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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멜라닌, 콘크리트, 합성수지 등 각종 인공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자연과 멀어지다 보니 동료들의 수가 줄어들고, 힘도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난자까지 도달해야 수정이 되는데 그 길이 너무 멀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예전에는 누가 먼저 도달하나 피터지는 경쟁에서 가장 건강한 동료가 난자에 파고 들어가는데 성공했는데, 지금은 중도 탈락하는 친구들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20대 한 회사원의 정자 입장에서 해본 넋두리다. 실제로 심각하다. 현대의 젊은 남성 5명 중 1명은 정자 수가 아기를 갖기에 부족하고 이대로 가면 인류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니엘스 스카케벡 교수는 “18~25세 젊은 남성 중 5분의 1이 정상적인 성관계에 의해 아기를 갖기에 정자 수가 부족하며 이는 지구 온난화처럼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맨세션’(Mancess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남성의 위기다. 종족 번식의 주도권을 여성에게 뺏기고 힘없는 정자처럼 비실비실 살아가는 남성에게 이제 ‘정자의 전성시대’는 돌아오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불임, 남성 탓 크다
#1.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42) 씨는 정자의 활동성 부족으로 3년 가량 고생 끝에 결국 시험관 아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를 가지고 싶으나 당시 겪었던 경제적 비용이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다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덩치도 크고, 겉으로 보기엔 정자왕처럼 보이는데 어쩌다 정자들이 이토록 힘을 잃었는지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근무했던 오모(39) 씨는 대학교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나 아기가 생기지 않아 9년째 무자녀 부부로 지내오고 있다. 원인을 알아보니 오 씨의 정자 개체수 부족이라고 했다. 청천벽력같은 얘기였다. ‘이렇게 멀쩡한 내가 정자수 부족이라니.’ 오 씨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고민고민 끝에 결국 오 씨 부부는 한국 직장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이민을 갔고, 우여곡절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주변에서 쉽게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이쯤 되면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정자 수가 아주 부족한 남성들의 경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이라는 체외 수정을 통해 아기를 가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정상적인 정자 수는 정액 1㎖에 최소한 2천만 마리가 있어야 하고 운동성은 5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스카케벡 박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40년 1㎖당 평균 1억1천300만 마리였던 정자 수가 50년 뒤인 1990년에는 6천600만 마리로 45%나 감소했다고 한다. 또 21세기 들어 아주 정상적인 정자 수를 기록하는 남성은 5~15% 뿐이며 불임 부부 중 40%는 남성의 정자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환경호르몬이 정자에 직격탄
“전자파 등 환경호르몬이 정자수 감소와 활동성 약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스연합비뇨기과의원 윤재식 원장과 영남대병원 비뇨기과 정희창 교수는 정자의 수난시대에 관한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했다.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환경호르몬이 정자 약화의 큰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윤 원장은 “전자파 등이 가장 유해하며, 종이컵, 과자봉지 등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유해성 물질들도 정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으며, 정 교수는 “남성이 불임의 원인이 돼 상담을 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환경호르몬에 의한 정자 수 감소나 활동성 약화는 특별한 치료법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전자파는 특히 심각하다.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들이 내뿜는 전자파 때문에 정자 수가 줄어들어 불임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최근 냉장고, 헤어드라이기 등 전자파를 발산하는 가전제품들이 남성들의 정자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전자파가 정자에 미치는 악영향을 연구한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아기를 가지려면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를 켰다면 빨리 자리를 피했다가 작동을 마친 후 돌아오는 식으로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하나 더 있다. 서양 남자들의 성기 길이가 환경 호르몬의 영향으로 60년 전과 비교할 때 1㎝ 가량 줄었다는 것.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의과대학 카를로 포레스타 교수 연구팀이 이탈리아 성인 남성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48년 약 9.7㎝(발기 전)에서 2008년에는 8.9㎝로 작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원인은 환경오염 물질로 인한 남성 호르몬 작용이 감소한 탓으로 분석됐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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