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가 가장 맛이 좋고 결이 연한 시기는 보통 도살 후 5일부터 10일 사이라고 한다. 연한 고기는 쉽게 말해서 검붉다. 그리고 붉은 살 사이에 가는 지방분이 그물처럼 종횡으로 얽혀 있다. 이런 고기는 썰 때 칼날에 착착 달라 붙는다. 맛이 없고 질긴 고기는 결이 피둥피둥하고 빛깔이 새빨갛고 섬유가 희게 드러나고 썰 때도 자른 자국에서 진물이 흐른다.
쇠고기의 부위와 조리
쇠고기는 부위에 따라 쓰이는 곳이 다르다.
등심은 등골 뒤에 붙은 고기로서 질이 좋을수록 붉은 살고기에 가느다란 기름기가 종횡으로 그물처럼 뻗어 있다. 위에 붙어 있는 지방도 노르스름하고 차분한 빛을 띄운다.
조리는 로스구이라고 해서 주고 석쇠구이, 번철구이, 소금구이,전골 등에 쓴다.
안심은 갈비 안쪽에 붙은 고기로서 육질은 등심과 같으나 고기의 두께가 좀 엷다. 조리는 등심과 같다.
방앗살은 등심의 복판에 있는 고기로서 주의에 지방이 있고 육질이 대단히 연하고 맛이 좋은 최상급의 고기이다. 조리는 등심이나 안심과 같다.
업진살은 가슴에 붙은 즉, 소의 밑 복판에 붙은 고기이다. 기름기와 붉은 살이 세겹으로 되어 있는 부분을 말한다. 두꺼운 곳은 상급 고기이지만 얇은 곳은 중급이다. 조림, 곰국, 전골, 다진고기 요리, 스프 등에 쓴다.
채끝살은 엉덩이 뒤쪽의 볼기살로 로스처럼 약간 검붉고 연하여 맛이 좋다. 최상급 부분에 속한다. 구이, 곰국, 조림, 볶음 또는 로스구이로도 쓰인다.
우둔살은 볼기살을 말하며 기름기가 적은 붉은 살이다. 구이, 볶음, 조림, 로스구이에 쓰면 좋다.
대접살은 엉덩이 아래쪽 살을 말하며 빛깔이 붉고 대체로 맛이 담백하다. 표면에 기름기가 있는 것이 좋으며 두꺼운 살이 연하고 엷은 살 쪽은 질기다. 안쪽으로 있는 살이 맛있는 상급 고기이다. 육회, 포, 조림, 전골 등에 쓰면 되고 중급과 하급 고기는 다져서 쓰는 고기 요리에 적당하다.
어깨살은 육질이 질기고 기름기가 적으며 힘줄이 많다. 맛은 좋으나 8할 정도가 중급, 하급 고기이다. 곰국, 편육, 다진 고기로 쓴다.
양지머리 고기는 질기지만 대단히 맛이 있고 좋은 고기일수록 기름기가 많다. 곰국, 전골, 다진 고기 요리에 사용한다.
다리살은 가장 운동을 많이 하는 부분이므로 대단히 질긴 고기이다. 곰국, 조림,국, 족편 등으로 쓴다. 우설은 목구멍을 경계로 끊어 쓰는 고기를 말한다. 소금절임, 편육, 곰국, 조림, 튀김, 스프 등에 쓴다.
꼬리는 털과 껍질을 뽑아 버리고 관절있는 곳을 끊어 쓴다. 맛은 대단히 좋다. 곰국, 스프 등에 쓴다. 갈비는 맛있고 좋은 부위이다. 갈비구이, 갈비찜 등에 사용한다.
소뼈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모두 부위별로 곰국을 해서 먹는다. 특히 도가니탕이라고 해서 무릎뼈 곰국은 유명하다.
내장도 부위별로 특색이 있다. 간은 싱싱할 때 생으로 먹고 그렇지 않으면 부침 등의 재료로 쓴다. 생으로 먹을 때는기름 소금에 찍어 먹는다. 천엽은 소금물에 잘 빨아서 생으로도 먹는다. 역시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다. 양은 고아서 스프로도 먹고 전골이나 구이에도 쓴다. 그밖의 내장은 물을 끓여 데치고 잘 단속하여 소금에 빨아서 푹 고아 내장 곰탕을 해먹는다. 고아서 식힌 후 기름을 걷어내고 조리한다.
