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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해간73기
 
 
 
카페 게시글
시와 음악이있는곳 스크랩 Passion, Energy and Fire! 폴 매카트니의 공연
윤상철 추천 1 조회 72 15.05.08 09:0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2015.5.2(목) 20:00

멘붕 섞인 탄식이 대한민국 골수 음악팬들 사이에 난무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둥 머가 어떻다는 둥 식상하고 재미없는 미사여구를 제쳐놓고 말한다 하더라도 락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지션 중 하나라 이름 붙이는데 돌던질 이 없을 것 같은 폴 매카트니가 2014년 5월 28일자로 예정했던 한국 공연을 취소한 그 사건이다. 몇 년 전 갑자기 오기싫어졌는지 여권을 잃어버렸네 어쩌네 그래서 못오네 어쩌고 사기치고 출연을 펑크냈던 알란 파머시기 프로젝트의 알란 파머시기와는 다른 건강상의 진짜 이유가 그에겐 있었다(그 때까지 한 장 도 빼먹지 않고 수집했던 알란 파머시기 프로젝트 엘피 전부를 패대기 치려다가 아까워서 참은 적이 있음) 어쨌든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그의 공연이 다시 추진되어 많은 락팬들을 흥분시킨 바 있고, 나도 눈빠지게 그의 공연을 기다렸다. 잠실 주경기장의 엄청난 규모로 보아 VIP나 로열 시트의 좌석은 가격대비 그닥 뛰어나지 않을거라는 판단은 그간 공연장 쫓아다닌 경험에 따른 것이고, 너무 싼 좌석은 편향된 음향의 악조건과 무대를 보는 각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역시 그러했다. 결국 함께 했던 바람소리군과 함께 낸 한 결론은 B석이었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가장 좋은 자리였던 것으로 지금도 판단한다. 어쨌든 예정된 2015년 5월 2일이 왔고, 오전부터 남는 시간 벼룩시장과 풍물시장 핥고 다니던 나는 바람소리군 내외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나를 알아보지도 못할 님을 먼발치서라도 보겠다고 몰려든 4만 6천명의 외사랑 앓이들이 운집하는 통에 택시는 길을 놓고도 즈려밟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찌어찌 택시에서 내린 일행은 그 많은 인파들이 쏠리는 그 방향으로 섞여 들어갔다.

 

바람소리군 내외. 얼핏 보면 금슬이 아주 좋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잘 맞는 사람들.

 

꼽살낀 아메바. (야근에 시달리는 통에 운동을 오랫동안 못한 나지만 막상 사진 찍고 들여다 본 이모습에 나도 놀랐다. 살이... ㅠㅠ)

 

비틀스 관련 상품을 파는 전시장. 전시장이라 해야 텐트 하나 달랑 쳐놓고 몇가지 되지 않는 물건들을 판다. 이 것도 길게 줄을 서서 산다. 제발 좀 팔아 주세요. ㅠㅠ 저 이거 못 사면 엄마한테 쫓겨나요. 아마 이런 심정들이었을까. 열 꽁무니에 붙은 바람소리군에게 나도 하나 부탁했다. 제발 팔아 주세요는 아니고 그래도 기념이 될만한 그 무엇을 사볼까 싶었다. 도쿄공연과 서울공연 일정에 관한 내용이 유니온 잭과 함께 표기되고 디자인된 검정 티셔츠를 선택했지만 내게 맞는 라지 사이즈가 없단다. 아, 젠장. 다른 것들은 그나마 마음에 드는 다른 물건은 없어서 통과. 브로슈어는 25,000원씩이나... ㅡ,.ㅡ;

 

저녁 일곱시가 거의 되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진작에 구입해 두었다가 바람소리군에게서 방금 받은 입장권. 그래. 이게 기념이다.

 

공연장은 하나 둘 관객으로 채워져 갔다.

 

어둑어둑해진 가운데 저녁 7시30분 정도였나. 객석은 초만원이었다.

 

아직 공연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공연장 적잖이 쫓아다닌 나지만 이렇게 큰 공연장에 이런 초만원 사례는 본적이 거의 없다. 관객의 연령은 중년기와 갱년기가 태반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연령층은 엄청 다양하고 20대 젊은이들이 우리 연령대를 능가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부터 앞섰다.

 

어두워지자 비디오를 상영했다. 폴군의 어린 시절 사진들로부터

 

데뷔 시절과 전성기 시절의 사진들이 쉽없이 올라가며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

 

일본의 공항에서는 팬들의 잔잔한 환호에 일일이 화답하며 악수도 하고 음반을 흔드는 이에게서 이를 받아 사인해 건네는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의 공항에서는 공격적이고 과격한 팬들의 습격에 놀라 도망치듯 보디가드들에 둘러싸여 자리를 떴다는 후문이 왠지 씁쓸하다.

