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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X- 파일 14 |
마징가제트와 노랑머리 핑키 - 쉬어가는 고개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정확히 말하자면 2학년 겨울방학때, 이른바 “두발 자유화”라는게 있었다. 선배들이나 후배들이나 그 정확한 연원을 잘 모르시겠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80년 7월에 과외를 완전히 금지한 이후로 단계적으로 밟아오던 학원자율화 조치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 학번은 고등학교 3학년을 다니면서 머리를 기를 수 있었다. 물론 “자율화”다 보니 이웃 사립학교(중앙일보에도 교장과 재단의 전횡으로 기사 났던, 상문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머리를 짧게 깎고 다녔다. 그런데 그 1년동안 교복은 자율화를 못해서 일본식 검은 동절기 제복 (아마 대부분의 선배들이 이 옷을 입고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에 머리를 기른 폼이 아주 볼 만했다. 아침나절에는 학생이다가 단추나 깃을 하나 풀면, 영낙없는 장기 정학생인데 저녁에는 누구나 사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니, 그당시 졸업생과 재학생을 구분할 길은 정말 막막했다. 나도 이 기회를 놓칠새라 주민증 검사를 안하는 디스코장이며, 생맥주집이며, 잘 나가면 민속주점(요즘으로 치면 소주방)까지 갈만한덴 다 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무척 즐겁게(?) 보냈다. 근데 이 머리라는 놈이 요상한 것이어서, 그 짧은 머리도 조금 길었다고 남들 다 하는 파마가 하고 싶어서, 친구와 꾀를 짜내어 요즘으로 치면 스트레이트 파마에 해당하는 핑클 파마를 하고, 그렇게 다니면 들키는게 시간문제니까, 곤로에 다려서 머리를 펴는 고대기로 쭉쭉 펴서 파마를 완성시켰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80년대형 스트레이트 파마의 창조였다. 우리가 이 파마에 성공하자, 대놓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못하는 많은 우리의 친구들이 이 미용실을 들락거렸다. 당시에 파마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해야하는 것처럼 번져서, 이용이라는 가수의 곱슬거리는 머리는 젊음의 상징인양, 70년대의 장발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긴, 요즘은 또 조금도 곱슬거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상승무드를 타고있어서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는 여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우리는 동양인 중에서 몽골계통이고 이 인종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 바로 “곧게 뻗은 머리(직모)”다. 그런데 그 직모를 왜 스트레이트로 편단 말인가. 물어보면 “웨이브”지게 한다고는 하는데. 곧게 뻗은 머리를 다시 곧게 뻗친다는 것이 영 어색하다. 그게 어색해서 그런지, 이제는 물감을 들이는 풍조도 많아서, 그냥 까만 머리는 촌스러운 것의 대명사가 되었고, 기왕이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똥색”이 첨가된 갈색형에서부터 서양사람도 잘 안하는 시뻘건 머리(가수 이소라형)색깔이나 아예 노랗게 만들어서 출신성분을 가장하기도 하고 여러 색깔로 치장해서 한때 토인이었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오해는 마시라. 나는 자기 스스로의 취향대로 이렇게 자기를 가꾸는 것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다. 단지, 자기가 한 표현에는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겠기에 내가 받는 느낌을 이야기할 뿐이다. 여자들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가슴에 털 났다고 자랑하는 남자들도 별로 다른 모티브는 아니다. 머리결이 지나치게 곱슬거리는 사람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인종보다는 흑인종에 대해 조금 더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지나친 곱슬은 “혼혈”이나 혼혈조상이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데 그래서 내가 어릴 적에는 “곱실배”라고 이런 머리의 아이들을 놀렸다. 속상하게도 이런 머리의 여학생에게, 학칙이었던 “단발머리”는 “천형”이었다. 뭉실뭉실 떠서 어릴적의 마이클 잭슨 펑키스타일을 연상케하는, 이 머리를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들을 때마다 연상하곤 한다. X파일 두번째에서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을 거두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했는데, 오늘은 혼혈이라는 것이 어디서 어디로 흘렀나를 한 번 짚어보자. 우리는 원래 황인종에 직모였는데 이리 저리 섞이다보니 곱슬머리도 늘고 코크고 눈이 쑥 들어간 양코배기 닮은 사람도 늘었다? 