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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이야기
너무나도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비 갠 뒤의 청명함이 한껏 돋보이는 맑고 선선한 아침이었습니다.
호수 건너 산이 어찌나 가깝고 푸르른지, 그 걸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아침을 만끽하기에는,
배를 타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배에는 물이 많이 고여 있었습니다.
일단 물을 퍼낸 다음에 격을 타라고 불렀더니, 산장 집 주위의 뭔가 먹을 걸 찾는지...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며 안 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며 불렀더니, 그제야 달려오기에,
"너 이러면, 다음부턴 안 데리고 다닌다!"하고 한 마디를 해주었는데, 알아나 들었을까요?
그렇게 노를 저어가는데, '夢想?'의 가느다란 솟대가 지붕 너머 파란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과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어 보였습니다.
이런 날도 흔치 않은 것이라, 나는 이미 카메라를 챙겨나갔기 때문에, 사진이라도 찍어두자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러나 배가 물결에 움직이는 바람에 (개까지 왔다갔다하는 바람에)사진이 잘 찍혀졌는지는 모를 일이지만요.
어쨌든, 나중에 현상해 보면 알게 될 일입니다만, 그 풍경은 참 멋졌습니다.
그렇게 싱그럽고 푸르른 세계를 감상하며 호수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격이 낑낑대기에,
"그럼, 수영해서 가거라."
개가 알아듣는지 아닌지(나는 요즘 개에게 그런저런 말을 하며 삽니다.)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는,
'정말, 개에게 수영이나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에 밀어 넣어보려고 하니... 개가 꼬리를 내리고 배 안에 납작하게 엎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한 번 당했던 터라, 이제 그런 눈치를 알아차리던 것입니다.
그 때, 호주머니에 넣고 가던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서울의 친구 구 병태였습니다.
그렇잖아도 내가 배를 타고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나 약올리려고 작정을 했군, 했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아침 일찍부터 일과를 시작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잠깐 짬을 내어 전화를 걸어왔다며, 정말 나 있는 곳에 와서 며칠 숨어있다 가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 전화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그림이 저절로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는... 그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오늘 같은 아침은, 상큼한 바람이 부는 비 갠 날 아침에 호수 위에서 배를 저어가는 사람과, 서울의 한 직장에서 잠깐 짬을 내 전활 거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그러기도 했던 듯싶습니다.
그러니, 실은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다시 노를 저어 가는데, 개는 배 턱에 앞발을 올려놓고 건너편 뭍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뭍은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젓는 노를 멈추고, 개를 잡고 꼼짝 못하게 하고서는,
"수영을 한 번 해 보거라!" 하면서 물에 집어넣었습니다.(첨벙 던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물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은 거지요.)
그랬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개는 헤엄을 치며 호수 둔덕에 닿드라구요. 그래서 안심을 하고 나는 노를 저어 뭍으로 다가갔는데, 개는 내가 가는 쪽으로 뛰어오다가 또 언덕으로 달아나며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배를 대놓고, 나는 '양떼바위'(호수의 물을 빼면서 드러난 '夢想?' 쪽에서 보면, 양 몇 마리가 움직이는 형상의 바위여서 내가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쪽으로 가서 호수 건너 편 우리 마을을 카메라에 담은 뒤, 제일 높은 바위에 걸터앉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리 저리 뛰놀던 격은 내가 바위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자, 내 주위에서 많이 떨어지려고 않더니, 어느 사이 내 뒤에 와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상쾌했습니다.
눈 앞의 모든 세상이 맑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법 센 바람이 불어, 호수의 물결이 상당히 거칠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잔잔한 호수의 물도 좋겠지만, 움직이는 모습도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 바람에, 하늘의 구름들은 두리둥실 떠가고... 쓰고 있던 내 모자는 뒤로 젖혀졌습니다.
