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되찾으려 하지 말고 멋지고 당당하게
늙어가라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10월 20일 개최한 제1424회 세미나에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상철 교수가
‘100세까지 팔팔하게 사는 건강인생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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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년 간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효와 유교의 개념이 정말 많이 변질되었음을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였다. 그러나 지금도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나는 늙는 것이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점차 생체기능이 떨어지고, 병이 생기며, 결국 죽게 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에 해당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 국립
노화연구소에서는 1000명을 대상으로, 1967년부터 지금까지 2년마다 그들의 의학적·생리학적 변화와 식이패턴, 성격변화, 심리학 및 사회학적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백억 달러가 소요된 이 프로젝트에서 최근 내놓은 결과는 노화의 교과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내놓은 제일 중요한 결론은 사람마다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는 같은 사람이라도 인체 내 장기들의 노화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결론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만약 노화가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모두 그 조상과
같아야 할 것이고, 장기마다 속도가 똑같아야 한다. 그런데 연구소는 노화 자체로 인한 변화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람의 환경, 생활습관,
생태 때문에도 개인적·장기적 노화 속도의 차이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론 젊은 사람보다 효율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인들도 분명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가 현재 본인의 가장 큰 당면목표다.
노화연구를 하면서 제일 처음 던졌던 질문은 ‘늙으면 모두 죽어야 하는가’다. 나는 혹시
더 잘 죽기 위해 노화가 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고 실험을 했다. 그래서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동일한 자극을 주고 반응을 보았다.
자외선도 쏘아주고 화학물질 처리도 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두 종류의 세포에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었더니, 젊은 세포의 핵은 전부 파괴되어 버렸다. 그러나 늙은 세포는 전혀 파괴되지 않았다. 나는 이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실험이 잘못되었는가 싶어 2년 간 반복해 실험을 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이를 놓고 우리가 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노화는 생명체가 죽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변화였다. 다시 말해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보이는 적극적인 반응현상이다. 노화가
적응현상이라면 외부에 대응해 변화하는 것이므로, 그 변화요인만 알 수 있다면 노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기에
노화는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하는 것이다.
한 실험에서, 캐비아에 변화를 주었더니 세포가 전혀 달라졌다. 늙어서
신호가 전달되지 않던 것이 신호가 가면서 핵산합성을 이루었다. 또한 세포의 모양마저 젊은 세포처럼 건강해졌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 노화를 변화를 통해 충분히 돌이킬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고에서 장수사회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늙어지면 병도 많아질까? 정말 장수사회, 고령화 사회가 되면 그만큼 병든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60%나 감소했다. 인지능력 장애, 일상생활 활동능력 장애 또한 크게 감소했다. 인구수가
많아지면서 절대 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상대적 비율은 높게 감소했다.
연구결과를 봐도 고령화 사회가 된다하여 질병을 가진 인구가
많아진다는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생각보다 건강한 사회가 되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최고령자를 찾기 위해 4년 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정작 최고령자는 청와대 밑쪽 청운동에서 살고 있었다. 만 109세인 이 할머니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나주로 시집을 갔다가, 80세가 넘어 서울로 올라오셨다. 올해 1월에 돌아가셨는데, 만약 2월까지 살아 계셨다면 전 세계 110세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에 가입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최고령자인 엄옥분 할머니는 대전에서 살고 계신데, 지금도 참
정정하시다. 올해 11월이면,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로 110세 장수노인이 되신다.
남자 최고령자는 충북 제천출신인 정영수
할아버지로, 올해 106세며 인천에 살고 계신다. 그 할아버지는 현재 셋째 아들과 살고 있는데, 일하러 나가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106세의
할아버지께서 직접 매일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신다. 또한 모든 서류를 직접 관리하고 계셨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100세 이상
노인들의 60∼70%가 요양원이나 양로원에서 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00세 이상 노인의 1%만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 그 외에는 전부
집에서 모시고 있었으며, 그 중 70%는 큰며느리가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평균 46년을 모셨다.
그 중에는 15세에 시집와
80세가 될 때까지, 65년을 모시고 산 분도 있었다. 이 며느리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 닷새 다리 쭉 펴고 잠 좀 자봤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제 그만 둘째 내외에게 맡기고, 아주머니는 아들집에 가서 며느리한테 대접받고 살지 그러시냐”고 했더니 “어떻게 어른을 두고
집을 비울 수 있느냐”며 화를 내셨다.
나는 나이 80세 먹은 그 며느리의 효와 숙명사상을 보면서, 그것이 우리전통사회의 핵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했다.
이렇듯 지금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봤지만, 가장 감동이었던 분은 전남 진안군에서 만난 107세의
할머니다.
젊어서 혼자 되고 100세가 되신 할머니들한테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전부 큰아들이 보고 싶다고
답하셨다. 대개 100세 가량인 할머니의 큰아들은 80대 전후인데, 이들 중 생존한 사람들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남편에 대한
존재는 일찌감치 잊어버려도, 큰아들에 대한 기대감은 버릴 수 없는가 보다.
