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캠프-비로자나국제선원
아귀를 구출하라, 지장보살특공대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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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계곡에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섞여 외국인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영어로 주고받는 소리가 낯설면서 정겹다. 여기는 비로자나국제선원 2009 어린이 담마스쿨이 진행되고 있는 영어캠프 현장이다.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바쁘게 움직인다. 손에 쪽지를 들고 경내 이곳 저곳으로 달려간다. 환호성이 터지는가 했더니 또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은 지금 열심히 미
션(mission 과제) 수행 중. “지장보살이 되어보세요; 아귀를 구출하라” 라는 제목의 게임이다.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해내겠다고 지극한 염원을 세운 목련존자의 일화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어린이 지장보살 구출대원이 되어 육도 중생을 구제하는 게임 형식의 영어 교리 공부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생님들이 여러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한 아귀가 되어 지옥에 머물러 있는 사이에 아이들과 한국인 담임선생님들은 팀별로 사찰 경내를 돌아다니며, 과제가 담긴 쪽지를 찾아낸다. 과제의 내용은 법당 보살님 안아드리기, 물고기 먹이 주기. 과자 먹기 등, 팀의 합동심을 고취하고 사찰 탐방도 겸한 것이다. 쪽지의 지시대로 임무를 마치면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이 담긴 편지와 함께, 다음 과제가 적힌 쪽지를 받는다. 이렇게 과제를 다 해결하고 받은 편지가 3장이 되면, 지옥으로 달려가 괴물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완성된 문구를 읽고, 가장 나이 어린 친구가 괴물의 가면을 벗겨내면 지옥에 갇혀 있던 아귀가 구제되어 게임이 끝나게 된다. 한 시간 정도로 예상한 프로그램이었는데 30여분이 지나자 모두 아귀를 구출하고 의기양양하게 괴물 가면을 들고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로자나국제선원 어린이 담마스쿨은 2006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여 매주 토요일 오후에 반을 개설했다. 교실에서 배우는 영어와 달리 법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처님 가르침을 익히게 하면서 동시에 영어로 말하기를 몸에 배게 했다. 법회를 하면서 절하는 법 참선하는 법을 영어로 실시했다. 처음 담마스쿨에 와서 알파벳을 배우고, 영어로 예불을 하고, 참선을 하며 부처님 오계를 약속하는 꼬마들이 그저 고맙고 예쁘기만 했다. 이 어린아이들이 좀 더 놀 수 있도록 판을 벌려주려는 마음으로 이듬해 여름 어린이 영어캠프를 시작했다. 3년째가 되는 올해는 공주 마곡사에서 2박3일의 일정으로 갖기로 하고 캠프 참가 자격을 담마 스쿨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어린이불자를 대상으로 했다. 80명의 참가자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담임선생님이 각각 여섯 분씩 동원되어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이 한 조가 되어 십여 명의 아이들의 조별 활동을 돕도록 했다.
영어캠프 전체 프로그램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한다. 새벽 3시 도량석을 시작으로 하루를 열면, 발우공양, 108배, 참선, 울력 등 사찰 체험에 중점을 두었지만 아이들이 자칫 지루하거나 피곤해하지 않도록 프로그램 안배에 유의했다. 강압적이고 딱딱한 캠프가 아니라 즐기는 캠프가 되도록, 그러면서도 불교적 심성을 개발할 수 있어야 했다. 경내는 아이들 운동장이 되었다가 탐험장이 되었다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아이들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은 둘째 날 오후 계곡에서의 물놀이였다. 스님까지 합세해서 한바탕 야단법석.
“지장보살이 되어보세요; 아귀를 구출하라”외에도 명상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전문 지도자의 초빙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스스로 존귀한 사람이라는 자아를 찾아가도록 돕는 과정, 나를 믿어야만 하는 ‘징검다리 건너기’, 나의 장점을 적어보고, 발표하는 ‘자기 긍정명상’ 그리고 학부모 자원 봉사자들도 함께 참여한 ‘부모님 긍정 명상’, 노란 가사를 걸치고 부처님이 되어 받는 수계식 등 아이들은 놀이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를 더한다. 탑돌이를 끝낸 어린이들에게 묻는다. 무엇을 빌었어요? 올백(100요), 할머니 병 없으시라고요. 어머니 만수무강요. 며칠 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 듯하다.
내년 영어캠프를 위해서 벌써부터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십여 명의 어머니 자원봉사자들은 내년 일정을 일주일로 늘이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내년도 캠프 예약도 벌써 밀려들고 있다.
비로자나국제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