센 바람에 기분은 더 없이 상쾌했지만, 물결 때문에 돌아갈 일이 조금 걱정스럽긴 하드라구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물결이 높아, 마치 파도치는 양... 둔덕의 바위를 찰싹찰싹 때리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둔덕을 조금 걷는데, 격이 여전히 내 곁에서 멀리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겁을 먹은 표정인 것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얘가 철이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잠깐 바람이 자는지, 물결이 낮아진 것 같아... 돌아가려고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격이 먼저 가는가 싶었는데, 배를 지나 뛰어가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내가 떠나려고 격에게 배에 타라도 하는데도, 이 놈의 개는 배에 탈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오늘따라 재가 왜 저런다지?' 하면서,
"격!" 하고 큰 소리로 불렀더니(요즘엔 큰 소리로 부르면 내가 화가 난줄 알고 바로 달려오기 때문에...) 배로 뛰어 오더니, 턱에 다리만 올려놓다가 다시 도망치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너, 그러면... 떼어 놓고 간다."
그런 말을 하면서 다시 불렀더니, 이번에는 껑충 배에 올라탔습니다.
그래서 내가 노 한 쪽으로 흙을 밀어 떠나려는데, 개가 다시 조르르 배 말미로 가더니... 껑충 뛰어 내리는 겁니다. 배 타기가 싫다는 것이지요.
"너, 맞어!" 소리를 쳐도 나를 바라보며 꼬리만 흔들 뿐, 배에는 올라 타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나는 노를 저어 나갔습니다.
개는 나만 바라보고 물에 앞 발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다시 뭍으로 배를 댔습니다.
그런데도 개는 배에 올라 타지 않았습니다.
"너, 나 약 올릴래?"
그 때 몇 마린가 산까치 한 무리가 날아갔습니다. 서너 마리는 호수를 건너며 날고, 두어 마리는 둔덕의 나무에 잠깐 멈춰 앉았습니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격은 그들을 쫒아 달려가더군요.
'요 녀석, 너 한 번 혼나봐라.' 하면서,
"그럼, 정말 간다." 하는 동시에 나는 다시 배를 띄웠습니다.
그렇게 배가 조금씩 멀어지자, 날아간 새를 쫒던 격은 사태를 파악했는지... 내 쪽을 내내 지켜보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격, 헤엄쳐서 올라면 와!"
물론 '다시 갈까?' 하기도 했지만, 나는,
'너도 니 의지대로 한 번 해보고, 니 스스로 알 것은 알아야 한다.'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 노를 저어 나갔습니다.
그러자 점점 멀어지던 개는 물가를 왔다갔다하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수영해서 와!"
그런 말을 하며 나는 반대편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속이 탈 개에게선 점점 멀어졌던 거지요.
멀리 검은 점(격) 하나가 이리저리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나는 마을 쪽 '夢想?' 둔덕에 배를 댔습니다.
그렇게 배를 대놓고 올라오는데 보니, 산장 아저씨가 밭에서 뭔가를 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 쪽으로 갔습니다.
"개를 건너 편에다 놔두고 왔습니다."
"왜?"
"요 녀석이 배를 안 타려고 해서요."
"그려? 수영헐 주 알틴디?"
"예, 하긴 하는데... 지난번에 보니, 조금 하긴 하드라구요... 그래도 워낙 겁이 많아서, 지 스스로는 헤엄쳐서 건너오진 못할 겁니다. 지금 저기 호수 건너편에서 왔다갔다하며 애타 하고 있거든요. 사람이나 개나, 자기 하는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하고, 또 어떤 때는 조금 강한 면을 가져야할 것 같아서요......"
그런 말을 하면서 문득, 그런 나는 엊그제 뱀 때문에 그 아저씨를 부르고 난리를 치다가 잠도 못 자고, 그 집에 가서 잤던 게 떠오르면서는... 스스로 민망해지기도 하드라구요.
그러자 산장아저씨는,
"그려도 개는 영리한 동물이라, 다른 디로 도망가지는 않을 거여." 하셔서,
"예, 그래서... 이따가 데리러 가려고 배를 저쪽에 대 놓았거든요." 했는데,
아저씨는 내 얘기가 재미있는지 약간 웃음을 지으시면서 밭일을 계속 하셨습니다.
