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세밑을 관매도에서

[와야]

임인년 세밑을 관매도에서

(2022년12월31일)

瓦也 정유순

尙有十二 微臣不死(상유십이 미신불사)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신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선조가 조선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편입해 싸우라는 명을 받자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은 선조에게 장계(狀啓)로 올린 글 중에 한 부분이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이곳 울돌목을 통해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으로 진출하려는 것을 12척의 배로 10배 이상의 적을 크게 이긴 싸움으로 전세를 바꾸고, 호남진출을 막았다. 이것이 명량대첩이다. 

<상유십이 미신불사>

‘명량(鳴梁)’이라는 이름은 전남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와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사이의 해협(海峽)으로 지명 유래는 ‘물살이 빠르고 소리가 요란하여 바닷목이 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울돌목’이라 부르면서 이를 한자로 ‘울명(鳴)’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명량해협 위로는 국내 최초의 사장교(斜張橋)로 1984년 10월에 준공된 진도대교가 울돌목을 횡단한다. 

<울돌목(명량)과 이순신 동상>

<진도대교>

진도대교 입구인 해남지역에서 이른 조반을 한 후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군 임회면에 있는 <진도 남도진성>으로 향한다. <진도 남도진성(珍島 南桃鎭城)>은 삼국시대의 성곽으로 1964년 6월 사적(제127호)으로 지정되었다. 고려 원종(元宗) 때는 배중손(裵仲孫)이 진도에 와서 1270∼1273년에 걸쳐 몽골에 항쟁할 때 근거지로 삼았다. 현재 남아 있는 성은 남도포(南桃浦)에 만호부(萬戶府)가 처음 생긴 것이 조선 세종 20년 정월이므로, 1438년 이후에 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도진성>

<복원된 관아>

<남문>

남도석성(南桃石城)의 남문 밖을 흐르는 세운천을 건너는 2개의 무지개 다리로 쌍운교와 단운교가 있다. 쌍운교는 개울의 너비가 단운교보다 넓어 쌍무지개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단운교에서 4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다리는 편마암질의 다듬지 않은 돌과 강돌로 쌓아 만들었으며, 주민들이 1930년 무렵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쌍운교와 단운교는 규모가 작고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하여 투박하지만 단아한 멋이 있다.

<쌍운교>

단운교는 길이 4.5m, 너비 3.6m, 높이 2.7m로 무지개 모양이고 다리 위에는 흙을 돋우고 잔디를 심었다. 이 지방의 자연석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였는데, 다리의 아치 윗부분에는 편마암질의 돌을 판석 형태로 사용하고, 아랫부분에는 윗부분에 사용된 돌보다 약간 큰 강돌을 사용하였다. 아치 부분에는 다듬지 않은 납작한 모양의 돌을 세로로 세워서 불규칙하게 돌려 쌓았다. 단운교는 1870년 이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단운교>

관매도로 가기 위해 팽목항으로 서둘러 이동한다. 임회면에 있는 팽목항(彭木港)은 진도군 서남쪽 끝에 있는 연안항이며 국가지정어항으로 진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항구다. 과거에는 목포-팽목-제주도를 잇는 항구였으며, 현재는 진도 근해의 섬, 그 중에서도 특히 팽목과 조도를 연결하는 항로의 출발지가 되고 있다. 2013년 2월 진도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나, 팽목항이라는 명칭도 통용되고 있다. 

<진도(팽목)항 부두>

팽목항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사고 본부가 설치되었던 곳이다. 방파제에는 희생자에 대한 애틋한 사연들이 아직도 겨울 찬바람에 코끝이 찡하다. 방파제 끝 등대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리본이 그 때의 사연들을 침묵으로 웅변한다. 세월호 참사는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실종(5명)된 대형 참사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의 못다 핀 삶의 여적이 지금도 가슴을 짓누른다. 

<세월호 추모 진도(팽목)항 등대>

관매도행 페리호는 09시30분 뱃고동을 울리며 다도해상국립공원의 섬 사이를 가른다. 조도의 창유항을 비롯하여 여러 곳의 섬을 경유한 다음 약 두 시간을 조금 넘겨 항해하여 관매도항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약300여ｍ 떨어진 관매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관매도에서 짧은 기행을 시작한다. 오후 13시 40분 페리호를 타고 조도(창유항)로 가야 하기 때문에 발걸음 보다 마음이 더 급하다. 

