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남자
00.
" 어? 젼구기- "
" ..제발 그렇게 좀 부르지 마시지말입니다. "
" 알겠습니다,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소개팅은 잘 하고 들어오신겁니까? "
" ..잘모르겠습니다. "
어딘가 시무룩해보이는 정국의 표정에 지민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정국의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섰다.
" 무슨 실수라도 하신겁니까? "
" 딱히 그런건 아니지 말입니다.. "
" 설마.. 신나셔서 막 말 많이하고 그러셨습니까? "
" 그런건 아니지말입니다. "
차라리 신나서 쫑알거린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긴장되서 말 한마디 제대로 먼저 걸어본적 없었다. 말은 안 했다기보단.. 못했다는 말이 맞는걸지도 모르겠다.
" 그럼 됐습니다. 젼구기는 얼굴이 잘 생겼지 않습니까 - 싫어하는 행동만 안하면 백!프!로! 넘어 옵니다. "
" ..그런게 문제가 아닙니다. "
"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설마.. "
" ...? "
" 에프터 신청 못하신겁니까? "
" ..했습니다. "
"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
지민의 질문에 정국이 아까보다 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밑으로 떨구었다.
" 여주씨 나이도 못 여쭤보고..아무것도 못했지말입니다. "
" ..예? 그럼 대체 뭘 하고 들어오신겁니까? "
" 그냥.. 여주씨가 하시는 질문에 대답만하고 들어왔지말입니다.. "
" ..하. 모쏠도 아니고 왜그러셨습니까. "
" ....... "
" 설마... . "
아무런 말 없이 큼큼 거리며 헛기침을 해대는 정국의 반응에 지민이 정국의 팔을 붙잡고 눈을 크게 뜨며 정국을 바라봤다.
" 진짜입니까?!?!!! 진짜 모쏠입니까?!?!! "
" ..(끄덕) "
" 대박!!! 진짜 대박!!!! "
" 쫌! ..작게 말씀하시지말입니다. "
" 아..! "
정국의 대답에 지민이 특유의 어딘가 자신감 넘쳐보이는 얼굴로 정국을 바라봤다.
" 큼, 그럼 이 형만 믿고 따라오시지말입니다. "
" ..예? "
" 일단. 무조-건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지말입니다. "
" 어떻게.. 말씀이십니까. "
" 궁금합니까 ? "
" (끄덕) "
" 그럼 일단 한번 안아주고 시작합니다. "
01.
" 야 쭈. 너 진짜 무슨 고민있냐? "
" ..있지. "
" 뭔데. 도대체 뭔데 그렇게 맨날 축축 늘어져있는건데. "
" 해바라기가...너무 흔들리는거지. "
" 이게 미쳤나. 오글거리게 저번부터 자꾸 해바라기 타령이야. "
" 아 몰라. 그런게 있어. "
" 뭐래 진짜.. "
요즘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죽겠다. 지치지도 않는지 이틀의 한번 꼴로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에 페이스북 아이디까지 알아내서 시도 때도 없이 보내 오는 메세지까지.
혼란스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거에요.
" 야. 너 뭐 문자왔어. 수업시작하는데 무음으로 안바꾸냐. "
" 바꿀거야. "
> 점심식사 하셨습니까.
또또. 이거봐 이거.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중요한건, 내 나름대로 밀어낸다고 밀어내는데도
> 맛있게 드셨습니까.
모르는건지 모르는척 하는건지 지치도 않고 계속해서 다가오기만하는게 문제다.
> 네, 맛있게 먹었어요. 정국씨는요?
하긴, 그게 또 마냥 싫지만은 않아 두번까지는 밀어내지도 못하는 내가 문제지 누굴 탓하겠나 싶다.
< 예. 저도 좀 전에 먹었습니다. 점심 먹고 잠깐 시간이 나서 여주씨 생각이 나 연락 드리는겁니다.
진짜 이렇게 남자가 적극적으로 나올때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쓸데없이 왜 이렇게 적극적인거냐고요.. (눈물)
> 그리고 말씀드릴것도 있습니다.