조리상의 주의
-써는 법 쇠고기를 썰 때에는 고기의 결을 가로 질러 직각이 되게 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씹을 때 질기게 된다. 칼을 잘 들게 하여 단번에 쑥 끊어야 고기맛이 있다. 톱질하듯이 밀고 당기면 맛도 덜하고 끊긴 곳이 곱지 않다.
-삶는 법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그대로 쓸 때는 짐을 묶듯이 굵고 질긴 무명실로 빙빙 돌려 묶어 넣으면 형태가 이그러지지 않는다. 수육으로 삶을 때 이렇게 해서 삶으면 좋다. 삶을 때는 무우나 양배추 등을 넣고 삶는 것이 좋다. 끓을 때 뜨는 거품 찌꺼기를 깨끗이 건져내면 국이 맑고 좋다. 고기를 맛있게 삶으려면 먼저 물로 표면의 피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고 반드시 물과 함께 넣고 끓인다.
-고는 법 특히 뼈는 일주야를 푹 고아야 된다. 지금은 압력솥이 있으므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옛날에는 하룻밤을 고았다. 푹 고아지면 식혀서 위에 뜨는 기름을 거두어 낸다. 기름이 거의 고형이 되어 있으므로 걷기가 쉽다. 한티 없이 걷어내고 뽀오얀 국만 먹는다. 소금, 후추, 마늘, 파를 넣어 그냥 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국과 스프로 쓰면 더욱 좋다. 한 번뿐 아니라 두번, 세번 고아 먹을 수 있다.
-조림 법 하룻밤을 포도주나 정종에 재웠다가 졸이면 맛이 놀랄 만큼 좋다. 조릴 때는 날 것으로 그냥 하지 말고 표면을 약간 구어서 겉을 단단하게 하면 육즙이 많이 나오지 않고 조린 고기의 형태가 예쁘고 맛도 좋다. 또 장조림을 할 때는 삶아서 그 국을 약간 따라 내고 조림장을 부어야 된다.
-구이 법 고기 속이 반숙이 되어 붉은 빛이 남아 있도록 구어야 맛이 있다. 로스구이를 할 때는 자주 뒤집지 않아야 맛도 있다. 구을 때는 철판에 고기를 놓아두고 고기 위에 붉은 고기 육즙이 배어 나오면 그 때 뒤집어 굽고 다시 한번 뒤집어 잠깐만 구어 먹으면 알맞다.
불고기를 구을 때 옛 어머니들은 화로(풍로)에 숯불을 놓아 구었는데 참숯일 경우에는 확 피워버린 뒤에 비로소 석쇠를 놓았다. 부숯(항아리에 꺼놓은 숯)은 그냥 두었다. 그러나 부숯은 빨리 사그라지므로 참숯 피운 것을 밑에 놓아 부숯의 화력을 살려주고 고기가 닿은 곳에는 공해가 적은 부숯을 놓게 했다.
또 석쇠에는 참종이를 물에 살짝 적셔 깔아 놓고 고기를 얹어 구었다.
-양념장 만드는 법 쇠고기 조리를 할 때는 간장을 먼저 치지 않는다. 간장을 먼저 치면 살의 섬유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배즙이나 술에 잠시 담가 두면 연하다. 불고기 양념장은 간장, 설탕, 마늘, 파, 후추, 표고, 양파즙, 생강즙, 술(포도주), 배즙 등을 잘 섞어 만든다. 고기나 갈비에 양념장 을 해서 재워 두었다가 요리를 한다. 양념 양이 너무 많아도 고기맛을 잃고 너무 적으면 촉촉하고 맛있게 구어질 수 없다. 모든 것이 숙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두서너번 해보아 자기 나름대로의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쇠고기의 기본 요리
-갈비구이 갈비는 손질을 잘해야 한다. 토막낸 갈비를 뒤쪽에 엷게 붙은 힘줄 껍질을 벗기는데 가운데 칼집을 넣어 양쪽으로 갈라내면 된다. 그런 뒤에 앞에 붙은 갈비살을 먹기 쉽게 칼집을 넣고 자근거려 둔다. 구어 먹을 때는 이렇게 해야 뜯어 먹기가 좋다. 그러나 찜이나 갈비탕을 할 때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난 뒤에 조리에 들어가도록 한다.
