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와는 좀 다른 묵상(?)의 글을 써볼까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다가 시간도 놓치기 일쑤라 뭐 하나 제대로 챙겨보지를 못하는 제가 근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쭉 지켜본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닌 남자의 자격 - 하모니 편이 그것인데요. 제가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할 때 남격(남자의 자격) 팀원들이 거의 대부분 음악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도대체 이런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어떻게 하나의 합창을 만들어갈 것인가는 꽤 흥미있는 볼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시청은 어제 합창대회의 마지막 남격팀의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최종회까지 두어달을 함께 울고 웃으며 지속되었습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에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 이들의 마지막 대회 모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물론 그것도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정말 감동을 받은 것은 나름대로 합창지휘나 음악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해 본 입장에서 남격 합창단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합창이 솔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합창단원들의 조화 - 이 프로그램의 부제가 하모니였던 것을 기억하시지요? - 가 단원들 개개인의 노래 실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는 결국 혼자의 재능만 있으면 70%이상은 해결됩니다. 나머지는 연습과 좋은 선생님의 지도만 있으면 되지요. 그러나 합창은 실력이나 연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단원들의 조화입니다.
세계적인 합창단이든, 동네 문화센터 합창단이든 지휘자가 단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평균레벨입니다. 합창단원은 무조건 노래만 잘하면 장땡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레벨이 비슷해야 됩니다. 그 레벨이 평균적으로 매우 높으면 세계적 합창단이 되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낮으면 동네 합창단이 되는 것 뿐이죠. 왜 그러냐하면 다들 고만고만한데 프로가수나 성악가가 있으면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런 의미에서 남격합창단은 오디션때 보아서 아시겠지만 프로 가수부터 성악가와 같은 전문가로부터 개그맨, 격투기 선수, 평범한 회사원들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선발되었습니다. 더 문제는 남격 멤버들이 대부분 음치에 박치라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집단은 정말 지휘자의 입장에서는 골치덩어리들입니다.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출지 정말 난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이들은 못하는 이들이 짜증날 것이고 못하는 이들은 잘하는 이들에게 주눅이 들기 쉽상이기 때문에 이런 합창단이 다함께 소리를 내기란 오히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인 합창단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단 두달만에 - 그것도 내내 연습도 못했으면서 - 이 정도의 성과를 이뤄낸 박칼린 선생님과 남격 합창단원들의 합작품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것은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박칼린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분량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고 못하는 사람은 좀 더 노력해야지만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서 모두의 음성이 조화가 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쉬워도 정말 어렵습니다. 사람은 자기것을 포기하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박칼린 선생님의 지도력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프로그램 마지막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Oh, My Captain) 나오는 것을 보고 울컥했던 것은 그녀와 키팅선생의 모습이 정말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휘자를 잘 따라 훌륭하게 그 접촉점을 찾아낸 남격 합창단원들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개성 강한 다양한 사람들이 그러한 일을 이뤄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한 인터넷 블로거가 쓴 매우 인상적인 평가가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했고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가보지 못했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은 그들에게 가장 힘겨운 도전이었습니다.자신의 한계에 맞서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스스로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가는 과정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들쑥날쑥한 실력을 가진 그들에게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예능에서 합창대회에 출전한다는 목표가 허황되고 우습게 다가오듯 그들의 도전은 그 믿을 수 없는 경계에 서있을 뿐이었습니다.박칼린 선생이 처음 그들과 마주하며 믿음을 강조했던 것은 믿음이 없으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합창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옆 사람을 믿고 그들을 지도하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면 결코 완성해나갈 수 없는 합창은 그렇게 믿음을 기본으로 시작되었습니다.믿음은 곧 나를 사랑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해가며 처음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인용한 글 가운데 강조한 부분을 잘 곱씹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을 잘 표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정신과 원리입니다. 물론 이 공동체는 교회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사실 남격 합창단은 교회공동체가 보여줘야 할 가장 근본적인 정신을 이번 하모니 프로그램을 통해 잘 표현해 주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하는 것,
한계에 도전하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해 내고 일치된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것,
자신을 사랑하고, 그 마음으로 다른 이를 사랑하며 공동체의 일치를 이뤄나가는 것.
사실 이것이야말로 교회공동체가 가져야 할 성경적인 기준들입니다. 일등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슈퍼스타 K]같은 세상에서 일등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해 내어야만 가치 있는 인생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달라져 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이미 가치있는 인생임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하나님이 원하셨던 것, 그리고 신약의 교회공동체에게 예수님께서 원하셨던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이 구약의 샬롬(충만한 상태)이고 신약의 하나님의 나라(주의 통치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감동적으로 보여 준 [남자의 자격 - 하모니]프로그램에 아낌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교회가 꼭 공동체원들에게 위의 가치들을 회복하게 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아름답게 완성해 가는 사람들을 세우고 격려해주는 좋은 교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첫댓글 심각한 주제들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도 글을 쓰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나만 그런가;;) 앞으로 칼럼의 주제와 형식을 좀 더 다양하게 가져볼까 생각해 봅니다. 일단 반응들을 좀 보고...ㅎㅎㅎ;
정말 감동적인 프로였습니다.
사람들이 악기가 되어 울리는 화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비록 프로가 아니어도 프로 이상의 감동을 화음으로 이루어 갈 수 있고,
그것을 듣는 이에게 공감시킬 수 있다는 것........
우리 교회 공동체도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 나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보시고 눈물은 안 흘리셨는지요 ?
저는 나중에 혼자 보다가 눈물이 나오는데 누가 볼까봐 당황스럽더군요.
그런데 지휘자의 역할처럼 처럼 교회도 목사님의 역할이 제일 중요 할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 전 각자가 튜닝 할 때는 완전히 소음이던 것이,
지휘자가 서니까 음악이더라구요.
왜아니겠습니까, 마지막 회에서는 정말 눈물이 핑 돌았지요. 아내랑 같이 보면서 훌쩍훌쩍 했다지요 ㅎㅎ
그리고 말씀대로 교회에서 목사의 역할은 아직은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모든 성도들이 교회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어야 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에서의 목회자의 역할은
아직 참 큰 것이 현실이지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집중되었던
목사의 기능과 권한이 다른 지체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어우르는것이 교회의 사명아닌지 생각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으니 너와는 같이 갈 수 없어가아닌 함께 이 길을이.... 너는 마음에 안드니 다른곳으로가 아닌... 여기는 니 입맛을 만족시킬수없으니 다른데가서 먹어라... 아니면 다른 이들처럼 주는데로 먹어라..... 애고.. 무슨 소린지....
모두를 아우르는 곳이 교회가 되야 하는 것은 맞는데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다만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며 최선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목사 혼자서 교회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공동체가 함께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교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