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그리스도를 애도하는 두 천사 (1618)
구에르치노
구에르치노(Guercino, 1591-1666)의 본명은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ni Francesco Barbieri)로
페라라와 볼로냐 중간에 위치한 작은 도시 첸토(Cento)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 사고로 눈에 상처가 생겨
‘사시’라는 뜻의 구에르치노라는 별명이 붙었고,
독학으로 그림을 익혀 화가가 되었으며,
1642년 귀도 레니의 사망으로 볼로냐 지방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가 되었다.
그는 카라치(Carracci)의 자연주의적인 회화에 영향을 받아
고전적인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했지만
카라바조(Caravaggio)풍의 강렬한 빛의 명암대비를 그림에 겸비해
베네치아 풍의 화려한 색감에 극적인 빛의 효과와 강한 감정 표현법을 결합시켜
서정적이면서도 힘이 넘치는 바로크 미술을 탄생시켰다.
그가 1617-18년경에 그린 <죽은 그리스도를 애도하는 두 천사>는
런던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구리판에 유화로 그려진 작은 크기의 작품이다.
구에르치노는 누드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다른 화가들과 함께 실제 모델을 두고 습작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하얀 수의 위에 편안하면서도 숭고하게 누워 있는 예수님의 몸도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사실적으로 그렸을 것이다.
하얀 수의 위로 드러난 예수님의 몸은
빛을 가득히 받아 금빛 진주처럼 말고 투명하며,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한 예수님의 몸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상징한다.
그분의 손과 발에는 못 자국이 보일 듯 말듯 아물어 있고,
창에 찔린 그분의 옆구리의 상처에도 피가 흐르지 않는다.
그분은 당신의 상처로 세상의 죄를 깨끗이 씻었기 때문이다.
구에르치노는 예수님의 몸에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만들어내어
마치 곤히 자고 있는 사람처럼 예수님의 죽음을 신비롭게 표현했다.
만약에 예수님을 바라보며 애도하는 두 천사가 없었더라면
‘예수님의 휴식’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될 만하다.
그러나 두 천사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사들의 코끝은 붉게 충혈 되어 있고,
깊은 슬픔은 그들의 눈시울과 귀 끝까지 전달되어
눈과 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천사들은 인류를 위한 그분의 엄청난 사랑에 손을 맥없이 놓아버렸고,
보라색 옷을 입은 천사는 머리를 들고 있을 힘마저 잃은 듯
무릎을 꿇고 머리를 손 위에 올려놓고 있다.
또 천사들의 퀭한 시선은 죽음에 대한 깊은 묵상에로 이어지고 있다.
예수님은 왜 죽으셨을까?
예수님의 죽음이 왜 휴식처럼 느껴질까?
천사들의 묵상은 검푸른 하늘빛과 어우러져 어둔 밤을 체험케 하고,
예수님의 머리를 감싸며 서서히 밝아오는 희고 푸른 광채는
죽음이 마지막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림 전체에 퍼져 있는 예수님의 수의와 수건,
춤추는 것 같은 천사들의 날개와 천사들의 소매가 모두 흰색인데,
이것은 믿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죽음을 바라보아야
십자가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카라치의 색체주의와
카라바조의 명암대비와 세부묘사를 결합하여
귀도 레니의 차가운 우아함을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