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체류기 20> 9월 21일 금요일
지방에서 근무하는 병리사분들의 일주일간 수련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섭니다. 무려 1,500km나 떨어진 먼 곳에서 오직 제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병리사분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한국에서 제주도 발 비행기를 타고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와 배움의 열정을 태우던 연수생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과연 이번 강의가 이분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목마름은 무엇일지 알아보기 위해 병리사 1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세미나 설문 조사 결과
1. 장비의 현대화가 시급한 현장
지방 병원에서 근무하는 병리사들은 자동/반자동 미세절단기(Microtome), 자동 조직 처리기(Tissue Processor), 고압멸균기(Autoclave), 시약용 유리용기, 그리고 동결절단기(Frozen Microtome) 같은 신형 장비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써니(Sanny)'라는 오래된 일본산 절단기를 사용 중인데, 조직 절편(Ribbon)이 너무 두껍게 잘려 특수 염색용 슬라이드를 만들기에는 여건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었습니다.
2. 지속적인 교육 기회의 절실함
참석자들 모두 이 세미나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기를 강력히 원했습니다. 수도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의학 정보에서 소외되기 일쑤고, 평소에 병리사를 위한 전용 세미나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전문기술과 실무에 대한 깊은 갈증
다른 기술보다도 면역조직화학염색(Immunohistochemistry)과 특수 염색법에 대해 더 깊이 배우길 원했습니다. 아울러 밥 염색법(PAP stain)을 이용한 유방 세포학 염색, 실험실 장비의 자체 보수 방법, 그리고 조직검사실 인력 관리에 대한 교육 수요도 높았습니다.
4. 교재 제작에 대한 바람
세미나에서 다룬 모든 강의 내용이 담긴 정식 강의록 책자를 전달받기를 희망했습니다.
통역을 도와준 앙키 박사(Dr. Enkhee)의 안내 덕분에 이번 수련의 전체적인 성과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출석 명단을 확인해 보니, 제가 몽골에 체류하는 한 달 동안 보건부 산하 국립 병리 센터(Pathology Center)를 비롯해 지방 병원 소속의 병리의사 41명과 병리사 37명이 참여했습니다. 총 4개 팀으로 나누어 팀당 3박 4일씩 밀도 있는 수련을 완수해 낸 것입니다.
이번 방문 기간 중에는 병리 센터뿐만 아니라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그리고 모자병원에 마련된 강의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과정을 수료한 분들에게는 연수증을 수여하였는데, 이는 한국의 의료인 연수 평점 관리 제도와 유사하여 현지 의료진에게도 매우 뜻깊고 귀한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1,500km라는 아득한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눈을 반짝이던 병리사들의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들의 열정 덕분에 제 마음에도 따스한 보람이 가득 차오르는 아침입니다.
첫댓글 박노원 박시님의 헌신에 "WTO를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