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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산다고 말은 하지만, 때로 실수 때문에 웃을 수도 있지만, 캄보디아 여행에서의 큰 실수는 나에게 안타까움만 남겼지 뭐예요.
우선 작은 실수. 첫 날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었어요.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얼른 씻고 짐 정리를 했지요. 친구 남편이 지칠 때 먹으라고 쵸콜릿을 보내주었다지 뭐예요. 자상하기도 해라~ ^^ 친구가 냉장고에 초콜릿을 넣었어요. 날씨가 더우니 녹지 말라고. 그리고 밤에 일정이 있어서 나갔다가 쇼를 보고 와서 밤새 뒤척이며 보냈어요. 아침 6시 모닝콜. 벌떡 일어나서 준비하고 현지식 아침을 먹고 가방을 챙기는데 아, 참 냉장고의 쵸콜릿도 챙겨야죠. 누가 준건데 !!
출발 5분전. 로비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데 가이드가 와서 쵸콜릿 먹었느냐고? 우린 아니다 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는데 쵸콜릿 이름까지 대며 확인하는 거예요. 냉장고안의 쵸콜릿은 다 친구건지 알았지 뭐 그중에 호텔것도 있는 줄 어찌 알았겠어요? 아무튼 가방을 뒤져 다시 쵸콜릿을 주며 내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해 전전긍긍(영어가 안되서리 ㅠㅠ) 친절하게 미소짓는 그들 앞에서 민망. 우리 것인줄 알았단 말예욧!!
그 다음은 큰실수인데 이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 앙코르 책을 보며 앙코르와트보다는 따프롬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지요. 유물들을 파고 들어간 그 괴물같은 벵골보리수나무가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그 곳에 가면 넘 좋겠다 그 괴물같은 녀석들의 다리도 한번 만져보고 와야지 하며 따프롬에 기대를 많이 하고 갔어요. 막상 앙코르 유적을 도는데 앙코르 톰에서부터 사면석불이 있는 바이욘, 부조들과 데바타의 모습들에 나는 점점 압도 당하고 이리저리 가이드가 끌고 다니며 설명하는데 점점 멍~ 해지는 것 . 앙코르의 모습에 반해서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지나온 곳마다 정신을 조금씩 흘리고 왔었나봐요. 아무튼 따프롬에 들어갔는데 세상에~~ 책으로 봤던 것보다 더욱 환상적이었고 황홀했답니다. (표현 재주가 더 뛰어났더라면...) 이제 그만 가자는 가이드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조금만 더 보고 따라가야지 하며 뒤를 살피고 왔는데 앗!! 잠깐 사이에 우리 일행이 없어진 거예요. 이상하다. 금방인 것 같았는데 하며 얼른 뛰어갔어요. 사람들이 많아서 이리저리 휘저으며 갔는데 입구를 지나 주차장까지 뛰었어도 우리 일행은 보이지 않는 거였어요. 후두둑 하며 내 머리속에 있는 어떤 장치가 풀리는 것 같았어요. 하필이면 내.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유형이 되어 있다니.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이 되어 있다니. 좌괴감과 낭패감으로 몸이 굳어져 갔지요. 길을 잃어 두렵다거나 따프롬에 대한 생각들은 하나도 나지 않더라구요. 오로지 자책뿐!
조금 후에 가이드와 친구를 만났는데 반갑고 미안해서 고개를 떨구는데 친구가 얼마나 세게 때리던지 자존심은 더욱 구겨졌지요. --화를 낼 내가 가만히 있는데 얼굴 좀 펴요. 벌로 하루종일 웃고 다녀요-- 하는 가이드의 말에도 내 몸과 마음은 풀리지 않았지요. 에궁, 한 순간의 욕심때문에 생긴 큰 실수였지요. 그 가이드는 속으로 얼마나 화가 났을 것이며 친구는 또 얼마나 속을 태웠을지..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그 실수가 앙코르를 다시 가야 하는 의미를 만들어 주었다면 용서가 될까요?
여행자의 여행이야기
본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읽었어요. 김화영이라는 사람이 여행은 왜 하는가? 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대요.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 미래이다. '다른 곳'과 '내일' 속에 담겨 있는 측정할 수 없는 잠재력은 모든 젊은 가슴들을 뛰게 한다. '떠난다, 문을 연다, 깨어 일어나다' 라는 동사들 속에는 청춘이 지피는 불이 담겨 있다. 이것은 모든 젊은 사람들이 가지는 최초의 욕망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사실, 제가 요즘 하는 일들이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사실에 이 나이에 뭐 했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너무나 소극적이기도 하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만 살다보니 열심히는 살았다고 하더라도 치열하거나 재미있게 살지는 못했나봐요. 예전엔 언제 죽어도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만큼 사랑받았고 이만큼 누리니 죽는다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재미있게 더 살고 싶어요. 뭐든지 부딪쳐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물론 생각대로 되는 게 인생이 아니고 뭐 생각한다고 다 행동으로 옮겨지는 건 더더군다나 아니지만 어쨌든 생각이 바뀌었으니 그 다음의 행동도 조금은 바뀌어지겠죠? 여행을 가기 전 책들을 읽으면서 여행의 신비, 여행의 유혹때문에 흥분했어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구하는지, 갔다 와서 다음 여행을 또 계획하는 지 조금 알 것 같더라구요. 앙코르 여행은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한 것이 아니고 일단 저질러보자 라는 차원에서 시작되었기에 준비가 부족했어요. 그저 나를 유혹해보자고------
여행을 다녀와서 아직도 행복에 겨워하고 있으니 그 유혹은 성공한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입니다. 여행을 같이 한 사람들, 현지 가이드와 순진한 얼굴의 캄보디아 가이드, 캄보디아 국경을 넘나드는 많은 노동자들,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아이들, 호텔의 친절한 직원들, 태국 왕궁에서 우리말을 재미있게 구사한 왕궁가이드, 앙코르에 새겨진 그 옛날의 사람들, 심지어 킬링필드의 해골까지. 사람, 사람, 수많은 사람이여. 내 가슴에 똬리 틀 듯 들어 앉는 사람이여. 앙코르 건물 자체보다도 그 건물을 둘러싼 위의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당신은 어떤가요? 저와는 상황이 다른 당신은 객관적 거리 유지가 가능하겠지요? 제 그리움은 한낱 웃음으로 지울 수 있겠지요?
캄보디아 국경을 수많은 노동자 행렬과 함께 넘었습니다. 그들은 일일 비자를 받아 태국으로 일하러 간답니다. 그들과 발걸음을 함께 하며 희망을 품어봅니다. 그리고 살아 있음에 감사했어요.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했어요.
지원씨(여행에서 만난 아가씨)와 대화를 하는데 그녀의 향기가 좋았어요. 그녀의 젊음과 고뇌가 좋았어요.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좋은 느낌을 주는 그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는 향기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앙코르에 가신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