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시기 : 2004/08/08~2004/0810(2박3일)
7월초에 인터넷예약을 서둘리 했다. 3년동안 시험공부하는 마누라덕에 휴가한번 제대로 못갔다는 뒷소리를 더이상 듣기도 미안했고, 올해는 그렇게 살지않으리라 맘 또한 먹었었기에 올 여름엔 계획해서 여행을 다녀오리라...물론 작년에도 그냥 둘이서 목적없이 떠난곳이 남편이 군복무를 한곳(충주)으로 갔다가 우연히 조령산휴양림까지 가게 되었고 운좋게 거기서 하룻밤을 묵고 오긴했었다.
남편은 휴가날짜도 잡지않았는데 난 미리 내 임의대로 8,9,10일을 희망했다. 대충 그쯤이면 한가해지리라 생각해서...대충 월말작업이 월초에 끝나는걸 감안했을때..
7월에..삼봉이란곳을 예약했는데 내가 당첨이 되었다라고 했더니 휴가날짜도 안잡았는데 그때가봐야 안다며 별루 탐탁치 않게 대꾸했었다...
하지만 나의 계획엔 별 차질이 없었다. 남편은 그 날짜에 맞춰 휴가를 잡았고..
참고로 난 현재 백수...ㅎㅎ
내일이면 꽉찬 23개월이 되는 딸이 하나 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일주일간 방학을 한답시고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시댁에 일주일동안 맡겨놓고 난 일주일동안 도서관을 다녔다. 여행날짜는 다가오고 날씨는 찌는듯이 덥고, 차도 없는 상황에서 차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아이까지 데리고 갈 용기가 선듯 생기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데리고 가기로 결정..
토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시댁으로 가서 아이를 데려오고...
여행갈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집에와서 우선 아이 목욕부터 시키고...참고로 그날 남편은 갑자기 본사로 불려가서 날밤새기 일을 한다고 수업중에 전화가 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준비는 내 몫이 되버렸다. 하긴 따라가주는것만으로도 고맙지...우리둘이만 가냐는둥...무슨재미로 가냐는둥...투덜대는 울 남편...
아이를 유모차에 끌고 시장으로 향했다..울동네는 재래시장이 엄청나게 크다...집앞이 바로 가락시장인데도 난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장본물건
숯(1킬로) - 5,000원
번개탄 - 1,000원
고구마 - 2,000원
돼지목살(600g) - 10,500원
소시지(1.5Kg) - 15,000원
오이 - 1,000원
마늘 - 3,000원
삼계탕재료 - 2,000원
소주PET(200ml) - 4,600원
우유,요구르트 - 2,500원
구운김 - 2,000원
==========================
합계 48,500원
10시가 넘어서 아이를 재운후 본격적인 짐싸기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가져갈 음식준비부터 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기 시작...
뚜벅이네 짐싸기 요령...몇가지
1. 우선 김치는 포기채 가져가기 보다는 먹기좋게 썰어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넣는다.
2. 그담 필수반찬은 구운김..대학시절 엠티때도 꼭 애들한테 20장짜리 구운김은 항상 고집했다. 마지막 돌아오는날 남은밥과 김치(여기엔 쫑쫑썰어 국물 꽉찬 김치가 제격)를 가지고 구운김으로 싸는 김밥은 정말 환상이다. 이번엔 우리가 먹으려는 목적보단 아이때문에 준비했다.
3. 고기는 산지고기를 사서 먹으면야 금상첨화이지만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미리 사가는것도 무방하다...성내동에 있는(지금은 농협이 되었지만) 성내판매장의 목우촌도 맛나고 애용하는 브랜드육이 있으면 사가지고 가도 무방하다.
생고기를 사서 얼리는게 좀 아깝긴 하지만 가야할길이 멀기에 어쩔수 없이 고기도 냉동실행~~
4. 첨으로 소시지를 샀다. 울동네 정육점에는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 판다. 것두 종류가 예닐곱은 되나부다. 종류별로 모두 사려니 두근은 넉히 사야할듯 싶어서 두근을 오리랬다 다시 돈에 맞춰 1500원어치를 담으라 했다. 원래 그램당 1000원이다.
백화점에서 파는거에 비함 정말 많이 싼셈이다. 맛도 그리 나쁘진 않다..남편이 거기서 등심을 사서 구워줬더니 너무 좋아해서 돼지고기도 항상 그집에서만 산다.
