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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부산(Made in Busan)’ 연극 한 편이 심상치 않다. 2007년 8월 부산의 한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랬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슬슬 뒷심이 붙더니 부산에서 3년 넘게 500회 공연했다. 지난해에는 자신감이 없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오픈 런(끝나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방식)을 선언하며 부산 연극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극단 에저또(대표 최재민)의 창작 연극 ‘묻지마 육남매’가 주인공이다.
‘묻지마 육남매’의 성공은 부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은 북풍을 타고 대한민국 연극 1번지 서울 대학로까지 닿았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대학로에서 변두리 부산 극단에 초청장을 보내왔다. ‘묻지마 육남매’팀은 주저 없이 짐을 꾸렸다. 연극계의 정글 서울에서도 ‘통’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묻지마 육남매’ 는 지난 18일 대학로 우리극장에서 서울 입성 신고식을 치렀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관객 수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진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부산 연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 주말 4회 공연은 전회 극장 좌석 175석을 꽉 채웠다. 성공을 예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묻지마 육남매’는 순도 100%의 ‘메이드 인 부산’ 연극이다.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어려운 시절을 사랑으로 이겨낸 한 가족 육남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웃기지만 우습지 않고,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아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극단 대표이자 이번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최재민(40) 대표가 밝히는 성공 비결이다. 청춘남녀의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판치는 연극판에서 가족의 ‘사랑’과 ‘화해’를 탁월한 솜씨로 버무렸다는 것이 연극을 본 관객들의 평이다.
‘묻지마 육남매’는 전국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5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우리극장 공연 후 5월4~15일 광주에서 공연한다. 이밖에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협의 중이다.
“한갓진 변방에서 만든 연극 한 편이 (서울에)입성했다고 문화지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요. ‘묻지마 육남매’가 성공한다면 자본과 시스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실력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지방연극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성공했다고 말하기 조심스럽다는 최 대표의 말 속에는 부산 연극인의 자긍심이 강하게 배어나온다. 부산 연극이 봄꽃처럼 피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