역사를 보면 가끔씩 언급되지만 처용(아라비아인)이나 박연(네덜란드)같은 사람이 분명히 이 땅에서 자손을 이어갔으니 그런 증거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나도 대충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왠만한 것도 다 뒤집어버리고 싶은 이 반골기질이 이 자연스러운 설명을 곧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자연스러운 설명을 듣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형태는 너무 다양하고 현란하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특히 기골이 장대한 것은 고대 중국책에서도 수시로 언급하고 하다못해 종족의 이름을 키 크다는 뜻과 활 잘쏜다는 뜻의 夷자로 붙여놓았겠는가. 그런데 그 후로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키작은 민족이 되었을까? 못먹어서? 그럼 그 때는 얼마나 잘 먹었길래? 신라 미추왕릉에서 발견한 화려한 목걸이의 상감유리 장식에는 오똑한 코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흰색 피부의 여자얼굴이 새겨져있다. 당시에 실제로 있었던 외국인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하긴 십팔사략에서도 황제(黃帝)가 백녀(白女)를 찾았던 이야기는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신기하지 않은가? 어디 이뿐인가? 말만해도 그렇다. 천년 정도가 걸려야 조금씩 바뀐다는 원초적 단어들, 즉 하늘, 해, 달, 별, 물, 풀 이런 단어들은 지금 터키지방에 가보면 전혀 다르다. 우리를 그들과 같은 알타이어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장의 구조적인 특징과 몇 가지 음운법칙이 같기 때문인데, 단어가 이렇게 다르니 같은 어족이라는 말을 그렇게 믿고싶지는 않다. 오히려 아리안 어족들의 단어들과는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다.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만 더 들어보자. 「하나 둘」과 그리스어의 「에나디오」, 우리말 「가(GO)」와 영어 「고」, 「와(COME)」와 힌디어 「와오」, 「예(YES)」는 그리스어로 「네」, 영어로는 「예스」다. 우리말 「입(口)」은 영어의 「입술(lip)」이고 「잎(잎사귀)」는 영어로도 「잎(leaf)」다. 고대영어로 가면 우리말 「여의다(죽다)」와 고대영어「예더」, 「없애다(죽이다)」와 고대영어「없스뢰」가 비슷하다. 「불(fire)」는 그 극명한 예인데, 현대영어에서야 「파이어」고 고대영어에서는 「푸-ㄹ-」이다. 고대그리스어로는 「퓌」이고 이란어로는 「풀」인 이 발음은 우리 조상들이 「부여, 부루(해부루), 부리, 패리, 펴라, 평양」으로 계속 이어쓰고 있다. 그 흔적이 실크로드를 통해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리스 - 소아시아 - 아프가니스탄 - 인도 - 태국 - 중국 - 한반도 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말의 원초적 단어를 구사하던 종족은 오히려 이 계통이고 이 계통의 종족이 원주민이었으며 후에 북방기마종족의 지배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보면 혼혈의 문제는 오히려 반대편에 설 수도 있다. 원래 우리 종족은 서양인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고대 중국인들이 자신들과 우리 종족을 구분하며 키가 크고 머리결이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으와!!! 우리 민족의 원래 시작은 노랑머리에 파란눈일 수도 있다는 이 말이 충격적이라면 아직 상상력을 회복 못하고 계시다는 증거다. 물론 이 가능성은 옛조선 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하지만 그렇다해도 고증이 아주 빈약하다. 그래서 생각에 따라 증거를 세우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씀이다. 최근 중국에서 발견된 고대 “미이라”는 이런 점에서도 충격적이다.(96년) 중국 학술계가 주저주저하는 사이에 비밀이 새나가자 하는 수 없이 발표했던 그 미이라는 노란 머리칼을 가진 서양종족이었다. 선대문명이 죄다 자기 종족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사람들에게 이정도로 치명타를 가할 것은 그리 흔치않다. 문화는 속일 수 있어도 인종마저 바꿀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도 없던 시절에 동서교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색깔이 햇볕에 타서 지금처럼 변했다고 우기기도 뭣하고, 쉬쉬하다 발표는 했지만 연구는 안한다. 왜 그 연구를 해야하나? 우리 중꿔사람 돌았나해? 장개석이 총통이던 본토 중국시절, 역사학자들이 고대사를 편집해온 것을 보고 책을 집어던지며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중국 역사책 써오랬지, 오랑캐 역사 써오랬냐!” 그러나 어쩌겠는가. 학자양심상 고대사는 우리꺼 아니라해. 우리는 항상, 왜 우리 민족이 어디에서 흘러왔다고만 생각할까? 우리가 그곳 어딘가로 흘러갈 수는 없었을까? 그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문명의 발상일 수 없을까? 과연 우리는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의 우리다. 