가 바뀌었단 말이다. 우리가 금값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체는 단위크기의 금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한다. 즉, 금값이 오른다는 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고 반대로 금값이 하락한다는 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파라미터를 LBMA 몇 명이 담합하면 움직일 수 있다니.
2. 금가격 담합
이 대목에서 개미들은 이렇게 반문하겠지? 에이 설마 담합을 할까? 만약 이런 의심을 한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여지 것 권력 근처에 가본 적이 없는 개미임에 분명하다. 내가 보기엔, 소수 멤버들 간의 형식적인 경매에 의해 결정하는 현재의 금 가격 결정방식은 내가 아는 한 최고의 담합-프렌드리 구조다.
내가 “힉스-리보 이론”에서 다룬 게 바로 리보 금리 담합 사건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 사건의 뿌리를 건드릴 수 없고, 그저 바클레이만 때리고 마무리 지을 수 밖에서 없었다. 왜? 바클레이 빼고는 나머지 멤버는 영국기업이 아니거든. 금 시세 담합도 마찬가지다. 아니 이건 훨씬 더 건드리기 어렵다. 시티 오브 런던은 글로벌 금융계의 바티칸이니까.
3. 금값의 예측
자, 여러분도 시장 수급과 전혀 관계없는 금값의 결정 구조를 이해했을 테니, 금값의 향방을 예측하기 위해 경제 이론 따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리라.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가 붕괴되면 금값은 하늘을 찌를 것인가? 아니면 폭락할 것인가? 금값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 번째는 글로벌 권력 구조, 또는 권력 서열이라고 해도 좋겠다. 여기에는 표면적 순위와 실질적 순위가 있다. 이곳에서 이 거대한 담론을 다 옮길 수 는 없고, 그냥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쭈욱 달리고 있다는 정도만 기억하자. 두 번째는 역사적 팩트들이다. 과거에 금융위기와 금값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4. IMF위기
여러분이 가장 알기 쉽게 한국과 연관된 IMF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먼저 당신에게 물어보자. “대한민국의 어떻게 IMF위기를 불과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을까?” 상당수의 대한민국은 다음과 대답할 것이다. “마침 그때는 미국의 경제가 호황이었고, 때마침 많은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빠르게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말이 틀렸냐구? 천만에 맞다.
외환위기란 나라에 외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위기이므로 외환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와서 해결이 되었다. 그럼 뭐가 문제냐? 미국이 도대체 언제부터 호황이었냐가 중요하다.
5. 운명의 반전
미국이 언제부터 남의 나라 도와줄 만큼 경제가 호황이었는지 내가 말해주겠다. 정확히 1998년 8월 17이다. 러시아가 부도를 선언한 날이거든. 러시아가 부도를 선언한 순간, 전 세계의 채권시장은 붕괴했고 모든 자본은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 이런 채권시장의 초토화는 연말까지 4달 이상 지속되었고, 미국은 갑자기 부자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금융기관이 부자가 된 거지.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노벨상 수상자들이 만들어 채권투자 했다가 수십억 불의 돈을 날리게 된 LTCM를 월가의 은행들이 1/n로 도와주는 보기 힘든 선행까지 베푼다.
6. 미국의 호황
여러분의 부모들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집에 있던 금 (아마도 당신의 돌 반지도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220톤을 모으고 있던 바로 그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이 대목에서 2편의 금가락지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자.
“...96년 9월 국제 금값은 온스당 370불이었다. 그것이 IFM가 한창인 99년 9월 250불까지 하락했다. 반 토막까지는 아니지만 30% 하락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의 발발 이후 금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말은 글로벌위기의 상황에서 달러가 점점 더 강해졌다는 말이 된다. 금융이란 돈은 굴려야지, 갖고 있으면 아무 소용없다.
7. 쇼핑천국
강해진 달러를 들고 쇼핑 (을 빙자한 기업사냥)에 나선 미국기업들은 한국 뿐이 아니라 외환위기로 무너진 아시아의 경제를 집어삼킨다. 그 대장이 바로 그 유명한 칼라일이며, 외환은행을 잡아먹은 론스타도 그 부대원이었다. 솔직히 그들이 쇼핑을 한 건지 점령을 한 건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직도 글로벌경제가 붕괴되면 금값이 하늘로 치솟고, 달러가 휴지조각이 된다고 믿고 있는가? 미국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반납한다고?
뭐 그럴 수 있겠지. 생각은 자유니까. 하지만 적어도 역사적으로 그런 상황은 발생한 적이 없으며, 나는 앞으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어떤 정치적 동기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동기는 존재한다. 돈 뭉텅이로 집어주고 쇼핑하라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