그 길로 '夢想?'에 돌아와, 세탁기에 있던 빨래를 꺼내 널고, 마당의 풀을 조금 뽑고... 그러면서 틈틈이 호수 건너편을 보니, 검은 점 하나가 호수 선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방향의 둔덕으로 뛰어가더니, 그 너머 마을 쪽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알아서 해라!'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집 할머니 댁에 들렀더니,
"왜 개를 거기다 놓고 와?" 하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할머니는 마루에 앉으셔서 내가 하는 것을 내내 다 지켜보고 계셨나 보았습니다.
"개가 말을 안 들어서 놓고 왔어요."
"누가 집어 가면 어쩔라고?"
"누가 집어가요... 못 갖고 가요, 할머니."
"그런다고 거기다 놓고 오믄 어쩔라고 혀?"
"지 맘대로 해보라고 그런 거예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 행동엔 책임을 져야합니다."
할머니는 내 얘기를 들으시며 웃으셨습니다.
"어? 저 놈 봐라. 안 도망가고 계속 왔다갔다 허네... 크게 불러 봐. 헤엄쳐서 건너올지 모르잖여..."
"개가 겁이 많아서, 그렇게는 못해요."
할머니 눈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까지 다 보셨다는 걸 보면......
지난 번에 수술을 하신 게 이제 완전히 나아진 모양이지요.
"아무튼, 이 놈의 개, 실컷 애 좀 태우게 한 뒤, 나중에 데리러 가지요, 뭐......"
"어서 가서 데려와."
"아니에요, 할머니. 한 번 혼나 봐야 다음에라도 말을 잘 듣겠지요."
할머니도 재밌다는 듯 까르르 웃으십니다.
그럭저럭 점심때가 가까워졌습니다.
'밥을 할까?' 하다가, 점심 먹기 전에 가서 개가 어떤지 확인하리라며 다시 배를 띄웠습니다.
이제 두어 시간은 애를 탄 개가 정신이 번쩍 들어있을 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겁을 먹고 배에 안 타려고 한다면,
나도 단호하게 다시 개를 떼어 놓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어차피 저녁 때나 가서 데려오면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단호하면서도 냉정한 사람 같습니다.
그런데 배가 호수 가운데 쯤 지나고 있을 때 보니, 양떼 바위 뒤에 검은 점이 있어서,
"격!" 하고 부르니 바위 위로 올라서드라구요.
개도 내가 배를 타고 가는 걸 확인했는지, 계속 나를 주시하면서요.
그렇게 배는 호수 가운데를 조금 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그런 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격!" 하고 한 번 더 부른 뒤,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다시 노를 저어 가다 또 다시 카메라를 집어들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
개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겁니다.
아니, 그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뭍에 가까워지자, 개가 용기를 내어... 나에게 오려고 스스로 물속에 몸을 집어넣었던 것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 딴에는 서둘러 주인(나)에게 가려했던가 보았습니다.
격의 까만 머리만 물 위에 보이면서... 조금씩 배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사히 여기까지 올까?'
오히려 당황한 건 내 쪽이었습니다.
사실은, 내가 그 둔덕에 가까이 간 뒤 개가 배에 타려 하면, 도망치듯 배를 개에게서 멀리 떼어놓을 생각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지가 스스로 헤엄을 치며 나에게 다가오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 밖의 일이었거든요.
평소에도 워낙 겁이 많은 녀석이라......
그러니,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정말 믿어지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나는,
'개를 마중하기보다는 차라리 배를 더 멀리 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를 저어 오던 길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격은 천천히 헤엄을 치며 호수를 건너며 배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개와 나, 호수와 배...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개가 헤엄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셔터를 눌렀는데, 개도 움직이고 배도 움직여서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에게서 일정한 거리는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노를 젓느라 또 바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언뜻 마을 쪽을 보니,
키큰 아저씨가 산장집 쪽에서 '夢想?' 쪽으로 가시면서 우리 모습을 눈여겨보시는 것 같았고, 때마침 뒷집 청년의 차가 '夢想?' 앞에 서더니... 그도 나와 호수를 바라보드라구요.
그 틈에도 나는 손을 번쩍 들어보였습니다. 키큰 아저씨께 인사를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나서도 격과 나는 묘한 긴장감으로 마치 호수에서 경주하는 듯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힘이 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안 되지 않았지만,
'그래, 끝까지... 니 힘으로 다 해결해 보아라.' 하는 훈련을 시키겠다는 내 의지도(?) 강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왔는데...
