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김포 문수산, 문수산성 탐방기
김포시의 서쪽 끝에 있는 문수산은 한강의 남쪽 수계를 따라 분수령을 이루는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다. 고도(376m)는 얼마 안되지만 평야에 우뚝한 산이라서 보기보다 높고, 산정에 올라서면 김포와
강화도는 물론 조강(祖江 · 한강) 넘어 개풍군의 내륙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문수산성(文殊山城)은 바로 이 산에
있다. 이 성은 한 때 -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 는 육지로 부터 강화도를 지키기 위한, 그리고 또 한 때 -
1866년 프랑스 해군이 침입(병인양요) - 는 한성(漢城 · 서울)을 지키기 위한 전초기지로, 적의 침공 방향에 따라
강화도의 길목이 되기도 하고, 한성의 길목이 되기도 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삼국시대 신라는 테뫼식 - 산정상
에 둘러 쌓는 작은 산성 - 산성을, 조선시대에는 포곡식 - 산 능선을 따라 골짜기를 에워 쌓는 큰 규모 성 - 산성
을 쌓아 지금에 이른다.
지난 주말(5월 30일), 문수산 성곽길을 걷고 왔다. 아침 10시, 김포 월곳 강화대교 앞은 벌써 후텁지근 했다. 5월
과 함께 봄이 가면서 서둘러 6월과 함께 올 여름을 부른 듯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 대중교통 이용 - 3시
간 걸려 도착했다. 산행은 보통 남문에서 시작하는데 남문의 들머리는 두 곳에 있다. 강화대교 앞 평화누리길 들
머리와 조금 더 안쪽에 있는 남문에서 시작해 오르는 길이다. 어느 길이나 조금만 오르면 능선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솔가리 오솔길을 500m 쯤 오르니 능선과 함께 성곽이 나온다. 옛 문지(門址)를 지나 전망대인 정자를 찾
았다. 발아래의 문수골은 초여름 녹음이 벌써 비단처럼 펼쳐지고, 염하강과 강 건너 강화도 도심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곳은 150여 년 전 프랑스 함대가 쳐 들어온 곳, 당시 그들을 맞아 싸우던 우리 옛 군사들의 함성이 골짜
기를 타고 올라오는 듯하다. 홍예문을 오르는 가파른 성곽길은 때 이른 열기에 땀 닦기 바쁜데, 길섶의 땅비싸리
붉은 꽃과 하얀 으아리꽃들은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듯 오히려 더 화사하다.
문수산 산정에 무등타고 앉은 장대(將臺)에 올랐다. 측면 한 칸, 정면 세 칸으로 된 산마루의 장대는 우뚝해 수기
(帥旗)는 없어도 위엄이 넘친다. 사위는 거침없는 일망무제, 김포와 강화는 물론 유장하게 흐르는 조강 건너 개
풍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맑은 날씨답지 않게 시계가 흐려, 어렴 풋 보이는 송악산 등 북녘 산하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쉽다. 다시 건너편 서쪽 봉우리 전망데크로 간다. 성곽은 북문을 향해 돌아내리고, 주능선은
곧장 보구곶으로 내려선다. 정맥의 끝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분기해 안성 칠장산, 수원 광교산, 인천 계양산
을 돌아온 한남정맥이 조강으로 내려서며 그 맥을 다한다.
문수산은 이 외에 볼거리가 또 있다. 산 중턱에서 부터 정상까지, 이 산의 암석은 대부분 퇴적암이다. 어두운 붉
은 빛이 도는 사암(沙岩)과 역암(礫岩)들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산은 옛 한 때에 호수 였을까? 그렇다. 적어도
5만 년 전엔 깊은 호수의 바닥이었던 것이 지각활동에 의한 융기로 지금은 오히려 산이된 것이다. 자연 속에서
는 영원한 것이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문수사를 찾았다. 찻길도 없는 험한 골짜기 위, 한 무리의 인부들이 절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비로전 축대에 기
대선 노거수(老巨樹) 가지에 메달린 풍경소리는 낭랑하고, 표주박으로 마시는 한 모금 관음수는 가슴까지 시리
게 한다. 절에서 문수골을 가로질러 북쪽 능선으로 가는 길은 인적이 뜸했던 듯 아주 험하다. 문수골 북쪽 능선의
조붓한 오솔길은 완만해 하산길의 발걸음 가볍게 한다. 이윽코 마주한 북문. 문루엔 주인 없는 깃발이 나부끼고,
검은 기와지붕엔 초여름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촬영, 2020, 05, 30.
- 문수산성 남문 옆 제2코스 등산로 / 성동검문소 옆
문수산성 종주 < 남문 - 남아문 문지 - 전망대 - 홍예문 - 정상, 장대 - 문수사 - 북문능선- 북문 - 남문>
- 남문
- 솔가리 오솔길
- 남아문 문지봉(門址峰)
- 남아문 문지봉에서 내려다 본 강화대교. 뒤가 강화도
- 문수산성
- 지나온 남문 능선
- 문수산
- 전망대 정자
- 전망대에서 본 염하강과 강화도
- 문수산성 성벽
- 하얀 으아리덩굴꽃과 붉은 땅비싸리꽃
- 댕댕이덩굴
- 홍예문 / 김포대학 갈림길
- 문수산 마루를 배경으로
- 문수산 정상
- 정상석과 장대
- 장대에서 본 남문쪽 성곽
조강(祖江 -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해 서해에 이르는 강)과 북녘 땅 개풍군
- 조강(한강)과 애기봉
- 문수산 정상과 건너편 서봉 전망대
- 문수산 사암(바닥석)과 역암 바위들
- 문수산성과 한남정맥 / 능선 끝은 보구곶
- 문수사
- 문수사의 나무에 달린 풍경
- 북문능선 성곽
- 북문 성곽
- 북문
- 문수골에서 본 문수산
첫댓글 무더위를 이기고서 산행하심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정상석이 새롭게 단장한 것 같아요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