 

비디오 상영이 종료되자 스파트 라이트가 켜지고 사람 형상만 간신히 분간되는 그 누군가가 나오자 객석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급변했다.

 

비올라를 연상시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베이스 기타를 둘러메고 나온 폴 할배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지자 공연장의 온도는 더욱 급상승했다.

 

락팬들에겐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60년대 극동의 가난했던 나라 대한민국도 마다하지 않고 쓸고 지나간 비틀스의 전세계적 열풍이 온도를 낮춘 이제서야 새삼 다시 그 온도를 크게 올리는 순간이다.

 

비틀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4대 락그룹 중 하나인 관계로 같은 음반도 출반 국적이나 버전이 다르면 또 사곤 하는 통에 정규음반 13장에도 불구하고 보유음반이 100장에 이른다. 하지만 내가 가진 6,000장의 음반 속에 이들의 솔로음반들이 차지할 자리는 그리 넓지 않아 관심을 가져본 바도 없고 몇 장 갖고는 있어도 그다지 즐겨듣지 않았다. 아는 음악은 모두 비틀스 시절의 것이요, 모르는 음악은 윙스 시절의 것이거나 솔로 음악인 경우다. 공연을 다녀와서야 그의 다른 음악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이 또한 묘하다. 이들을 위한 엘피랙 공간이 좀 더 넓어질 것 같다.

 

그는 스스로가 다재다능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악기를 쉼 없이 바꾸어 가며 연주했다.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폴할배.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폴할배.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폴할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봄비는 로열 시트에 앉은 이들을 처량한 마당쇠 신세로 전락시켰지만, 공연장은 거의 열광의 도가니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뜨거워 떨어지는 빗망울이 증발되지 않는게 의아할 지경이었다. 아래 사진 관중석의 불빛은 관객들이 Let It Be를 폴과 함께 부르며 흔들던 휴대폰의 빛이다. 공연장의 스테프 몇 명이 이미 사전에 "Let It Be에 폰 플래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다니며 선동(?)한 결과였다.

 

많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경기장 바닥에 배치된 전석이 관객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그들이 들고 있는 카드는 앞면엔 "NA" 또는 "나" 뒷면엔(아니 뒤바뀌었나? 엎어치나 메치나...) 붉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Hey Jude를 부르자 관객들이 따라 불렀다. 나도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이들의 노래는 헤이 주드가 유일하다. 나도 따라 불렀다. 안부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이 노래가 한참 나올때는 관객이 가진 카드는 폴을 향해 붉은 하트를 내보였다. 헤이 주드의 마지막 na na na na.... 에서는 반대로 뒤집어 "NA" 또는 "나"를 폴에게 내보였다. 기획사에서 준비한 이벤트인 모양이다. 그들이 하얀 비옷을 입은 채 Na를 내보일때 그 뒤에서 보이는 붉은 하트는 그 하나만으로도 장관을 이룰 정도였다. 그는 두 시간 정도의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 인사하고 들어갔지만 관객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앵콜 요청에 못이겨 몇 곡 부른 뒤 퇴장하기를 두어차례. 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하나갔이 할배를 불러 제끼니 그는 이번엔 대형 유니온잭과 태극기를 동시에 들고 나와 무대 위에서 휘두르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나 자야 돼요" 라며 너스레를 떨 때는 폭소가 터졌다. 난 이제까지 많은 공연을 다녀봤지만 세시간이나 되는 아티스트의 후덕한 공연은 이 날 본 것이 유일했다. 그는 한국에서 마침표를 찍는 아시아 투어에서 자신을 이렇게 크게 환영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할배 목소리가 올라가기나 할까 하던 나의 우려는 그의 놀랍고도 정력적인 무대의 열기가 녹여내고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다. 크게 만족스럽다. 비틀스의 열팬으로서 그를 본다는 것 하나로 족하려던 내게 기대 이상의 큰 만족도를 안겨 준 놀라운 공연이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로저 워터스의 공연은 봤으니 다행이었다. 비틀스의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폴 매카트니의 공연을 보았으니 음악을 즐기는 나의 인생에도 중요한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앞으로 레드 제플린의 공연을 볼 기회는 없으니 지미 페이지의 공연을 볼 기회는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음악활동은 안하고 광팔고 쉬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롤링 스톤스는? 이미 할배들이지만 정력적인 투어활동을 벌이는 그들의 공연을 보고 싶다. 이미 TV에서도 할배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오라 대한민국으로...

 

어쨌든 음악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내 인생에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 폴할배에 감사하며 그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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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5.08 11:10

    첫댓글 부럽!

  • 15.05.14 14:46

    멋지네..울 상철 해병님은 작가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글을 넘 잘 써요

  • 작성자 15.05.14 15:37

    과찬이시구려. ㅎ

  • 15.07.16 09:50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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