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경위
가.
A는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B사 소속의 주택관리사로서 본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A는 근무하는 동안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조사를 받기도 했고, A와 갈등을 빚던 입주민들도 A를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가 결국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갈등과 불화가 심했다. A는 법적 분쟁에 휘말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새벽에 응급실에 후송되기도 하고, 요관 결석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B사는 A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 바 없다.
나.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사에 위·수탁관리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될 예정임을 알렸고, 이에 B사는 근로계약서상의 규정을 근거로 A에게도 근로계약 종료 예정임을 통지했다. 이에 A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그간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한 휴업급여의 지급, 위자료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또한 임의로 상계처리해 임금을 일방적으로 감액 조치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퉜다.
2. 법원의 판단
가. 위자료 공동배상 의무 인정
A가 본건 아파트 입주민 일부와 심한 갈등으로 법적 분쟁의 당사자로 휘말리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 데에는 B사가 사용자로서 A의 노무 제공이나 사무처리과정에서 A의 안전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은 탓도 중요 원인으로 작용한 점, 본건 아파트 역시 A와 직접적으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고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적어도 B사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A의 파견근로와 관련해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기로 묵시적 의사 합치는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는 공동해 A에게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만 A가 일부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악화된 일련의 과정에 A의 귀책사유도 인정된다는 점, 분쟁이 있었던 일부 입주민들 중 하나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손해배상을 받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는 500만원으로 정한다.
나. 상계를 이유로 한 일방적 임금 감액조치의 부당성
A가 계속 근로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계의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지 않은 채 2018. 1.분 임금 가운데 100만원이 덜 지급됐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일방적 임금 감액조치는 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예외적 상계주장의 허용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사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일방적으로 감액한 100만원을 연대해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휴업급여와 퇴직급 차액 지급 의무-기각
A역시 근로계약기간 중 B사와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위·수탁관리계약이 종료되면 관리사무소장을 그만두게 된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정식으로 위·수탁관리계약 종료 통보를 전달받은 점, 노령에 일부 입주민과의 불화로 스트레스가 심해 악화된 질환으로 입원 치료도 받고 수사도 받느라 심신이 지쳐 있었던 와중이어서 당분간 취업할 여력도 없다고 말한 점, 근로계약관계 종료로 생각해 실업급여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춰 보면 비록 B사와의 근로계약관계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자동 종료됐다고 볼 수 없더라도 그 무렵 근로계약 유지의사 결여 또는 포기로 말미암아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됐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부당해고를 전제로 한 휴업급여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
3. 판례평석
자치관리방식이든 위탁관리방식이든 관리사무소장의 입장에서는 업무 형태나 업무환경 등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위탁관리방식이라고 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간섭이 적은 것도 아니고,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 눈치를 보는 일도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탁관리 방식의 경우 근로계약상 당사자는 관리사무소장과 주택관리업자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 지위에서 쏙 빠지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불합리가 늘 있어 왔다.
본 사안은 비록 위탁관리방식이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관리사무소장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안전하고도 쾌적한 업무환경을 조성해 줄 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입주자대표회의도 근로자에 대한 보호 및 안전배려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