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우전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코로나로 인해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님께서 좋으신 분이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기도로 인해 이 상황은 하느님의 선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기도에 매진하는 사순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만한 좋은 자료 두 개를 보내드립니다. 첫 번째 자료는 이틀 전 한국 주교단이 성 요셉 대축일에 발표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과 한국 천주교회 신자분들께 드리는 담화”입니다. 두 번째 자료는 3월 11일 날짜로 배포된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님의 ‘미사 없는 사순절을 보내며’라는 담화문입니다. ‘주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아멘.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과 한국 천주교회 신자분들께 드리는 담화
사랑하는 한국 천주교회 신자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일시적으로 유보한 채, 각자 광야 한가운데를 걷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개별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방송 매체를 통해 미사에 참례하며, 또한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신자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러한 재난과 시련의 시기는 성찰과 성숙의 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힘을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속죄와 회개의 사순 시기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지금의 희생과 고통을 기쁘게 이겨 내고, 믿음을 잃지 않으며 희망하는 가운데 서로 힘이 되어 줍시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희생자와 그의 가족,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이가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주십사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정성을 다해 기도합시다.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죄와 죽음의 어두움을 물리치시고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 주신 외아드님께서 곧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실 파스카 축제를 준비합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5-6 참조).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근심과 걱정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염 때문에 겪게 되는 사회적 격리는 물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피해가 늘어나고, 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뛰어난 진단 능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시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하여 일부 국민에 대한 비평과 원망이 없지 않았지만, 위기 때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해 왔듯이, 이번 코로나19에 맞서서도 우리는 뜻을 모으고, 확산 방지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미덕을 실천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연대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은 이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겨워하는 다른 나라에 좋은 표양이 되고 있고, 많은 국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사재기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원봉사에 발 벗고 나서며, 정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노력에 따른 결과입니다.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세계에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 위기를 함께 이겨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0년 3월 19일(성 요셉 대축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사 중단에 관련한 전주 교구장 담화문
미사 없는 사순절을 보내며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우리 교구는 이번 사순절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도 미사도 없이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코로나19의 급속적인 확산으로 말미암아 교구민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구가 부득이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교구의 이런 결정을 널리 이해해주시고 적극 협조해주신 교구민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미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전례헌장 11항)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미사에서 신앙생활의 온갖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미사를 통해서 형성되고 성장하며, 나아가 스스로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한국천주교회는 박해 중에도 전쟁 중에도 미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사가 갑자기 중단되어 교우 여러분이 크게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아니 예기치 않게 삭막한 광야에 내쳐졌다는 느낌마저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것도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특별히 묵상하는 사순절 벽두부터 십자가의 죽음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미사를 봉헌할 수 없었으니 무척 마음 아프셨을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교우 여러분 한분 한분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미사 없이 사순절을 지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순절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먼저 교중미사 시간에 교우들로 가득해야 할 성당이 텅 비어있는 모습은 성금요일을 연상시킵니다. 이번 사순절에는 성전의 십자가가 가려지고 제대가 벗겨지고 감실이 비워진 성금요일이 줄곧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광야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미사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며 미사에 대한 갈망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하느님을 향한 영적 갈망이 크게 샘솟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는 교우 없이 홀로 미사를 봉헌하면서 교우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교우들도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각각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위해 모든 교구민이 정말 한마음이 되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각들과 모습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특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위기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려운 우리의 처지를 속속들이 아시며, 이를 극복하도록 분명 더 풍성한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 그리고 이런 시련을 통해 우리에게 더 좋은 것도 베풀어주십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기도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움을 인내하며 이겨냅시다.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히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내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합시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게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감염으로 인해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
서도 환자들을 돌보고 감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립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인 불안,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배척과 혐오, 혼란 등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고 또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틀림없이 들어주실 것입니다.
교구민 여러분, 사순절의 근본정신은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을 받으시고 목숨을 바치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에게서 그토록 큰 사랑을 받았으니, 우리도 이웃을 특히 어려운 이웃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마음으로 함께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돕는 데에도 정성을 모읍시다. 자선은 주님께서 즐겨 받으시는 제물입니다. 그리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주님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도록 준비합시다.
2020년 3월 11일 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
첫댓글 네 ^^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