소시지도 냉동실행~
5. 나머지 감자며, 고구마, 버섯, 오이,마늘등은 봉지에 잘 싸서 냉장실에 넣었다. 비닐봉지에 넣기만 하면 되도록 미리 준비해놓았다.
6. 두칸짜리 락앤락 반찬통에 한칸은 고추장, 한칸은 집된장이랑 파는된장 섞어서 넣어놓고, 소금이랑 후추랑 아예 섞어서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고, 참기름은 아이 물약병 빈것에다 담아놓았다.
7. 이동중에 마실물은 미리 500미리 생수병과 아이 젖병에 8부정도만 넣고 얼렸다.
이동중에는 수건에 싸서 가지고 다닌는것도 잊지말자. 참고로 수영할때 쓰는 수건이 젤루 좋은거 같다. 얇으면서 흡수력짱~ 부피도 작고, 가방이 거의 안젖는다...
8. 라면 4봉지 - 여행시 비상식량으로 최고, 밖에서 먹으면 더 맛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가방싸기에 들어간다...
1. 상비약( 해열제 필수, 상처에 바르는 약, 밴드), 전기모기향, 피우는 모기향, 벌레물리지 않게 하는 스프레이, 자외선 차단제
2. 우리 부부는 속옷한벌, 여벌옷 달랑 한벌(티, 반바지)
3. 아이준비물 - 런닝 4장, 팬티2장, 여벌원피스, 티셔츠4장, 반바지2장, 긴팔점퍼, 9부바지, 기저귀 8장
4. 수건 - 4장
5. 아기비누1장(이걸로 우린 빨래까지 다 했다...아까버라~~), 칫솔, 치약, 여행용샴푸세트, 로션, 아이껀 병원에서 처방해준 로션으로 대체(땀띠처방용 ㅎㅎ)
6. 쌀이랑 라면도 백팩에 넣었다. 목장갑, 호일도 넣었다. 주로 여행준비물로 채웠다. 최소한으로 싸자고 했는데도 어느덧 가방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종이가방에 숯이랑 소주200미리 5병, 두루마리휴지 1롤
왠만하면 휴지가 다 있지만 혹시나 싶어서 넣었는데 와서 후회했다...(휴지 있슴)
조그만 손가방엔 아이 젖병이랑 우유, 두유, 요구르트, 기저귀2장, 얼린물
마트에서 장볼때 주는 비닐봉지 큰것에 음식이 다 들어갔다.
결정의 날...일요일 아침..
남편은 새벽2시가 넘게 전화를 해도 안받았다...또 어디서 술푸고 있구만...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아이가 7시가 안되어서 깨는 바람에 덩달아 있어났다.
바쁘다...아침부터 아이 병원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
시댁에 일주일동안 있으면서 감기가 심해서 목소리 맛가고...누런코 질질~~
병원가서 약처방받고 약짓고, 땀띠가 심하다고 로션 또 처방받고...
또 시장들러서 막 싸고 있는 천원짜리 김밥 세줄 사고
집에 와서 자는 남편 흔들어깨워 채비를 마치고 나오는데...
현관앞에 있는 짐 보구 나서 기겁을 하는 남편...
이거 다 누가 들고가?~~
니는 백팩매구 음식봉지 들구
난 애 업구 애 먹거리 가방이랑 숯이랑 소주든 가방 들고~^^~
아파트에서 차타는곳까지 5분거리인데 짐들고 가니깐 시간이 10분이상 걸리는거 같았다. 그 시간동안 얼마나 투덜대는지...차 없다구 시위하는거냐는둥~궁시렁궁시렁~
휴양림에선 강변역에서 12시차 타고 오라구 했느데 혹시나 길이 막힐까 노파심에 좀 일찍 나갔다. 버스도 있었는데 택시타자는 남편 말에 택시를 탔다. 디게 가까운 거리인데 5천원이 좀 넘게 나왔다...흐메..아까버라~ 하긴 버스도 둘이면 2800원인뎅....
너무 일찍 강변역에 도착했다...홍천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11시 40분으로 7800원
우린 장거리 여행을 할때면 항상 터미널에서 햄버거를 사먹는당.
그날도 예외는 아님...바로앞에 롯데리아가 보인다...햄버거세트 두개 사서 버스에 오르고 일주일만에 보는 아이는 오랜만에 엄마아빠도 보고 첨으로 세식구가 여행을 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신나한다.
괜히 고민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를 안데려갈 생각을 했다니...
장거리여행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사실 차안에서 울고 떼쓰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이 아이는 한시간정도 열심히 놀고 한시간정도는 신나게 잤다.
