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 번개 관악산행기 - 서덕영
[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8-05-06 10:28:07
[190.5 번개] 관악산 8봉 토요산행기
2008. 5. 5. / 서덕영
1. 산행 일시; '08. 5. 3. (토) 09;00 ~
2. 산행 코스; 과천향교 - (일명)펭귄 능선 - 연주암 - 8봉 능선 - 서울대 입구
3. 참가자; 서 덕영(대장)/ 길래, 병욱, 부종, 정호, 경호. (6명)
4. 날씨: 화창하고 맑음
5월 연휴철을 맞아 삼공산우회 등산 일정이 부산해졌다. 마침 30날 번개모임이 있어 지리산 산행 그룹을 격려하면서 별도로 동우들이 잡은 일정은 관악산 6봉과 8봉을 거치는 토요 산행이다. 과음한 다음날이라 조바심으로 도시락 팍 챙기고 과천종합청사 11번 출구로 나간다. 출장 갔다 잠도 안자고 바로 나온 경호가 일찍 나와 기다린다. 갑자기 사진 걱정이 사라진다. 시사고발 또는 비사를 사진으로 잘 남기는 전문가 아닌가?
9시45분경 어제 약속한 6명이 모여 6봉을 향하여 6봉을 차고 6봉을 휘두르는 과천청사 정문을 지나친다. 젊은 그룹들이 6봉 방향에서 거꾸로 나오면서 하는 말이 5월15일까지 산불방지입산 통제랍니다. 아뿔사! 김새 열 받는 김에 걍~ 아침부터 마걸리로 확 하려다 성질 죽이고 조금 비켜서 과천코스를 타고 연주암으로 가기로 했다.
암릉과 암봉으로 대표하는 관악답게 6봉 규모는 아니라도 오르고 뒤돌아보며 과천이나 서울 남쪽을 조망하는 기분도 일품이다. 미소로 반겨주는 바위들을 사뿐사뿐 저려 밟으며 기어오른다. 땀이 차고 호흡이 거칠어 지면 잠시 물 한 모금 하는 상큼한 기쁨이 이제 5학년인 동우들에게는 소중한 등산각성제가 되었다. 날씨가 좋아 평행하게 올라가는 케이블카 능선을 감상하는 운치도 있다. 6봉 능선을 옆에 두고 묵묵히 올라간다. 다행이 나무숲 그늘이 제법 있어 연주암까지 잽싸게 올라간다.
산등성에 도착할 무렵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 다시 올라가다 부종이와 경호가 연주암에서 길이 어긋나 잠시 기다리며 효령대군 영정이 있는 곳을 자세히 읽어보고 8봉을 찾아간다. 길래가 안내하기로 하고 보이는 길을 따라 서로서로 짝을 지어 올록볼록한 봉우리들이 많게 생긴
능선을 따라 가본다.
12시30분쯤 8봉 입구 쪽이다 싶어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하고, 지난 주 금수산의 힘든 기억에 비하면 오늘은 자리가 호텔보다 안락하다. 칭구들이 뱅거래 둘러앉아 병욱이가 풀어놓는 메뉴에 ‘와~’ 하고 왁자지끌. 우리들의 열변과 함께 길래와 정호의 증권강좌에 봄나물이 익어간다. 술은 다 마셔버렸고 할 수 없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첫 봉우리를 넘었다고 생각하고 우회하는 부종과 경호를 기다리며 천천히 다른 암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로 고함을 질러가며 어렵게 다시 재상봉은 했는데, 부종 왈
“팔봉은 이 길이 아니라 저쪽이란다”
뭬야?? 우리들은 지난날 관악산 다람쥔지 스컹큰지 자랑하는 산우회 모씨가 갈차준 그 길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랄까 잠시 허망했다. 아니 이젠 8봉마저 당하나? 초짜들 열 받는 얼굴 봤던감여? 참고 다시 올라와 진짜 8봉을 사정없이 헤매여본다.
긴장된 발을 부추기며 바위로 쌓아놓은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아슬아슬 손을 바위 틈에 끼우고 한 몸 가쁜하게 들고 바위를 안고 오르는 것을 되풀이하며 ‘이 기분이야’ 하며 팔봉을 지쳐본다. 조금 낑낑대며 올라가고, 정상 같이 생긴 큰 바위와 작은 바위 틈에서 느껴보는 산바람의 미소와 마주칠 때엔 저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걸어 함께 하고픈 기분이다. 함께하는 기분과 홀로된 기분을 모두 보여주는 8봉이었다고.
3시 넘어 기슭에 내려와 서울대 입구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다소 지루한 바위길을 따라 걸어면서 철쭉꽃 축제로 붐비는 관악산 축제를 뒤로하고 내려오니 시원한 생맥주 생각이 절로 난다. 역시 다수의 의견에 따라 맛있는 생맥주뿐만 아니라 화장실 경진대회에서 우승 자랑하는 주인과 예쁜 몽골 형제들이 있는 집에 들러 우리들의 토요산행을 마무리 했다.
이젠 어제와 오늘이 헤깔리는데 산행기억 더듬기가 힘드네. 힘든 몸을 부축이며 기록하는 정신으로 참가한 경호, 순수한 미소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정감 있는 정호, 우리에게 Dream을 갈차 주고 오늘 오리지날 8봉을 찾는 계기가 된 부종, 걸어 다니는 무거운 PC지만 몸은 부메랑같이 가뿐한 길래, 나라발전을 위하여 무역일선의 최전선 부산에서 불철주야이신 병욱, 최근 쫄고로 진급 소식 (본인은 겸손덩어리), 오늘은 술이 좀 모자랐나요? 함께 즐거운 190.5차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