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5)
2005-11-28 16:32:05
[67차] 석모도 해명산
2005. 10. 31. / 신 경 호
1) 산행일자 ; 2005. 10. 30. (일)
2) 목 적 지 ; 강화도 강화군 삼산면 소재 해명산 (327m)
3) 참 석 자 ; 권택술, 김부종, 김인섭, 박광용, 이재봉, 조길래, 천성일, 최신림, 한효용, 신경호 (10명)
4) 산행코스 ; 강화도 외포항 - 석모도(카페리 이동) - 전득이 고개 (버스 이동) - 해명산 – 밤개 고개 - 새가리 고개 - 낙가산 ( 보문사 ) ; 총 9 Km
5) 소요시간 ; 3시간
6) 산행후기
* 프롤로그
지난 월요일부터 기다리던, 솔직히 말하면 9월 말부터, 산행은 둘째 치고, 오직 친구들하고 가을 전어 회나 한번 실컷 먹어봐야겠다는 꿍심(?)으로 혼자 계획했던, 그러나 아무런 지지도 받지 못했던, 강화도 전어 여행을 이번 67차 산행대장으로 지목된 기회를 이용, 실행에 옮겼다.
지난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써핑을 통하여 강화도 산행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산행계획서를 만들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섭 총무 손전화가 왔다.
"경호야! 손가락은 우떤노?..... 우짜고 저짜고.... 실은, 이번 주 산행 땜시 전화를 했는데...."
"총무님, 안 그래도 월욜 아침부터 일욜날 놀 궁리만 하고 있심다. 월욜 아침부터 너무 깝치지 마이소. 마..."
1. 어디로?
당초 계획한 마니산에서 한 효용 고수가 추천한 석모도 해명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하고 (그 바람에 등반 후 식사가 늦어져서 餓死直前까지 간 사람도 있슴) 월욜 퇴근 시간 전에 산행공고를 인섭 총무를 통해 공지한다. 한편으론 길이 넘 멀어 산우회 주축 멤버인 분당, 수서에서 과연 몇 사람이나 호응해 줄란가 내심 걱정이다.
2. 반갑다! 친구야!
광용 대장이 메일로 부산의 천성일군이 출장차 서울 왔다가 이번 산행에 동참한다는 실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 덕유산 종주 시 엄청 힘들어 헤매고 있는 나를 끝까지 뒤에서 보살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던 친구, 변변히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성일이에게 바로 손전화,
"고맙다, 성일아! 원수(?)갚을 기회가 왔네."
그래도 성일이 합쳐 9명이나 참석한다니 고맙 또 고맙.
3. 산행기는 손으로 쓰나? 입으로 쓰나?
광용 대장의 덕유산 종주기가 ‘월간 山’誌 11월 호에 게재되었다는 朗報와 서상국 교~사님의 한편의 희곡 같은 66차 산행기가 메일로 날아든다. 이 무신 변곤가?....
"총무님 이하 전 대원님들, 산행대장이 꼭 산행기 쓰라는 뱁은 없지요? 소생은 덕유산서 다친 손가락 땀시 산행기는 죽어도 못 씁니다."
4. 성공예감
30일 당일날 아침, 광용 대장이 손수 운전하는 수서팀 차량에 ‘빨간 빤쯔 입고 88도로에 안 서 있으면 안 태워준다’는 공갈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바로 우리 집 앞까지 모시러(?) 오도록 유인하는데 성공!!! (내가 그 동안 일욜 아침 새벽에 목동에서 수서역 간다고 겪은 고초를 이렇게 만회할 줄이야!)
거기다 차 안에는 참가예정명단에 없던 택술 의~사까지 신림 거사와 함께 반겨준다. 재봉선사가 운전하는 분당팀 차량엔 길래 선사, 부종 兵高, 인섭 총무, 천성일 5명이 탑승하고 우리보다 한 10분 빨리 가고 있단다. 인천서 따로 오는 효용 고수까지 도합 10명!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만 하모 내 꼬라지에 성공이지....'
5. 잘 키운 나비 한 마리, 다섯 XX 안 부럽다.
휴일 아침, 뻥 뚫린 88도로를 지나, 앞서가는 분당팀 인섭 총무와 통화하면서 48번 도로 강화방면으로 진로를 잡고 초지대교를 건넌다. 성능 좋은 나비(navigator) 신림 거사가 조수석에서 잡아주는 방향대로 광용 대장의 운전이 거침이 없다. 근데, 갑자기 잘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분당팀 차량에서 들려오는 인섭 총무의 코맹맹이 소리,
"이거 암만 봐도 길을 잘못 든 거 같다, 어디로 가야 되노?????"