버스는 전혀 막힘없이 홍천에 1시 30분쯤 도착했다.
홍천서 내면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난 버스를 갈아타야한대서 혹시나 내려서 버스타는곳까지 걸어야 하나 아님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하나 걱정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그 터미널에서 다시 표만 사서 버스만 바꿔타는거다.
버스비는 6500원
오후 2시 10분차다. 40분정도 시간이 남는다. 우동집에가서 숟가락을 빌려서 아이 감기약을 먹이고, 거기서 과자한봉지랑 토끼 풍선 하나를 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어느덧 시간이 다되었다.
내면행 버스를 올랐다. 1시간 20분을 더 가야한다. 꼬불꼬불 급경사길도 나오고...
내면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면에서는 청도행 시내버스를 타야한다.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버스표를 샀다. 사자마자 곧 휴양림가는 버스가 왔다.
15분거리란다.
시간여유가 있는 사람은 굳이 먹거리를 서울서 준비하지 마시고 내면 터미널 뒤쪽에 보면 녹색 철망으로 중간에 문이 하나있다. 농협 농기자재 판매라고 써있었던거 같은데 그 문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금융매장이랑 하나로마트가 있다.
거기서 장을 봐도 손색이 없을듯~
내면도착하자마자 바로 청도행 버스를 탔다.
15분거리라는데 꽤 오래 걸린다. 맘이 급해진걸까? 다 왔다는 마음에 15분이 엄청 길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리고 우선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잘 모르니깐 시계만 자꾸 보게된다. 삼봉행 여행객이 우리 말고 한팀이 더 있었다.
나중에 내려서 보니...우리 짐은 정말 새발의피다...
다섯식구였는데 나이는 40대...아이가 셋인데 중학생둘에 초등생 하나...
와...텐트에 각각 백팩에...굉장한 짐이었다...
아...저렇게해서도 버스타고 다니는구나...ㅎㅎ
휴양림입구 건너편에 매점이 하나 있다.
열심히 챙긴다고 챙긴 짐중에 장을 담았던 반찬통을 빠트린것이다.
매점서 고추장이랑 된장 하나씩 샀다...허걱~ 고추장 2500원, 된장 3500원...
토종닭 한마리 15000원
길을 건넜다. 정말 먼길을 왔다...울 남편...입구보더니...기가 차다는듯이...
여기서 4킬로를 이걸 메구 어케 걸어갈건데?
다시 잔소리가 시작되었다...남편한텐 매점서 토종닭 샀단 말 안했다..
안그래도 짐만타 궁시렁대는데 거기다가 토종닭 샀다 그럼 나 제명에 못살거 같아서..
어...여기서 직원이 데릴러 나오기로 했어...
참...여러가지 한댄다...ㅎㅎ
휴양림의 다음카페 지기한테 전화했다...어...전화를 안받네...
아니...내가 전화번호를 잘못 적어왔나?
갑자기 당황된다...다시 몇번을 했는데도 안받는다...이럼 안되는뎅...
애 들처업구 4키로를 어케 걸어가나....
여기 지역번호가 머였지? 알턱이 없는 남편한테 묻는다...
기억을 되살려 오면서 길거리에 있던 간판에 씌여있던 지역번호를 생각해냈다..
033-114
삼봉자연휴양림요...
네...어쩌구 저쩌구...머리속으로 계속 외우는데 마지막에 숫자로 나오는데 그 담에 다시 머라 그런다...1번 누르면 그냥 연결해준단다....참나원...서비스 업그레이드좀 했다부다...내머리의 한계가 4자리 이상은 힘든데 좋은시스템이다. 그럴꺼면 앞에 한번만 말해주고 연결해주지...괜시리 던말 더 들게~~~
일반전화로 했다...전화를 받는다...
네...삼봉휴양림 @@@입니다..
네...뻐꾸기방 오늘 예약한 사람인데요~~어쩌구 저쩌구...나와주기로했는데...전화를 안받으시네요~~
아...네 전해드리겠습니다...
뚝~
전해주면 그담은 어케 하겠다는건지...참나원~
다시 휴대폰으로 전화했다...
걸어오셔야겠는데요...초면에...나와달라구 부탁하는것두 미안한데 나한테 농담을 하는 삼봉지기...허걱~ 그럼 정말 4키로를 걸어야 하는건가?
민폐를 끼쳐감서 가야하냐는둥...옆에서 다시 궁시렁이다...