< 어떤 말이요?
> 저 다음주에 휴가 나가게 되었습니다.
..응? 저번주에 나왔던거 아니었나..? 왜 또 나오는데.. 뭔데 벌써 나와..왜.. 나 아직 마음에 준비도 안됐는데..
> 다음주에 시간 괜찮으십니까 ?
" 야. 교수님 들어왔다. "
" 어? 어어.. "
< 네 괜찮아요.
밀어내지 못하는 내가 제일 밉다.
02.
" 으아, 늦겠다. "
현관 앞 전신 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내 모습을 한번 더 체크하다가 문뜩 내가 왜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 몰라몰라 "
덫 바르던 립스틱을 가방에 넣어 버리곤, 어제 미리 꺼내놓은 구두에 발을 구겨 넣으며 현관 문을 열고 나섰다.
" ..어? "
" 아..자,잘 지내셨습니까. "
" 네에.. 근데 왜 여기까지... "
" 아 그게,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마중..나왔습니다. "
고개를 끄덕이다 남자의 왼손에 들린 작은 꽃다발이 눈에 들어와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가 그런 내 시선을 느낀건지 왼손에 들린 꽃다발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 아! 그.. 이거 받으시지말입니다. "
" 아..감사합니다. 근데 갑자기 꽃은 왜.. "
" 오는길에 길거리에서 팔길래 여주씨 생각나서 사왔습니다. "
" ..이뻐요. 감사합니다. "
" 아,아닙니다. "
연락할 때랑은 다르게 만나니까 어색해서인지 자꾸만 쑥스러워하는 남자 때문에 괜히 나까지 더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 어..그, 일단 어디든 갈까요? 계속 여기 있을순 없으니까.. "
" 아,예. 어디 가고 싶으신데 있으십니까? "
" 정국씨 가고싶은데로 가요. 가끔 나오는 휴간데.. "
" 어, 오늘도 구두..신으셨습니까. "
" 네? 아..네. "
' 괜찮으십니까. '
' 아.. 네,네... '
' 조심하시지말입니다. 구두가 높아 위험합니다. '
갑자기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고개를 이리저리 젓자, 남자가 왜 그러냐는듯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 워,원피스 입어서.. "
" 구두.. "
" ..? "
" 안 신으셔도 이쁘지 말입니다. "
" ...... "
" 다음부턴 그냥 편하신 신발 신고 나오십시오. "
" ...네. 그럴게요. "
" 식사는 하셨습니까? "
" 아,아뇨. 아직.. "
나 진짜 왜 이러지..
03.
" .......... "
" 여주씨..? "
" 네? "
첫만남은 양꼬치더니 오늘은 파스타... ? 뭔가 바뀐것같은 느낌에 식탁위에 놓여진 파스타를 멍하니 바라보고있자 남자가 내 쪽으로 포크를 놓아주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 식겠습니다. 빨리 드십시오. "
" 아,아 네..! 잘 먹겠습니!..아.. "
나도 모르게 너무 큰소리로 외친것 같아 내 목소리에 내가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자 남자가 그런 나를 보곤 주먹을 입 앞에 가져다 대곤 작게 웃는다.
" 프흐, 저도 잘 먹겠습니다. "
" ..맛있게드세요. "
" 예. 여주씨도 맛있게 많이 드십시오. "
파스타를 몇 번 입에 말아 넣었을때쯤인가, 남자가 나를 힐끔 거리다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물을 한모금 마시곤 나를 바라본다.
" 그러고보니 저번에 식사할때 제 얘기만했지 여주씨 나이도 못 여쭤봤지 말입니다. "
" 아.. "
저번 만남때 양꼬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혹시나 내가 못 먹는게 티가 나면 남자가 곤란해 할까 최대한 눈치채지 않게 일부러 남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했었고,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스물세살입니다. '
' 군대를 꽤 일찍 가신 편이네요? '
' 예. '
그때 정말 묵묵하게 대.답.만 잘해주던 남자가 생각이나 나도 모르게 살짝 웃자 남자가 민망한지 뒷목을 긁적인다.
