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 자산 해제
갑자기 왜 이래
우리나라 은행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 간의 수감자 맞교환 협상에서 나온 여파인데요.
스파이 혐의 등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미국인 5명을 석방하고 미국 역시 이란인 5명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훈풍이 불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기로 한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괜찮습니다. 미스터동이 천천히 설명해 드리죠.
이홍영 님. 이란은 ‘불량국가’입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불량국가라고 지칭했기 때문이죠.
특히, 2000년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노리는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이홍영 님도 잘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우방국입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무너지면, 미국은 중동의 영향력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을 제재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 오바마 정부는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통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자금이 될 수 있는 석유·가스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막아섰습니다.
이때 등장한 제재 방식이 ‘세컨더리 보이콧'입니다. 학창 시절 왕따 방식인데요.
'내가 지목한 애랑 노는 애도 왕따시킬 거임' 이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이란에 자금을 주는 기업과 나라도 제재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2017년 이란과 우리나라 양국 교역량은 약 12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란과 교역을 하지 못하게 된 거죠.
묘책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자, 우리나라와 이란은 ‘원화 결제계좌’를 만들게 됩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이란은 우리나라에 원유를 수출합니다. 그 대금으로 달러화가 아닌 원화를 받겠다는 거죠.
어라? 이홍영 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국제통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 달러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라고 하죠.
미국 달러화를 제외하면, 기축통화로 유로화·파운드화(영국)·엔화·위안화 등이 거론됩니다.
그러니까, 기축통화국은 지폐를 찍어내도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GDP 대비 빚의 규모가 크죠.
반면에, 우리나라 원화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기에, 5만 원짜리를 무수히 발행하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어쨌든, 미스터동이 하고 싶은 말은 ‘원화 결제계좌' 자체가 이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란이 5만 원짜리 지폐를 아무리 많이 챙겨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우리나라에서만 돈이지, 밖으로 가져나가면 종이에 불과한 겁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달러 송금길이 막히면서 찾아낸 방법이었습니다. 당시 ‘신의 한 수'로 통했죠.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에 들어갈 달러화 유입을 ‘포괄적 이란 제재법'으로 막았습니다. 그런데 원화라면, 상관없죠.
그래서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원화 결제계좌’에 예치하고요.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수출하는 물품 대금을 원화 결제계좌의 자금에서 지불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우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원화를 해당 계좌에 넣어둡니다.
그러면, 이란은 돈을 빼가는 것이 아니고요. 해당 돈으로 우리나라 삼성전자 컴퓨터와 세탁기 등을 사서 수입하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와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 승인 아래 우리은행·IBK기업은행이 원화 결제계좌로 교역해 왔습니다.
어쨌든, 이란 내에 직접 달러가 들어가지 않으니, 미국 정부의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5년 이란은 핵 개발 의혹이 있는 시설에 IAEA_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기로 하고요.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니다.
이것이 이란핵합의(JCPOA)입니다.
다만, 이란핵합의 타결에도 우리나라와 이란은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교역해 왔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이란핵합의가 파기됩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란 제재를 다시 밀어붙이죠.
더군다나, 이란에 대한 제재 예외를 모두 인정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예외적으로 인정됐던 우리나라와 이란의 원화 결제계좌도 그대로 동결됩니다.
결국, 약 120억 달러의 양국 교역량은 2020년 6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요. 이후, 약 2억 달러 규모로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원화 결제계좌에 약 70억 달러가 동결돼 있습니다. 약 9조 2천억 원이죠.
이는 이란이 보유한 해외 자산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워낙 많다 보니, 이란에 수출하는 물품 대금보다 훨씬 커서요. 해당 계좌에 돈이 계속해서 쌓인 겁니다.
그래서
이란은 줄곧 해당 계좌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됐는데요.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해당 계좌의 돈을 그대로 풀어주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 보니
2021년, 페르시아만을 지나던 한국 화물선을 이란이 나포한 뒤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묶인 돈을 풀어달라고 요구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한국-이란 관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던 동결자금 문제가 미국-이란 수감자 맞교환으로 4년 3개월 만에 해결된 건데요. 이에, 경제 협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이란은 세계 석유 매장량 4위 국가입니다.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그러면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보이는데요.
특히, 이란산 원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