오겠지...10분이 지났는데 안온다...많이 바쁜가보다...디게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입구에서 올라가는 차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안되겠다...히치를 했다...다른차에 묻어서 가려구...
막 협상을 하구 있는데...휴양림차가 맞은편에 보인다...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 차를 올려보내구 삼봉지기와 인사를 나눴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휴양림 입구라서 관리사무소랑 가깝단다...
정말 편하게 잘 도착했다...
관리소에서 키 받고 쓰레기봉투 10리터 2장, 5리터 2장을 1,000원에 구매..
5리터짜리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란다...겉표지엔 모두 일반쓰레기인데 그렇게 구분하랜다...
우리가 예약한 뻐꾸기방에 왔다. 휴양림사이트엔 예전 돌집사진이라 좀 걱정을 했다. 우리 둘만이었으면 걱정도 안하는데 아이를 데려가니 하나부터 모든게 걱정이다..
근데 얼마전에 모두 리모델링을 했단다. 겉은 돌집이고 안은 통나무집이다. 장판도 모두 새로 깔아서 깔끔해보였다. 창문도 있고 그런대로 아늑했다. 한쪽벽엔 벽난로까지 있으니...44000원짜리 방치고는 아주 훌륭했다...
난 눈이 좀 나쁜편이다. 그래서 모든생활을 안경없이 하면 좀 불안하다...
주방이며 방 모두 만족했는데 한가지 흠이 있다면 화장실...
순간온수기를 사용하는데 온수가 잘 안되는거 같다. 내가 사용법을 잘모르는수도 있지만...물을 연속해서 틀어놓으면 안되는거 같다.
그리고 물을 계속 사용하는곳이라 그런지 화장실 바닥 타일도 많이 미끄러운편이며 벽타일도 곰팡이가 많이 나 있다. 타일을 보면 새건데...화장실 청소가 깨끗이 안된듯...싶다...
화장실 타일청소요령 하나...
분무기에 락스와 물을 일대일로 섞은다음 타일과 변기주변에 에 고루 뿌려준다...수건으로 코를 막고 고무장갑 필히 끼고.....그리고 그대로 30분정도 놔두면 묵은 곰팡이도 왠만하면 다 떨어져 나간다...
아마 청소하시는분이 나이가 좀 많으실듯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면 눈이 나쁘거나...힘으로만 청소를 하는건 아닌뎅...우선 이틀은 우리가 자야하니 눈에 보이는곳을
변기청소솔에 싱크대에 붙어있는 식기세제를 발라서 벽이랑 바닥이랑 세면기 주변을 문질러랬다. 곰팡이는 해결되진 않았지만 때는 벗겨지는듯 했다...
<뻐꾸기방 입구>
<주방>
주변도 돌아볼겸 관리소에서 준 리플렛을 가지고 숙소를 나왔다. 숲속의집이 있는 매점은 우리숙소에서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곳에 간간히 계곡물이 보였다. 그리 깊지도 않고 아이들 데려와서 지내기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다.
얼마나 걸었을까...인기척이 들린다...신약수가 보인다...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우리도 가서 신약수 물을 한바가지 먹었다. 첨 먹어보는 맛이라 그런지...
예전에 시골에서 펌프로 물받던 시절에 앞줄에 먹던물이 약간 쇳물이었는데 약간 그런 느낌도 들고 시큼하면서 하여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조금더 올라가니 매점이 보이고 그 바로 아래 오리지널 삼봉약수가 보인다.
첨엔 캔맥주를 살 요량으로 올라간건데....메뉴판에 도토리묵이 보인다...
매점아줌마한테 도토리묵을 무쳐서 가지구 간댔더니 거기서 파는 플라스틱접시에 한가득 해주신다...그것두 단돈 5천원...여태먹었던 도토리묵중 젤루 싸다...
막걸리 한병이랑 캔맥주 1병 도토리묵을 사들고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아이땜에 걷는것도 빠르지가 않다.....2/3쯤 왔을까...쿵쾅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빠른걸음으로 아이를 안고 걷는다...드뎌 시작되었다...우리 바로 뒤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내 앞엔 비가 없는데 뒤에서 아이를 안은채 전속력으로 달렸다...비를 조금맞긴 했지만 다행이다...낼두 비가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우리는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8시부터 잠들었다. 전날 날을 새구 온데다 술까지 먹구...나또한 9시까진 멀쩡히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이는 내 지갑을 열어서 동전을 꺼내 놀고 있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몇바퀴를 돌고 넘어져도 좋단다 ...계속 히히대구 눈웃음으로 애교를 부렸던걸로 기억하는데...