----- 총무님! 성능 좋은 나비 한 마리 키우시죠???
6. 만남
당초 약속한 8시50분 보다 3분 빨리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예의 늠름한 모습의 효용 고수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때, 분당 팀 인섭 총무의 전화,
"다 왔는데 어디 있노? 안 보이네?"
"우리도 도착했는데? 거기 어딘데???"
"(옆에 사람에게 물어보고) 선수 선착장, 너거는?"
"외포리 선착장, 외포리에서 만나자고 했잖여.... 빨리 일로 온나"
약간의 혼돈 끝에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은 9시20분 경 총 10명이 외포리 선착장에 집합, 차는 주차해 두고 몸만 기념 촬영 후 삼보해운 카페리에 승선, 석모도로 출발.
7. 참새와 방앗간
부산 갈매기 아닌, 강화 갈매기의 환영을 받으며, 석모도 석포리 항에 10분 후 도착,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채 10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우리의 총무님 왈,
"부산서 성일이도 왔는데 그냥 산행할 수 있나? 딱 막걸리 한 잔씩만 하고 가자"
"성일아, 우리가 평소에는 전혀 안 이라는데, 니 왔으니 이라는 기다. 진짜다"
뭐가 캥기는 기 있기는 있는 듯,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 그래도 강화 막걸리 맛은 좋데, 진짜루~
8. 3km와 9km
산행 들머리로 가는 버스 안에 전부 자리잡고 앉아, 지지배배 지껄이기 시작하는데, 옛날 시골 버스 그대로다. 사람이 꽉 찰 때까지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배가 한번 더 들어오고, 만원이 되어서야 슬금슬금 움직인다.
10분 후, 산행 들머리인 전득이 고개에서 다른 등산객들과 섞여서 하차, 안내판을 잠시 보니, 오늘 예정코스가 장장 9km로 표시되어 있다. 부종 兵高 왈,
"해명산 간다매? 해명산까지는 3 km니까, 그까지만 가는 기다."
인섭 총무 한 술 더 떠,
"종주 하모 13km네, 종주하자. 兵高도 從周기록 하나 갖고 있어야지."
"......"
시계를 보니, 10시15분, 예정보다 한 45분 늦었다. 마음속으로 '산길 9km를 3시간에 우째 갔다 오노? 오늘 회는 다 묵었다....'
"부종 회장(요럴 땐 회장님이라 부른다), 해명산이 300고지라 동네 앞산 같아서 치고 오르는 곳도 없고 능선만 타모 아주 가뿐하다 카네, 그라이 빨리 가자"
9. 산행시작
초입이라 조금은 가파른 길을 일렬로 오르기 시작한다. 내보고 대장이라 선두에 세워주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하다. 약간 들뜬 마음에 막걸리도 한잔 했겠다, 한 10분쯤 오르니 뒤에서 우리 兵高님의 한마디,
"치고 오르는 거 없다 카디.... 믿은 내가 바보지"
그 말에 기죽어 " 5분간 휴식!"
10. '05 가을 - 산과 바다
날씨는 안개가 끼어 조금 거뭇거뭇하지만, 조금 오르니 왼쪽으로 서해바다의 절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른편은 한창 절정으로 치닫는 울긋불긋 단풍에다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왼쪽으론 은빛 비늘처럼 하늘거리는 파란바다와 이름 모를 작은 섬들, 수평선,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지난 9월말, 용마산악회와 올랐던 서산의 팔봉산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멋있는 것 같다. 재봉선사가 정말 산을 잘 택했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내 목을 뻣뻣하게 해준다. '한 고수님, 감사합니다'
11. 다 묵꼬 살자고 하는 짓이제??
해명산 좁은 정상에서 증명사진 한 장 박고 또 출발, 참 재미있는 산이다. 조금 가다 보면 흡사 동네 앞산 같이 푸근하고, 또 조금 가면 외줄 로프도 잡아야 되고, 조그만 암벽도 몇 개 뛰어넘어야 되는....
흡사 골목대장된 기분으로 선두에서 내달으니 뒤에서,
"배고파 죽겠다, 묵고 가자"
아우성이다. 시계를 보니 11시45분. 빨리 가야 되는데 하는 성급한 마음과 나중에 전어회 맛있게 먹으려면 지금쯤 먹어 빨리 소화시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일일대장이 뭔 힘이 있노? 묵자카몬 묵어야제....'