<관매도해수욕장>

관매도는 조선 초기에는 볼매도(乶梅島)라 불리었는데, 조선 후기 들어 관매도(觀梅島)로 개칭되었다. 돈대산에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하여 한글로 볼뫼→볼메→볼매로 변하면서 한자로 볼매(乶邁)라고 하였다. 이후 볼은 ‘관(觀)’ 자로 매는 ‘(梅)’ 자로 고쳐지면서 오늘날의 관매도가 되었다고 한다. 또 약 2㎞에 달하는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어 관매도라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관매도 표지>

식사를 마친 발걸음은 관매도 제1경인 관매도 해변을 눈요기하고 관매선착장을 경유하여 관매리 관호마을 뒤 언덕을 넘는다. 이 섬에는 관매산(219m)을 최고봉으로 섬의 대부분이 산지로 되어있다. 북서쪽 해안을 제외하면 해안의 대부분이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다. 남쪽에는 단애(斷崖)가 잘 발달해 있고, 암벽에는 해식동굴이 많다. 북서쪽으로는 모래사장이 3㎞ 정도 펼쳐져 있고 모래사장 뒤로는 작은 평야가 나타난다. 

<관매리 관호마을>

관호마을 뒤 언덕에는 마을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우실’이 있다. 우실은 언덕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막았던 시설이다. 우실은 이 외에도 온갖 재액(災厄)과 역신(疫神)을 차단하는 자아경계이며, 마음의 경계, 우리 영역인 성과 속의 경계의 담으로써 민속신앙을 갖고 있다. 우실의 문은 마을의 주신인 당산·우물·장승 등이 이용하는 신의 길이며, 마을에서 상여가 나갈 때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이별의 공간으로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삶의 집합 공간이다. 

<관매도 마을 돌담(우실)>

언덕을 넘어 울퉁불퉁한 해안에는 꽁돌과 돌묘가 있다. 꽁돌은 공 같기도 한데, 옥황상제의 두 아들이 하늘나라에서 가 돌담지고 놀다가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하늘장사는 옥황상제의 엄명을 받고 지상으로 내려와 왼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처음 들어보는 거문고 선율에 넋을 잃고 소임을 잊어버린다. 옥황상제는 이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내며 다른 장사를 보내 잡아오도록 하였으나, 그 장사마저 거문고 선율에 빠져버리니 옥황상제는 대노하여 꽁돌 옆에 구멍을 파고 하늘장사와 사자를 묻어 버려 꽁돌과 돌묘가 있게 되었다. 

<관매도 꽁돌과 돌묘>

꽁돌에서 약1.2㎞ 떨어진 하늘다리 까지 계획하였으나 다녀오기에는 배 시간이 촉박하다.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데 관호마을 어느 집에서 일행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관매도는 쑥 농사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밭 마다 비닐 같은 것으로 멀칭(mulching)을 하여 쑥을 재배하고 있었고, 이 마을에서는 쑥 막걸리가 명품이 되어 그 맛을 일행들이 음미하고 있었다. 예전에 육로로는 찾아가지 못했던 하늘다리가 바닥이 투명한 다리가 가설되어 마을 벽화가 그려져 있어 가보지 못한 허전함을 대신 채워준다. 

<벽화 - 하늘다리>

관매도에는 관매도해수욕장을 포함한 ‘관매팔경’이 있다. 방아섬(남근바위), 돌무덤,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폭포, 다리여, 하늘탑(벼락바위) 등이 관매팔경에 속한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섬 주변을 한바퀴 돌아야 관매팔경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매도 곳곳에 사통팔달로 개설된 마실길(매화길, 해당화길, 봉선화길 등)을 통해 육로로도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관매도 물비늘(윤슬)>

특히 2010년도에 환경부 지정 국립공원 명품마을 제1호로 선전된 관매도는 마을 공동 소유의 숙박시설이 새로 들어섰고 돌담길, 습지관찰로, 논밭두렁길, 피톤치드 송림길, 건강·야생화길 등 테마 탐방로도 조성했다. 또한 해조류 건조, 삼굿구이, 유기농 쌈채 따기, 자전거 타고 일주하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상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로 관매도를 찾는 관광객 수와 주민 소득이 1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관매도 꽁돌>

좌우지간 이번 관매도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관매도 땅만 밟아보는 단순한 방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도로 가는 배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마음 한 구석에 치밀어 오르기도 했고, 배에 오르자마자 한 겨울에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매화를 바라보듯 觀梅島(관매도)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관매도 지도>

https://blog.naver.com/waya555/222976313943

[하하]

팽목항이 관매도에 있는가보네요
ㅎㅎ

[와야]

팽목항(진도항)은 진도에 있으며
세월호 참사 때 사고 본부가
차려져 있어서 꽤 유명해졌지요.
세월호 참사 지역은
관매도를 지나 병풍도 앞바다로
팽목항에서 참사지점 까지는
약30km 떨어진 지점이고요.

[하하]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