새벽에 깨어보니 요 깔아놓은곳엔 우리 둘만 있고 아니는 티비 옆 맨바닥에 양손엔 동전을 쥔채 잠들어있다...세상에...이렇게 불쌍한...엄마 아빠 잘못만나 애가 고생이다...다시 잘 뉩혀놓구 잠이 들었다...새벽에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오자마자 밥을 밥솥에 해놓구 도토리묵 먹느라 밥을 못먹었다. 김치랑 밥 먹는 소리가 난다. 전날 밥 해 놓고 약수물로 백숙을 하려했지만 약수는 떠올그릇도 없구 남편도 나도 입에 맞지 않아서 그냥 지하수로 백숙을 끓여놓았다.
아침에 밥상차려놓구 백숙먹자 했더니만 4시에 밥 먹어서 안먹는단다...
닭 다리 한쪽만 접시에 담고 아이랑 나랑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왠지 맛이 없다..국물에 소금타서 밥하고 좀 먹고 아이는 김에 밥 싸주고...
한동안 밥은 통 안먹었던 애다...계속 우유만 먹고...어린이집에선 밥을 먹는다는데 집에와선 도통 밥 먹을 생각을 안한다...시댁에 일주일 있을땐 그나마 세끼 내내 우유만 먹었을텐데..오래 굶어서 그런지 정말 무진장 잘먹는다..
아침 대충 먹고...밖으로 나갔다가 물놀이장 물색~
전날 저녁에 약수먹으러 갔다가 잠깐 발만 담그고 나오는데 아이는 안나간다구 발버둥을 쳐가며 악을 쓰고 울어댔다.
아침부터 나가잔다...
매점 올라가는 길 바로 앞에 다리아래 얕은 개울이 있다. 애 아빠는 다시 자기시작하고 난 아이와 함께 발만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물이 너무 차다. 지금도 집에선 온수로 목욕을 하는데 ...
그래도 좋다구 난리다...코는 질질 흘리면서...
아휴...정말 누가 말리나...
11시쯤 되었을까...밥을 먹잔다...정말 타이밍 안 맞는다...
백숙해놓은거 둘이 해결하고 남은밥이랑 점심을 먹고 이젠 아이한테 수영복을 입힌뒤에 다시 관리사무소쪽(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거기도 얕은 개울이 있다.
벌써부터 놀고있는 사람들이 몇몇보인다...
아이는 기겁을 하며 놀라면서도 계속 물속에 있는다...결국 아이를 안고 물이 허벅지까지 차는 곳까지 남편이 들어간다...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이젠 저녁준비를 해야한다...
<아침에 씻어논 고구마를 널어놨는데 열심히 세는중이다>
<아직은 물이 차기만 하다...부들부들 떨어대면서도 좋아한다.>
우린 여벌옷이 없기 때문에 난 젖은옷을 입은채로 말렸고 남편은 올때 입고온 옷으로 갈아입고 젖은옷은 널었다.
고구마와 감자를 씻어서 널어놓았기에 호일에 싸는 작업을 했고 남편은 잔가지를 주워오기 시작했다.
감자랑 고구마 호일에 모두 싸고 고기와 소시지 꺼내고 버섯이랑 마늘...호일을 오목하게 만들어 기름장을 만들었다.
남편이 불피우는 재주는 좀 있는거 같다. 살면서 할줄아는 몇 안되는 것중 하나인듯 싶다. 먼저 휴지로 불을 붙인후 마른 잔가지를 올린다. 어느정도 불이 붙으면 그보다 조금 굵은 가지를 올리고 숯도 올린후에 연기가 어느정도 사라지면 스크린을 올려 달구어 지면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구워지는 고기색깔이 환상이다...목살을 샀는데 연한 갈색으로 정말 맛있어보인다.
<고기는 한접시 구워나가고...>
<고구마와 감자중 구운감자>
고구마는 사실 숯검뎅이가 된게 더 많다...
예전에 산음서 구워먹었을땐 어두워서 익었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었었다. 이번엔 5시좀 넘어서 부터 시작해서 아주 잘 보인다...친구들 약올린다구 고기랑 소시지랑 감자랑 고구마 구운걸 디카로 찍기 시작한다. 거의 다 먹어가는데 위층에 두 집은 불피우느라 소란스럽다. 거기다가 윗집에선 울 남편이 주워온 팔뚝만한 나무를 집앞에 두었는데 어느새 그걸 주워서 뽀개는 소리가 난다...아...저 집은 도끼까지 준비한걸까?