-육포 육포는 제사상이나 잔치상에 꼭 오르는 음식이다. 쇠고기는 비교적 기름기가 적은 방앗달이나 대접살이 좋다. 먼저 고기 포를 뜬다. 너무 얇아도 마르는 과정에서 흐트러지기 쉬우므로 대략 길이 10-12cm, 넓이 5-6cm, 두께는 4-5mm 정도가 알맞다. 간장, 설탕, 술(포도주), 마늘 생강즙, 후추, 참기름 등으로 양념하여 고기를 재워둔다. 이 때 고기 한장 한장을 양념장에 적셔가며 재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주물주물 해버리면 절대 안된다. 2-3시간 후에는 재워 둔 고기의 중간쯤을 아래로 하여 재운 위치를 바꿔준다. 1-2시간 후에는 재워 둔 고기의 중간쯤을 위로 하여 또 위치를 바꿔준다. 이렇게 해서 5-8시간 재웠다가 채반에 넌다. 널 때에도 여러 가지를 주의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가지런히 널고 1-2시간 후에는 반드시 뒤집어 널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대로 말리면 채반에 고기가 붙어버리게 된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재빠르게 말리도록 한다. 서너번 뒤집어 가면 말리면 3-5일 정도면 알맞게 마르게 된다. 너무 말리지 말고 적당히 말랐을 때 싸서 보관해 둔다.
-편육 편육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쇠고기의 양지머리 부분을 주로 사용하는데 업진살, 우설, 우낭, 콩팥 등으로도 한다. 쇠머리 편육은 특히 잔치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솥에 물을 넉넉히 붓고 고기를 덩어리 채 넣는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붉은 피가 묻어나지 않으면 건져 낸다. 헝겊에 싸서 무거운 돌로 눌러 모양을 다듬는다. 눌러지면 얇게 썰어 낸다. 쇠머리의 경우에는 푸줏간에서 손질해 준것을 잘 씻은 다음 두 쪽이나 네 쪽으로 깨뜨린다. 솥에 물을 붓고 쇠머 리를 넣어 고는 요령은 양지머리와 같으나 시간이 더 걸린다. 고기가 물렀다고 생각되면 뼈를 추리고 쪼개 놓은 부분이 맞닿도록 해서 엎어서 보자기 에 싸서 눌러둔다. 보자기는 삼베가 좋다. 굳으면 얇게 저며 놓는다. 양념장 또는 초장에 찍어 먹는다.
-족편 족편 역시 잔치상의 모양을 내는 음식이다. 쇠발을 잘 씻어서 솥에 물을 충분히 붓고 쇠발을 넣어 약한 불로 은근히 곤다. 2-3시간 후에 깨끗이 장만한 닭을 넣고 거품을 걷엉 가면서 고기가 흐물흐물 될 때까지 푹 곤다. 기름기와 거품을 잘 걷어내면서 삶는 것이 중요하다. 물기가 1/3정도 졸아들고 국물 이 되직해 지면 고기를 건져 내어 뼈는 추리고 고기는 다져서 다시 넣는다. 간장, 마늘, 생강즙, 후추 등으로 맛을 한다. 다 고아지면 네모진 그릇에 흘려 붓고 그 위에 잣, 실고추, 석이, 달걀지단 등 고명을 미리 장만해 두었다가 얹어 놓고 굳힌다. 굳으면 7-8mm 정도의 두께로 썰어 접시에 보기 좋게 내 놓는다. 초즙에 먹는다.
-전골 전골은 모여 앉아서 끓이면서 먹을 떄와 끓여서 냄비채로 상에 내놓을 때가 약간 다르다. 상에 내놓을 때는 쇠고기를 채로 썰어 갖은 양념으로 무쳐 놓는다.