" 저는 스물두살이에요. "
" 아. 그럼 제가 오..빠..입니까. "
" 네 그렇..죠? "
" ...아. "
별 말 하지도 않았는데 쑥스럽다는듯 웃는 남자 때문에 괜히 덩달아 나까지 부끄러워지는것 같아 들키지 않으려 부러 더 남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 새,생각보다 휴가를 더 빨리 나오신것 같아요. "
" 아. 이번에 사격훈련 일등을해서 포상휴가 받았습니다. "
" 와- 그렇, ..어? 그럼 오늘.. "
" 예. 오늘 나오고 싶어서 더 열심히했습니다. "
04.
" 커피는 제가 살게요. "
" 아닙니다. 저번에도 얻어 먹었지말입니다. "
" 저는 오늘도 얻어 먹었거든요- "
어쩔수없다는듯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끌고 주문대 앞에서자 남자가 보라는 메뉴판은 안 보고 나만 빤히 바라본다.
" 뭘로 드실래요? "
" 여주씨 드시는걸로 두잔 시켜주시지말입니다. "
" ..저 오늘도 녹차플랫치노 먹을건데.. "
" ..예. 그럼 제것도 그걸로 시켜주십시오. "
" 정말 괜찮아요? 대답이 반박자 느린것같은데.. "
" 아,아닙니다. "
" 싫으면 다른거 시켜도 돼요. 굳이.. "
" 괜찮습니다. "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별로 좋아하는것같지 않은데 자꾸만 같은걸 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남자가 하나도 이해가가지 않았지만,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듯 단호한 표정으로 서있는 남자의 모습에 어쩔수 없이 같은 메뉴로 두잔을 주문했다.
" ..녹차플랫치노 두잔 주세요. "
음료를 시키곤 알바생이 주는 진동벨을 받아 든채 빈 자리에 앉자, 나를 따라 내 맞은편 의자에 앉은 남자가 자연스레 내 앞쪽에 놓인 진동벨을 자기 앞쪽으로 옮겨 가져간다.
" 오늘 일등해서 어렵게 받은 휴간데 이렇게 써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밥 먹고 차 마시는걸로.. "
" 괜찮습니다. "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훈련까지 일등해가면서 열심히 얻어낸 휴가를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에 쓰고 있는 남자에게 괜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묻자, 남자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 아깝지 않아요? 내일 또 바로 가야한다면서요.. "
"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
" ..그럼 다행이지만. 혹시나.. "
단호한 남자의 대답에 민망해져 고개를 숙인채 괜히 손장난을 하자, 남자가 그런 내 표정을 확인하려는건지 옆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확인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바로한채 흔들림 없이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 정말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
" ....... "
" 이렇게 여주씨랑 밥 먹고 차 마시려고 열심히해서 받은 휴가인데 아까울리가 없지말입니다. "
" ....... "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남자만 바라보고 있는데 때마침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진동벨이 울려댔고, 빤히 나를 바라보던 남자가 작게 웃으며 진동벨을 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
뒤를 돌아 픽업대로 걸어가는 남자의 빨개진 귀를 보자마자 덩달아 내 얼굴도 달아오른것 같아 고개를 숙여버렸다.
미치겠다 정말.
사랑스러운 독자님이 선물해주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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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짜님들..저 이번편 너무 아쉬워서 죽겠어요..ㅠㅠ 열심히 글 쓰고 분명 저장 해놨는데 앞에 쪼금 빼고 수정해논거 모조리 다 날라가서 완전 멘붕와서 때려치려다가 주말에 계속 제가 바빠서...못올것같아서 꾸역꾸역 다시 수정해서 올려요... 최대한 기억 살려서 수정 다시 했는데 너무 맘에 안들고 아쉬워....(눈물) 업뎃도 더 늦어지고..(오열)
다음카페 진짜 나한테 맨날 너무해...맨날 렉걸리고..맨날 오류나고 ..ㅠㅠ 최대한 그대로 다시 수정한다고했는데도 성에 안 차..엉엉
+) 이번편은 도짜님의 소중한 리퀘로 만들어졌습니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