내가 나무에 무게를 싣고 남편이 가지를 꺾으려해도 안되서 포기한 그 나무...(참고로 내가 한무게 한다...)
윗집에선 하얀 연기가 계속 오른다...보다못한 남편이 헬퍼로 나선다.. 목장갑낀 손으로 스크린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숯과 잔가지를 들고 올라간다...
왼쪽집은 밥이며 야채며 모든 준비가 다 되었는데 불을 아직 못피우고 있고 그 옆집은 불붙이는데 성공...
구운감자와 고구마가 너무 많아서 윗집에 올라갔다...
허걱~ 어디서 왔는지 도치로 불을 붙인다...정말 대단하신 분덜이다...
개한마리 갖다줘도 아주 깔끔히 처리할 분덜이다...
결국 거기도 성공해서 저녁을 먹었나 부다...한참 설거지하는데 윗집에서 소시지와 옥수수를 버터를 발라 구워왔다...여태 기름기있는걸 먹었는데...우리도 소시지 엄청 먹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빈그릇 돌려주고...아이와 함께 남은 숯과 번개탄을 태우고 윗쪽으로 가니 놀이터가 있다. 그네를 좀 테워주고 내려왔다.
또 하루가 금새 가버렸다...
아...하룻밤만 자면 이제 여길 떠나야 한다...
아이는 세끼 모두 밥을 먹었다...너무나 이쁜 ....ㅎㅎ
날이 밝았다. 이젠 짐정리하고 처음왔던 그 모습으로 복원시켜놓고 나가야 한다.
전날 먹고 남은 김치....와 윗집에서 준 소시지...남은 버섯..마늘...로 김치찌게를 끓인다...
아...간이 싱겁다...된장을 좀 풀어 넣었다. 그래도 국물이 좀 많다...
남편이 거기다 라면을 넣으란다...그것두 무파마 갖구 왔는뎅...결국 면만 두개나 더 넣어서 남은 밥이랑 그 김치찌게 라면을 다 헤치웠다...정말 대단해...
위하수증이람서 걱정할땐 언제구...
대충 씻고 입었던 옷 정리해서 봉투에 담고 전날 얼려놓은물 다시 챙기고 청소하고 주변정리하고 나니깐 9시다...
준비가 끝나니깐 어서 나가잔다...기다리더라도 나가서 기다리자구...
관리사무소에서 쓰레기봉투 남은거 환불받고 아이가 전날 커피잔 깬거 1600원 변상하고...삼봉지기님...친절하게도 또 데려다 주신단다...우린 4키로 걸으려구 했는뎅...정말 인심좋다...아이도 정말 이뻐한다...뽀뽀한번 해준걸 디게 좋아한다..
덕분에 버스타는곳까지 편하게 내려왔다. 그 매점서 고추장산거 안뜯었다고 음료수랑 바꿔먹고 5분도 안기다려서 버스가 왔다.
처음올때랑 다시 반대로...
휴양림 -> 내면 -> 홍천 -> 동서울
아이도 버스안에서 즐겁게 신나게 잘 놀면서 집에 왔다...
서울은 오자마자 찜통이다...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게 장난이 아니다...
우린 오자마자 샤워하고 빨래 세탁기 넣구 냉면집에 사리 두개나 추가하고
얼음 잔뜩 집어넣어 먹고...
아 아쉬운 삼봉...
우리가 잠시 천국에 갔다 왔구나 했다...
아이가 자다가 운다...
거기선 한번도 울지 않았는데...
더운가싶어 다시 에어컨 틀어놨다...담달 전기세 장난 아니겠구만...
뉴스에선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전기세를 작년보다 2만얼마를 줄여서 티비나오던데..
이번달부터 외벌이 남편 보구 살아야 하는뎅...걱정이다...
울 남편 삼봉서두...아이한테...엄마 셤 붙으면 일주일마다 이런데 오자...했는뎅...
정말 내년엔 그랬으면 좋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야지...내년 여름을 다시 기약하며..
첫댓글 와! 정말 대단하다..... 글....이쁘게 쓰쎴네요......와!너무 기쁘다...
참으로 고생스럽게 도착한 곳에서 예쁜 추억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고생하신 만큼 추억이 오래 남을 겁니다. 그리고 삼봉에 가면 맑은 공기로 감기가 없어지는데 아이 감기 다 나아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