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 ②]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구 지방자치 주도 세력 변천”
이병기(정치학 박사)
종로구 민선 구청장 4명 여.야 2명씩 배출
지역 발전 새로운 동력, 풀뿌리 정치문화 형성
1991년 전국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1995년 민선 구청장이 선출된 이후 27년 간 종로구는 민선 구청장이 총 4번 바뀌었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탄생한 민선 1기 종로구청장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기존 종로의 주도 세력층인 토호자치세력이 아니라 지방자치 실시로 등장한 선거자치세력이 맡았기 때문이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도 재임에 성공하면서 약 6년간 구청장직을 맡은 정흥진 민선 1기 종로구청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1년 전 2001년에 사퇴하여 임기 7년 중 6년을 한 셈이다. 1998년 선거에서는 구청장 임기가 3년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정구청장의 민선 구청장 당선은 마치 ‘날라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었다. 종로구 지방자치 주도권이 민선 초기부터 기득권적 토호자치세력과 선거자치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를 보인 것인데, 이로 인해 양측간 불협화음도 많았다. 종로구 전통적 주도 세력이 아닌 선거자치세력으로 당선된 정흥진 구청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종로의 토호 중 한 명이 맡았던 종로문화원장을 새롭게 교체하고, 새마을운동협의회 회장도 자신의 멘토로 갈아 치우는 등 기존의 종로 주도 세력을 와해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같은 각종 직능 및 자생단체의 임원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새롭게 교체시키거나, 교체와 연동된 자신의 세력을 영입하는 등의 많은 변혁을 일으키면서 기존의 관변세력 또는 토호세력들을 배척하는 등 적지 않은 물갈이 파동을 낳은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 이어 탄생한 김대중 정부 시절, 새로 구성되는 제2건국운동 범국민단체 설립에 있어서도 자신의 측근 세력 중심의 인적 구성으로 종로 사회 주도 분위기를 일신하여 새로운 주도계층을 형성했다. 새롭게 형성된 신흥 선거자치세력은 은연중 주민들의 호응도 받았다. 기존의 주도 세력에서 배제된 채 지역의 소외적 갈등을 겪었던 일반 주민들은 새로운 주도세력에게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자신들이 참여해서, 자신들의 선택으로 결정한 신흥 선거자치세력들을 성원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들이었다. 실로 놀라운 지역의 분위기이면서 일종의 변혁이었다. 그동안 지역의 주도 세력에게 차별받고 소외됐던 민초들의 의식이 갈증을 해소하는듯한 정서였다. 그 갈증 해소가 바로 지방자치에서 비롯된 지역의 풀뿌리 정치였으며 이 땅에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의 기제가 된 것이다.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정치풍토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며 지역의 주도 세력으로 안주하던 토호세력들에게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결과였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토호들이 가지고 있던 지역의 주도권을 쟁취하고 종로지역의 새로운 주도 세력 문화를 창출한 선거자치세력들은 그 이후 종로구 풀뿌리 정치의 핵심적 실천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2년 종로 기득권층 출신으로 관변세력 일원이었던 김충용 바르게살기운동 종로구협의회장이 민선 제3기 종로구청장이 되면서 종로 사회 분위기는 다시 반전의 양상을 보였다. 또다시 종로 토호 세력 중심의 토착자치세력이 부흥하면서 지역의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지난 7년간 잃어버렸던 종로 사회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모습을 나타냈는데, 관내 새마을운동과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그리고 종로문화원 등 단체들의 장들을 다시 기존 토호세력들에게 맡겨지면서 과거의 기득권적 지역 주도권을 재형성했다. 토호세력들의 주도권을 지키던 김충용 구청장이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총 임기 8년 동안 다시 기존의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굳혔던 지역 주도권을 어느 정도 원복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역의 토호자치세력들을 물리치고 지역의 주도 세력을 형성했었던 선거자치세력들도 이미 곳곳에 포진된 채 일정부분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잠재된 저력도 이미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과거 중앙집권적 풍토에서처럼 기존의 토호세력이 일방적이고 차별적인 분위기를 재형성하지는 못했다. 기존의 토호자치세력들도 선거자치세력들과 점진적 타협을 이루며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방자치가 마련한 풀뿌리 정치에서 전통적 주도 세력인 토호자치세력과 선거자치세력이 상호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종로 정치문화를 잉태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양 주도 세력들은 다음번 지방선거를 대비한 선거운동 전략상 풀뿌리 정치를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 제5회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다시 민주당 김영종 후보가 민선 제5기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종로는 다시 선거자치세력들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형상이었다. 종로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기존의 주도계층에서 빼앗은 주도권을 7년 만에 잃어버렸다가 8년간 비주류로 있던 선거자치세력이 다시 종로의 주도 세력으로 일어선 것이다.
