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arSpeller] -
말 그대로 왕갈비다.
일곱 명이 1인분씩만 주문했는데도
왕거니(뼈다귀)는 그냥 남았다.
살이 붙어있는 고기살이 두둑해 보이는 데도 손으로 잡고 물어뜯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12월 11일 일요일 신이문역에서 40년 전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의 모임이 있다 해서 두 번째 참가한 자리다.
직장 옛터 신이문역사 앞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소주 한 잔씩 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조금 먼저 도착해서 양지바른 횡단보도 앞에서 30분은 족히 기다리며 거의 변하지 않은 거리를
음미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약 150m 떨어진 곳에 서너 명이 모여드는 것 같지만 전혀 모르는 분들인 것 같아 눈여겨보다가 낯익은 웃음소리에 뒤늦게 합류를 했다.
하와 반 전기실 검탄실 경리과 운전사 상 차반 대리점 사업자. 그러고 보니 각각의 부서들이 모두 모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사라진 연탄 업종이라서 회사가 없어진 지 30년은 족히 지났을 직장 동료들이다.
물론 어려서도 늘 막내였으니 지금도 막내이긴 마찬가지이지만 다들 해방둥이 전후 세대들이시니 모임에 나오다가 돌아가셨다는 이름만으로도 그의 체취가 느껴진다.
잘 붙은 숯불에 왕갈비가 맛있기도 하지만 이분 저분의 하나하나 전해 듣는 정겨운 이름만으로도 술잔이 저절로 비워진다.
늦도록 본사에까지 함께 근무했던
재무팀장과 입가심으로 500cc
5개나 더 시키며 각별했던 관계의 연결고리를 물고 뜯고 씹기를 즐겼다.
잘 조성된 장미 둑길 4km를 걸어서 돌아오는 길이 아쉬워 벤치에 앉아서 오랫동안 한가롭게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라도 지켜봤다.
'제행무상' 현실세계의 모든 것은 매 순간마다 나고 죽고 변화하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