전망 좋은 약간 경사진 바위 위에 자리잡고 각자 가져온 보따리를 펼친다. 이번 주는 전어회 묵기로 공지되어 있는 관계로 그런지 다른 산행 시보다 먹거리가 조금 빈약해 보인다. 지난 주 검단산에서 포식한 兵高 曰,
"지난 주에는 이거보다 20배는 많이 가져왔었는데...'
내가 가져간 복분자 2병, 택술 의~사의 마가목주 1병이 금새 없어진다, 예의 택술 의~사의 멸치, 兵高님의 오이, 사과, 감, 길래 선사님의 말린 과일, 호두등등...
모두들 약간 모자란 듯, 머리 속엔 오로지 전어회 생각뿐???
“전어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12시20분, 재 출발!
12. 새거리 고개의 갈등
점심이랄 것도 없는 새참(?)을 먹은 후 한 10분 가다 보니 방향표지판이 나타났다. 당초 목적지인 낙가산(보문사)까지 3.5 km, 매음리 하산길 2km....
현재 시간 12시30분, 보문사에서 석포리항 까지 가는 버스는 매시 30분 출발이니, 당초 예정대로 오후 1시30분 출발버스를 타려면 1시간 안에 3.5km를 주파해야 한다. 그것도 산길을.... 어쨋거나 선두인 나와 신림 거사는 안되면 2시30분 버스를 탈 요량으로 한편으론 걱정을 하면서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쳐서 낙가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들리는 우렁찬 소리,
"야!. 어데 가노! 요~서 그마 내리 가자!"
"그래, 그만 가자. 더는 인자 못 간다"
제일 후미의 xx 선사, ** 회장님의 거침없는, 당당한 위세에 쫄아든 나, 일일 산행대장,
'그래, 그럼 그라지 뭐, 대장이 뭔 힘이 있나?'
속으로 씨부렁거리며, 이정표 쪽으로 내려와 바로 하산 길로 접어 드려는데, xx 선사가 마침 이정표를 붙잡고 서있던 중년 부부에게 묻는다.
"아저씨, 일로 가모 얼마나 걸리고, 절로 가모 얼마나 걸립니까?”
"일로(매음리 하산길) 바로 내리 가모 한 이십분, 절로(보문사 쪽)가모 한 삼사십분?"
"예! 삼사십뿐요? 확실합니까? 확실하지예? 맞지예???"
거듭되는 xx 선사의 질문에 중년 남자, 옆에 있는 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여보, 맞제?"
"예, 한 삼십뿐 걸릴 낍니다"
재차 거듭되는 xx 선사의 추궁,
"맞지예? 확실하지예?, 그라모 보문사로 가자!!!"
** 회장도 맞장구를 친다.
"그럴 거면 그래 가자! 보문사로!"
이리하야, 그때부터 이날 산행대장은 xx 선사가 되고 그 추종자가 ** 회장이 되었다는 엉뚱하고도 괴이한 전설이 洛加山에 유래 되었다나 뭐래나.....
xx 선사, 이때부터 발걸음이 장난이 아니다. 정말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 회장도 켕기는 게 있는지, 역시 좀 전의 兵高가 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정표가 잘 못 되었던 아니든, 우리 10명은 우쨌든 오후 1시18분에 낙가산 보문사에 도착, 1시30분발 버스를 타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당초 예정되었던 일정 중 보문사 마애불상만 시간 관계상 알현하지 못하고 (대신 축성중인 臥佛象에 절하고) 시계줄상 거의 완벽한 산행 기록을 하나 더 하게 된다.
* 에필로그
대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특히 재봉 선사님, 兵高님의 투철한 희생정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이후의 가을 전어횟집 식사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참고로 가을 산낙지, 숭어, 망둥어 꼬시래기, 전어, 삼식이 매운탕, 소라, 등등에 공부과주와 소주는 절대 안 먹었습니다.)
끝까지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무사히 귀가 하신데 대해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멀리 부산서 참석해 주신 천성일 삼공산우회 특별 대원(?)께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부산, 마산, 기타 지역 친구들도 이번을 기회로 서울 오시면 한번씩 이런 식으로라도 뵈었으면 좋겠네요.
P.S.
이번 산행에 저를 DOOR TO DOOR SERVICE 해 주신 박 대장님, 최 거사님, 권 의~사님께 거듭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