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부인·이웃집 강아지… 알쏭달쏭 이니셜의 14曲
<사랑의 인사>는 누구나 사랑하는 명곡이다. 특히 TV광고나 드라마가 더 사랑한다. 이 곡을 작곡한 에드워드 엘가는 영국의 대표적인 국민음악 작곡가다. 영국의 국민음악은 민족적이라기보다는 시골이나 전원풍경이 생각나게 하는데, 엘가의 음악은 누구보다도 ‘영국적’이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생각하는 곡을 여러 개 작곡한 엘가는 <사랑의 인사> 외에 <위풍당당한 행진곡>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음악은 이 곡들이 아니었다. 그는 9세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서 그녀의 지지와 후원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부인 앞에서 피아노 즉흥연주를 시도했다.
그는 피아노 건반을 눌러댔지만 선율이 원하는 데로 가지 않았고 결국은 부인에게 들어야 할 말을 듣게 되었다. “그게 뭐예요?”라고. 다른 사람들 같으면 멋쩍게 웃었겠지만, 자존심 강한 이 연하남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도 몰라.” 그리고 자신에게는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이 멜로디로 나중에 뭐라도 만들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의 이상한 선율은 자신이 나중에 풀어야 할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다. 그는 얼마 후 이 선율을 가지고 짤막한 14개의 변주, 즉 변형된 멜로디들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다.
이것이 엘가를 세상에 널리 알린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이 곡들은 모두 가족과 주위의 친구들을 상징하는 독특한 이니셜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누구를 묘사한 것인지 알아맞히게 했다. 정말로 수수께끼를 만들어낸 것이다. 첫 번째 곡의 제목은 ‘C.A.E’로 이 곡을 작곡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부인 이름의 약자다. 이런 식으로 14곡에 모두 제목이 붙어 있다.
친구나 이웃집 사람, 심지어는 옆집 강아지까지 묘사되어 있고, 어떤 곡은 누구를 상징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다. 또 그냥 이니셜이 아니라 더 복잡한 수수께끼도 있다. 9번째 곡 ‘님로드(Nimrod)’는 자신의 친구인 예거라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예거가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하고, 님로드가 성경에 나오는 사냥꾼을 뜻해 이를 제목으로 붙인 것이다.
9세 연상 부인 앞에서 피아노 즉흥연주를 시도한 그는 피아노 건반을 눌러댔지만 선율이 원하는 데로 가지 않았고 결국은 부인에게 들어야 할 말을 듣게 되었다“. 그게 뭐예요?”라고. 이 곡이 훗날 엘가를 세상에 알린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하지만 그가 병으로 기력을 잃었기 때문인지 음악은 매우 부드럽고 평온해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니 처음에 적응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이 곡부터 들어보는 것도 좋다.
‘X.X.X’라는 곡도 있는데, 이것이 상징하는 대상이 사람인지도 확실치 않다.
마지막 14번째 변주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엘가 자신을 묘사한 곡이다. 그리고 엘가는 진짜 수수께끼를 집어넣는다. 이 곡 안에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곡 전체에 아주 유명한 음악의 선율을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에 음표들을 퍼뜨려 놓았기 때문에 알아맞히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아직도 후세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정확히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예술가가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애정을 음악으로 표현해냈고, 결국은 그들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까지 그려냈다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수수께끼는 당사자뿐 아니라 후세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