그러길래 우리 옛조상들이 생각했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언젠가 누구에겐가 무엇인가 주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단순히 사대주의의 결과로 뿌리를 내린 발상법의 주체성 상실을 넘어서 우리는 “마음”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이 자존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건강하고 풍성한 몸을 얻어도 그것은 맘이 없는 반쪽자리일 뿐이다. 언제나 열등에 휩싸인 배부른 쪽박(거지)일 뿐이다. 우리는 간단한 과거마저 잊고산다. 하물며 “고대”라는 이름 앞에서는 어디서 왔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흔히 우리가 ‘오키나와’라고 부르는 류우큐우 열도(홍길동의 유구국)는 1879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 말이 다르고 종족이 다른 남방의 독립국이었다. 청나라 조공국이었던 이들을 점령한 일본은 그들의 말을 바꾸고 2차대전 중에는 학살극을 벌이더니 여기다 미군기지를 세워 이제 오키나와가 한 때 “일본이 아닌 나라”였다고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국기라고 생각하는 태권도가 바로 이 오키나와 테(手)에서 왔다. 이것이 당수(唐手), 즉 공수(空手)이며 가라테이다. 가라테는 일본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식민지시절을 거쳐 해방후 조선의 전통무술이었던 택견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둔갑한다.(전통택견과 태권도가 흐름이 전혀 다른 것은 현재 밝혀지고 있다) 김용옥 교수가 주장한 이 이론을 내가 받아들인 까닭은, 그렇다해도 도대체 태권도가 어떻게 될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어디서 왔는지를 잊어버리고 현재 있는 것을 옛부터 있었다고 믿어버렸다면 류우큐우의 공수도가 우리의 고유무술인 발차기 태껸으로 둔갑해도 할 말이 없다. 설령 그것이 가능했더라도 우리는 가라테가 옛부터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역사를 곡해했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껸이 있었길래 태권도가 가능했다. 손동작 품새위주의 가라테를 완전히 발차기 중심으로 전환시켜버린 태껸의 전통(경기나 시합할 때 손쓰면 이건 완전히 병신)이 이렇게 살아숨쉬길래 태권도는 우리의 국기일 수 있다. 태권도 경기할 때 보듯, 춤추듯 펄쩍펄쩍 뛰어가며 기회를 봐서 발을 내지르는 이 모양새는 분명 당수(공수)는 아니다. 발차기를 싫어하는 민족이었다면 그 짓이 눈에나 들었겠는가. 그런 역사적 눈길은 우리 문화의 많은 부분을 보는데 필요하다. 우리가 어릴 적, 우리의 눈을 잡아끌었던, 그 시절 우리를 휘어잡았던 만화들중 상당수가 일본만화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테다. 여자라면 "캔디"가 그렇고 남자라면 "바벨3세"가 그렇다. 바벨3세의 그 거대한 스케일에 일단 찬사를 보낸다. 거대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 바로 전 세대가 즐겨찾던 산호선생(대주신제국사의 저자다)의 "라이파이와 녹색마왕" 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늦어서, 시대에 맞지 않게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았던 반면, 바벨3세는 소년지가 마구 퍼지던 70년대를 주름잡으며 우리의 상상력을 쉴 새 없이 휘저었다. 거대한 새(로프로스)와 걸어다니는 로보트(포세이돈)는 당시 상상력의 한계를 넘은 발상이었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표범(로뎀)은 몇 년 전에 미국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새로 나타난 특수멀티합금 인조인간에서나 기술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지금보아도 엄청난 상상력이다. 이것을 벌써 이십년 전에 우리는 보고자랐다. 일본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최소한 기원후의 세월에 대해서는 처절한 노력으로 뿌리를 찾아다녔다. NHK가 돈이 많아 실크로드를 답사하고 히말라야와 중원과 만주와 시베리아를 뒤진 것이 아니다. 그들의 후손에게 심어줄 옛 기마종족다운 원대한 도전정신을 복원시키기 위해서, 현세에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고대와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했다. 그 시절, “마징가Z”가 있었다. 조종석에 앉아 로보트를 조종한다는 이 기발한 발상은 장난감계에 대 혁명을 가져와서 지금 우리나라 꼬마들이 갖고 노는 변신로보트의 할아버지 격에 해당하는 마징가제트가 전 일본과 한국을 주름잡았다. 그런데 무쇠로 만든 인조인간 로보트 그레이트 마징가 제트의 머리 위에 솟아난 뿔은 도대체 무언가? 고구려 투구다! 고비사막과 천산산맥을 헤매고 다녀도 그 투구는 찾을 수 없지만, 그들은 저런 방식으로 그들 나름의 고대를 복원해내고 있다. 내가 일본 만화영화를 보며 그 수많은 노랑머리 요정 핑키들이 등장해도 일본사람들이 서양편향적이라고 욕하지 않는 이유를 이제 이해하시겠는지, 내가 누군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지만 오로지 현재의 나만은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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