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에서 범세계적 확산
고성의 새로운 문화 특산품, 디카시
디카시의 발원지 경남 고성은 경상남도의 중앙 남부에 위치해있다. 동쪽에는 마산, 북쪽에는 진주, 서쪽에는 사천, 동남쪽에는 통영에 연접해 있고 남쪽에는 남해의 한려수도가 펼쳐져 있다. 전체 면적은 517㎢이며 인구는 5만 7천 명 가량이다. 산야가 많고 산야에 비해 농지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농산이 주력이며 이를 바다의 수산이 뒷받침 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러 농작물 외에 송이버섯과 산딸기가 특산물로 알려져 있고 해산물이 넉넉한 편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연화산에 오르면 남쪽으로 당항포의 쪽빛 바다가 시야를 채우고 연봉 속에 묻혀 있는 옥천사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다.
고성의 문화 가운데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라는 상당히 긴 명칭을 가진 문화축제다. 이학렬 전 군수가 재직하던 시기, 관민이 심혈을 기울여 일구어낸 전국적 명성의 볼거리요 체험거리다. 군 관내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5천여개 공룡 및 알 화석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학술적 차원을 넘어 관광산업으로 육성했다. 기실 공룡 화석의 분포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져 있지만, 고성이 이를 선점하고 브랜드화 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산 경우다. 또 하나 오랜 옛날부터 고성읍에 전승되고 있는 탈놀이로서 그 이름이 유명한 '고성오광대'가 있다. 이는 낙동강서편의 여러 곳에서 유행하고 전승되다가 고성으로 수렴된 것이다.
고성오광대는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정월대보름에 연희가 이루어졌으며, 그 7~8일 전부터 연희자들이 연습하여 명절날 군중 앞에 장터놀이 형식으로 공연했다. 원래의 탈춤이나 가면극이 가지고 있는 비판 및 상징의 기능과 더불어,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형식으로 당대의 인심과 세태풍속을 자유자재로 담아냈다. 고성의 문화 당무자가 더욱 관심을 갖고 동시대에서의 부양에 진력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이는 지금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고성의 문화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유적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 문화에 대한 성숙한 인식은 곧 그 지역의 정신적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 고성의 새로운 문화 특산품으로 떠 오른 문학 장르가 하나 있다. '디카시'라는 이름을 가진, 영상 문화와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형식의 시 창작 운동이다. 이 명칭은 글자 그대로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뜻깊고 인상 깊은 장면을 순간포착으로 촬영하고 거기에 몇 줄 촌철살인의 기개와 감응을 가진 시적 문장을 덧붙인다. 누구나 그 창작의 현장에 뛰어들 수 있고 누구나 이를 즐거워할 수 있으며, SNS 시대의 경로를 따라 동호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영상문화의 시대에 최적화된 문예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모로 보아도 이 새로운 시작의 방식이 위축되거나 패퇴하는 법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이 디카시의 발원지가 우리 고성이고 그렇게 '디카시'라고 호명하면서 장르를 개척한 시인은 이상옥 교수다. 그는 군내 마암 출신이며 마산 창신대학 교수로 오래 근무하다가 중국 정주경공업대학과 베트남 메콩대학의 교수로 있었다. 마암의 시골집에서 마산의 직장까지 출퇴근하면서 2004년에 연도의 풍경을 디카시로 창작한 「고성가도』시집을 상재했다. 이를테면 디카시집의 효시다. 그런데 이 디카시 창작의 열풍이 삼남 일대를 거쳐 전국을 순회한 다음,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 확산되는 놀라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거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몇 가지 까닭이 있다. 우선 이 시의 형식이 어렵지 않고 동시에 경박하지 않으며 우리의 일상을 감명깊게 닦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체육에도 본격적인 기량과 기록을 다투는 운동경기가 있고, 평범한 시민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생활체육이 있다. 디카시는 이른바 '생활문학'의 모범이다. 동시에 글로벌 시대의 날개를 달고 출발한 미국 시카고의 디카시연구회나 중국 정주의 디카시공모전 같은 국제교류 행보는 밝고도 푸른 신호등에 해당한다. 고성이 낳은, 고성의 이름을 빛낼 새로운 문화적 특산품의 면모가 약여하다. 고성 더 나아가 경남 지역의 관민이 함께 손잡고 이를 부양하고 양육해 가야 할 이유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28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