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됐습니다. 시 부문은 임수련씨(본명 임외자)의 '떡갈나무 약국', 단편소설 부문은 박정원씨(본명 박정선)의 '내일 또 봐요'가 각각 당선작으로 뽑혔습니다.
지난해 12월13일 마감된 이번 영남일보 문학상에는 시 1천335편, 단편소설 121편이 각각 접수됐습니다. 이들 중 시 83편, 단편소설 13편이 예심을 통과했습니다. 예심은 장하빈·손진은(이상 시)·이연주·우광훈씨(이상소설)가, 본심은 이기철·최동호(이상 시)·염무웅·이인화씨(이상 소설)가 각각 맡았습니다.
떡갈나무 약국
임수련
밤새 앓고 난 후엔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케챱은 맛있어 인도사이다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대며 떡갈나무약국을 찾아가죠 솜털 가운을 걸친 새들 자잘한 열매 알약들과 이슬 드링크 들고 분주하고요 떡갈잎 의자에 앉아 깔깔대는 노란 햇살들 눈꼽 씻은 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 소파 꼬마전구 도토리알 켜져있는 조제실 구석에선 약봉지 바스락대는 사슴벌레랑 무당벌레의 그루잠도 훔쳐볼 수 있어요
당신도 어디 아프신가요?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거리며 향과 색과 소리들이 화답하는 떡갈나무 약국을 찾아가 보시죠 어린 살결처럼 싱싱한 푸른그늘 대기실에 앉아 깨알같이 쓰여진 마음의 처방전 읽고 있으면 어떤 상처도 아물게 한다는 까만 눈속에 당신을 태운 다람쥐 한 마리 지구보다 더 너른 나무의 세계로 안내해 드리고요 떡갈나무약국의 주인장 오색딱따구리와 구름트럭 끌고 약배달 온 빗방울의 경쾌한 대화도 들을 수 있죠
가끔 늦은 시간에 찾아가면 밤의 이마에 새겨진 따갑고 노란 눈동자들 등을 파고 들고 약국 처마의 기둥들이 굵어지는 걸 볼 수도 있는 곳 참 그곳엔 그 기둥들도 혼신으로 즙을 짜낸다는군요 마음이 푸석하게 부어올 땐,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케챱은 맛있어 인도사이다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대며 떡갈나무약국을 찾아가봐요
<당선 소감>
나에겐 깊고 푸른 골짜기가 있어요 많은 생각과 낱말들 촉루처럼 흩어져 있는. 어떤 힘에 끌려 난 그 골짜기로 가서 자주 뒹굴고 있는 뼈들을 바라보죠 푸른 이끼 깔고 앉아 성근 이빨 꾸욱 깨물고 동굴 같은 텅 빈 눈은 들고 힘줄과 살 입히고 생기 불어넣어* 달라며 눈물 뚝뚝 흘리는 캄캄한 촉루의 눈빛 몰랐어요, 나는 어떻게 하면 그들이 살아날 수 있는지 해골과 뼈들 서로 연락하여* 인디에나존스에서처럼 후두두 일어나 몸을 이루는지 내가 가슴 저린 짝사랑을 오래 앓으면 앓을수록 알 수 없는 바람이 일고 시내가 흘러 튀어오르는 봄꽃들처럼 각기 뼈를 맞추며 몸을 입고 걸어나오는 것인지
내 사랑, 詩는 촉루로 이루어져 늘 이렇듯 난 아픈 것인가요
* 성경 에스겔서 37장
내 시를 간섭하시고 영감과 문장력을 주시는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구석진 곳에서 무릎 꿇고 울고 또 울던 제 시를 밝은 곳으로 이끌어내신 이기철, 최동호 두 분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낮은 자세로 언어와 삶을 공굴리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영혼이 맑아야만 올바른 시가 온다, 며 곁에서 제 부족한 인격과 시를 매질하시는 경주대학교 손진은 교수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오래 감성을 나누며 서로 격려해준 경주대학교 문창반 식구들, 한 소식 틔우기를 고대하고 고대한 방송대, 문예대 선후배들과 태중의 아기에게 시를 들려주며 딸이 시인 되기를 바라신 어머니께 저를 오랫동안 묵묵히 믿어준 남편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를 아끼는 모든 분들과도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