주목할 점은 김영종 새 종로구청장은 기존의 선거자치세력과는 또 다른 별개의 새로운 세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선거자치세력의 일원으로서 그 뿌리는 같지만 김영종 새 구청장은 신흥 선거자치세력 간의 권력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자치세력과 당원 경선을 통해 승리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에 선거자치세력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경선자치세력인 것이다. 경선자치세력에는 선거자치세력도 일부 포함됐지만 당원 경선을 거치면서 새로운 종로 자치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종로구 새로운 자치 세력인 것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후 2014년과 2018년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하면서 종로구 주도 세력을 공고히 했는데, 무려 10년 이상 장기적 집권을 하면서 종로 사회를 오히려 호남권 일색으로 변절시키는 오류를 보이기도 했다. 장기 집권이 새로운 지역 고착화 속에서 새로운 불평등과 신종 소외의식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2022년 종로구청장 선거에서는 종로구 전통 주도 세력 아류인 정문헌 구청장이 새롭게 당선되면서 또다시 종로 사회의 주도 세력은 새 국면을 맞는데, 이처럼 종로구 지방자치 주도 세력은 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변천을 한다. 기존 전통적 주도 세력인 토호에서 지방자치 초기 토호자치세력과 선거자치세력 그리고 그 이후 토착자치세력과 경선자치세력이 등장했고 지금은 다시 전통적 주도 세력의 일원인 신흥 주도 세력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근본 배경은 민선 구청장의 파워라고 할 수가 있다. 민선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종로구 주도 세력이 변하면서 풀뿌리 정치의 다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가 지역의 풀뿌리 정치를 태동시키면서,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시대 고착화된 정치체제에서 새로운 풀뿌리 정치문화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주도 세력들이 경쟁과 대결을 하며 보다 새로운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함으로써 풀뿌리 정치에 주민참여는 크게 늘어나는 양상인데, 이러한 모습이 곧 풀뿌리 정치의 활성화이며 지역 민주화의 단초가 된다.
지방자치에서 민선 구청장 선출은 확실히 지역의 정치문화를 새롭게 형성하면서 주민 정치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문화를 활성화시킨다. 지역사회 주도 세력 변천과 함께 새로운 동력의 원천을 이루면서 지방자치 문화를 성숙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
구분 | 민선1기 | 민선2기 | 민선3,4기 | 민선5,6,7 | 민선8기 |
나 이 | 51세 | 54세 | 62-70세 | 61-69세 | 55세 |
학 력 | 대졸 | 대졸 | 대졸 | 행정학박사 | 정치학박사 |
직 업 | 정당인 | 정당인 | 약사 | 건축사 | 정치인 |
경 력 | 시의원 | 구청장 | 약사회장 | 정당인 | 국회의원 |
단 체 | 호남 향우회 | 호남 향우회 | 바르게살기 | 바르게살기 | . |
정 당 | 국민회의 | 민주당 | 신한국당 | 민주당 | 국민의힘 |
<역대 민선 종로구청장 당선자 분석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