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선인장/김옥전
1.
한낮에는 기공을 닫고 수분을 모았다가 밤이 되어야 비로소 광합성을 시작하는 선인장,
물관에선 물이 출렁거렸으나 사막에서 살아가기 위해 출렁거림은 잠재워야 했다
2.
그녀는 울지 않았다
본래부터 눈물샘이 없었는지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던 날에도
퍼석한 눈은 젖지 않았다
툭하면 우는 애인이 지겨운 사내들은 한결같이
울지 않는 그녀를 재빨리 사랑하고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갔다
사내가 떠났다는 것 쯤은 울 일도 아니었다
다음 사내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거울을 바라보면 되었다
거울 속 밤을
아무도 응시하지 않을 때
그녀는 출렁이기 시작했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고
거울을 깨트리고 나온 가시가
손목에서 넝쿨넝쿨 피어올랐다
거울 속 눈물샘은 몹시 깊었다
눈물샘에 갇힌 그녀
어둠의 광합성은 끝없이 계속 되고
첫댓글 젊은 시인들 동인 5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