그런데 전남 진안의 107세 할머니는 누가 가장 보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눈물이 글썽하시더니, “보고 싶다면 데려다 줄 수 있느냐”며 영감님이 가장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지막이
하시는 말씀이 “천당에 가도 만날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천당에 가서 다시 만나시면 뭐 하시려고 그러냐”고
되물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나 없이 어떻게 혼자 살았냐”고 묻고 싶다 하셨다. 60년을 혼자 살고서도, 할아버지에 대한 그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갖고 계신 할머니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 조사를 오랫동안 다녀본 결과, 우리나라 사회가 많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995년도 우리나라 장수지역은 전라남도 남해안과 제주도 동쪽 및 서쪽이었는데, 2000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확대되었다. 지리산을 가운데 놓고 경북 예천·문경·상주·경남 거창·전북 순창·전남 함평·담양·곡성·보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장수지역의 삼각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호남, 백두대간을 따라 올라가면서 장수지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 우리나라 장수지역은
평야지역에 자리했다. 현재는 중·산간지역에 있는데, 점차 산간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인다.
장수인들의 패턴에 대해 몇 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첫째, 20%이긴 하나, 장수인들 역시 흡연과 음주를 즐겼다. 그렇지만 음주를 하더라도, 반주로 즐기는 정도였다.
둘째,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나이 70, 80대를 대상으로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70%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데, 100세 노인들은 70%가 “건강하다”고 대답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을 보였다.
셋째, 밥을 먹는
때와 양이 정확히 정해져 있다. 혹 낮에 다른 것을 먹게 되면, 저녁에 그만큼 밥을 덜어놓을 정도로 정확했다.
넷째, 기본적으로
야채를 데치거나 무치는 등의 전통적인 식단을 유지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야채를 데칠 때는 반드시 일정량의 소금을
넣었다는 점이다. 실험결과 소금의 농도가 0.7∼1%가 되었을 때, 야채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독성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나는
최근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이러한 전통생활, 음식, 식사패턴 자체가 장수비결임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연령을
보면 1960년대 50세, 1985년 68세, 1995년 77세다. 남성의 평균연령이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지만, 그와 같은 속도로 여성의
평균연령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남녀간 평균 연령차인 7년이란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성이 생물학적·사회학적으로
남성보다 위험에 덜 노출되기 때문에 더 오래 산다는 이론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격차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북쪽에 위치한 랭카스트지방에 ‘에미쉬피플’이라는 공동체가 있다. 18세기 중반에 스위스에서 이주해 와,
200년간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단체이다. 지금도 그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이용하며, 곡괭이와 마차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의 남녀 평균수명이 똑같다. 이것은 남녀간의 수명차이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성별의 차이 때문이 아니며,
생활패턴이나 환경을 바꿈으로써 극복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반 노인사회에서 남성 노인들의 현실은 매우 처참하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 등 많은 기관이 있지만, 전부 할머니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대신 할아버지들은 전부 파고다공원에 모여, 담배를
피우며 소일하고 있다. 또한 집에서도 전혀 발언권이 없다.
나는 우리나라 장수사회를 대비하면서 이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보며,
어떻게 하면 남성 노인들의 기를 살릴 것인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장수사회는 안전·문화·생산성이 겸비된
고령사회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나이 든 사람이 멋있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구비되어야 할 것이 키 컨셉트를 잡는 일이라고 본다. 그 첫째는 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다.
장수노인에겐 친구가 없다. 나이가 들어서는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령 갭을 없애야 한다. 젊은 사람들을 내 친구로 만들지 못하면, 나이 들어서 외롭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소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우리춤체조’라는 운동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했다.
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가족이
많이 해체되고 있음을 느꼈다. 100세 노인들의 가정을 다닐 때, 혼자 사시면서 자손들과 연락 한 번 없이 지내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러한 분들을 가족처럼 가까이서 돌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은 한 동네의 지역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라고 해서 생산성이 없다는 진부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힘없는 노인들이 될 수도 있고, 젊은이 못지
않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일꾼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고령화 사회란 말 대신 장수사회라고 칭하고, 노인의 개념을 나이로 구분하지
않으면서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서 사는 사회로 가꾸어야 할 때다.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도와주고 챙겨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무엇인가 해나갈 수 있는 주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노화 연구의 목적은 젊음을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멋있고 당당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노인이 멋있고 당당하게 늙어 가는 사회를 위해서다.
장수인들의 생활패턴
1. 흡연과 음주를 즐기더라도 음주는 반주로 즐기는 정도다. 2.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100세
노인들은 70%가 “건강하다”고 대답한다. 3. 밥을 먹는 때와 양이 정확히 정해져 있다. 낮에 다른 것을 먹게 되면, 저녁에 그만큼
밥을 덜어놓는다. 4. 야채를 데치거나 무치는 등 전통적인 식단을 유지한다.
[이코노믹 리뷰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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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세요, 말씀이야 지당하신 말씀인데 실천하기가 좀.... 牛行虎視 란 말이 맘에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여
늙은이도 인정해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