어?
갑자기, 격이 배를 따라오는 게 아니고, 산장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영리한 녀석이... 내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기를 건져 올릴 기색 없이 계속해서 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거기서(자신이) 보기에 거리상으로 가까워 보이는 산장 쪽으로 방향을 바꿨던 것입니다.
원래는 '夢想?' 쪽 둔덕으로 배를 몰아 개를 그 쪽으로 유인하려고 했는데,
개는 자신의 판단으로, 보다 가깝던 산장 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하는 수 있습니까? 이제는, 내가 개를 쫒는 상황으로 바뀌었던 거지요.
그러면서도 나는 격에게 격려를 하고 싶었습니다.
"격, 이쪽! 그래... 그래 그래..."
늘 내가 격을 부를 때 내는 소리,
"쓰!" 하고 혀를 이용한 소리를 내면서,
나 역시 점점 산장 집에 가까워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나는 그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어, 다시 카메라를 들었는데... 그 것도 복이라고,
하필이면 그 순간에 필름이 떨어졌는지, 삐- 하는 신호음이 들리드라구요.
나는 다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삐 격을 쫒았습니다.
"격, 그래, 이쪽으로, 이쪽으로..."
당황한 듯 긴장한 듯, 아니면 조금은 힘에 겨운 듯... 개는 머리만 내 놓은 채 서서히 뭍으로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노를 힘차게 저어 다시 격을 추월해서, 산장 집 둔덕 쪽에 배를 댔습니다.
이어서, 긴 여정의 격이... 발이 땅에 닿는지, 몇 발짝 걸어서 물속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에 흠뻑 젖은 격의 몸통은 평상시의 반쪽밖에 안 되더라구요.
순간 나는 감동 먹었답니다(?).
'장하다, 내 개!' 속으로 그런 탄성을 올리며,
털이 몸통에 찰싹 달라붙어 왜소한 몸으로 변한, 오래 찬 물에 있다가 나온 개를 안아주려고 팔을 다 벌렸습니다.
아이!
그런데 이건 웬일이랍니까?
그 순간, 물에 쫄딱 젖어있던 개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나에게 통째로 물세례를 안겨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이 녀석아!" 하고 나는 소리를 쳤는데,
그 때였습니다.
"하- 하- 하- 하..."
산장 집 원두막 느티나무 아래서 그 모든 걸 다 지켜보고 계셨던 듯, 산장아저씨가 너털웃음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인간들의 분위기도 모른 채 몸을 부르르 떨어 나에게 물세례를 안겨준 격을 껴안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혀로 핥고 꼬리를 치며 난리였을 텐데, 힘에 겨운지... 격은 몸동작 전혀 없이, 다소곳이 지친 숨만 몰아쉬고 있드라구요.
나는 개 몸의 물기를 쓸어 내렸습니다.
"야, 인간... 아니 개의 승리다!"
나는 기뻤습니다. 그리고 감동했습니다.
내 개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꽤나 긴 호수를 자기 힘으로 건너 온 내 조그만 영웅!
아무리 니 이름이 '격'이라지만, 이 순간부터 나는... 너에게 한 '격'을 높여 대우하리라! 니 이름은 정말, ‘격’이로구나!
조금은 놀라 어리벙벙한 듯한 개를 안고서... 나는 잠깐 행복했습니다.
이 마을의 몇몇 이웃들이 호숫가에서, 그런 나와 격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쳐있던 개를 태우고 다시 노를 저어 '夢想?' 쪽 둔덕으로 향했습니다.
어쩐지 개를 집이 있는 곳까지 편하게(?) 태워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격은 몸의 물기를 털어내려고 자꾸만 몸을 움직여 물이 튀게 만들었지만, 평소처럼 난 개를 나무라지는 않았습니다.
녀석도 노를 젖는 내 팔을 몇 차례 핥았지만, 그마저도... 내버려두었습니다.
순간, 나는,
이 '호수 이야기'에,
쿵! 하고...
어디선가 멋진 효과음향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서 그러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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