두부는 5mm 정도 두께로 납작하게 썰어서 소금을 뿌려 두었다가 노랗게 부쳐서 두고 미나리는 달걀을 섞어 초대로 부쳐 길이가 5cm , 폭이 1.5cm쯤 되게 썬다. 표고는 물에 불려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두부, 표고, 미나리, 파, 마늘을 넣고 한 소큼 더 끓여 간을 하고 그대로 다시 한 소큼 더 끓여 상에 내 놓는다.
끓이면서 먹을 때는 고기를 얅게 그러나 좀 보기 좋게 썰어 둔다. 야채는 미나리, 파, 시금치, 양파, 표고 그리고 두부를 장만해 둔다. 냄비는 밑이 두껍 고 넓적하고 좀 깊어야 좋다. 고기를 먼저 냄비에서 살짝 볶고 육수를 붓는다. 육수는 쇠고기 뼈를 고아서 기름을 걷고 미리 장만해 둔다. 국에 간을 하고 나머지를 넣는다.
두부를 먼저 넣고 야채를 넣는데 순서는 잘 익지 않는 것부터 넣어야 한다. 미나리와 같은 것은 제일 나중에 넣는다. 계란을 작은 접시 에 깨서 넣고 참기름을 한 두 방울 떨어 뜨려 잘 섞은 후 여기에 찍어 먹는다.
이 요리는 많은 식구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육수를 부어가면서 야채도 보충해서 넣으면 얼마든지 나누어 먹을 수 있다.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겁게 먹을 수 있고 친구끼리의 회식에도 두어가지 전채만 곁 들이면 일품 요리로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다. 모든 냄비이므로 재료가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여러가지 재료를 적당히 배합 할 수 있다.
육수 만들기 소뼈와 무우를 넣고 푹 고아 식혀서 기름을 걷고 간을 맞추어 미리 장만해 둔다. 급히 만들 때는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간장 후추룰 넣고 마늘, 파 등을 또 넣어 볶는다. 고기 빛깔이 검어지면 물을 붓고 끓여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육계장 살코기는 잘 삶아서 짝짝 찢어 양념에 무쳐 둔다. 고추가루를 아주 약한 불에서 참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여기에 고기 삶은 국을 붓고 양념해 둔 고기도 함께 넣는다. 콩나물, 고사리, 숙주나물, 파 등을 넣고 푹 끓인다. 파는 다른 야채 보다 조금 많이 넣는다. 마지막으로 마늘 양념을 해서 먹으면 얼큰하고 맛있다.
-갈비탕, 내장탕 갈비나 내장은 폭 고아서 식혀 위에 기름을 걷어 내고 그 국을 다시 끓이면서 갈비를 넣고, 마늘, 파, 양념을 하여 내놓는다. 국은 소금으로 간한다. 내장은 고추가루를 약간 넣고 양념을 함께 넣어 푹 끓인다.
-쇠고기 산적 장산적 쇠고기는 곱게 다져 간장, 참기름, 후추, 설탕, 깨소금, 파, 마늘 등을 넣어 조미한다. 그것을 도마에 놓고 살짝 칼집을 해서 두께가 5mm쯤 손바닥만하게 판을 잡는다. 백지에 기름칠을 골고루해서 그 위에 고기를 얹고 석쇠가 달았을 때 굽는다.
한쪽이 구어지면 뒤집어서 종이를 떼어 내고 양면을 고르게 바싹 굽는다. 다 구어지면 사방 2-3cm의 네모로 자르던가 장방형으로 잘라 솥에 담고 그 위에 조림용 양념을 골고루 얹고 잠깐 더 조려서 접시에 담아낸다. 위에 잣가루나 깨소금을 뿌린다. 석쇠에 굽지 않고 번철에서 구어도 된다. 섭산적 장산적과 같은데 고기에다 두부를 물기 없이 꼭 짜서 덩어리가 없도록 하여 고기에 섞으면 된다.
야채산적 쇠고기는 새끼손가락만한 굵기로 길이 2-3cm로 썰어 참기름, 후추, 간장 약간해서 무쳐둔다. 파는 살짝 데치고 당근도 살짝 데쳐서 쇠고기 길이 만큼 썰어 양념한다. 가느다란 꼬챙이에 파, 당근, 쇠고기 순으로 꿰어 밀가루에 무쳐 계란으로 지져 낸다. 야채는 도라지, 시금치, 미나리 등도 할 수 있고 낙지도 함께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