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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1시, 기온이 37.8도까지 치솟은 부산 강서구에서 롯데마트의 대형 물류 창고인 ‘제타 스마트센터’에 들어서자 서리와 같은 입김이 나왔다. 냉장 구역은 영상 3~5도, 냉동 구역은 영하 25도였다. 찬 공기 속에서 무인 운반 로봇 150대는 바둑판 모양의 보관 설비 위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온라인에서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자 운반 로봇이 상추 10여 봉지가 든 재고 박스를 들어 인근의 로봇 팔 앞에 갖다 놓았다. 로봇 팔이 이 중 한 봉지를 집어 고객 배송 박스에 옮겨 담았다. 박스는 투명한 원통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송 차량에 실렸다.
미국 아마존의 무인 창고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롯데마트가 약 2000억원을 투자한 온라인 장보기 전용 물류 창고다. 영국의 물류 자동화 기업 오카도(Ocado)의 기술을 적용했다. 연면적 4만㎡(약 1만2000평)에 달하는 제타 스마트센터는 최대 1000대의 자동 운반 로봇이 하루 3만3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완전 가동하면 연간 약 9600억원어치의 주문을 소화할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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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냉장 구역에서 운반 로봇이 바둑판 모양 보관 설비 위를 오가고 있다. 운반 로봇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많이 담긴 재고 박스를 로봇팔 앞으로 놨고, 로봇팔은 하나를 집더니 고객별 배송 박스에 옮겨담았다.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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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적자인데도... 롯데마트, 2030년까지 총 9500억원 투자 추진
롯데마트는 부산의 제타 스마트센터 출범과 함께 경쟁사인 쿠팡과 컬리가 선점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반격에 나섰다. 더 밀렸다간 기업의 생존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는 2030년까지 부산 센터를 포함해 경기 고양 등 전국 6곳에 총 95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국내 사업에서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인 롯데마트로선 긴장감이 팽배하다. 롯데마트·슈퍼는 작년에 해외 사업에선 496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지만 국내 사업의 영업 손실 566억원 탓에 최종 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증가 추세인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쿠팡 등에 고스란히 빼앗기고는 실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부산 센터를 앞세워 부산·영남권의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에 안착한 뒤, 약 1000만 가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후속 센터를 구축하는 진격의 시나리오를 그린 이유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5년 안에 부산 센터의 하루 처리량을 최대 능력(3만3000건)까지 끌어올리고, 가동 6년 차인 2031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목표”라며 “물류센터가 수도권에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손익분기점 도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美선 3곳 폐쇄했는데… 롯데 “아파트 밀집한 한국은 다르다”
롯데마트는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이 신선식품의 신선도 관리와 냉장·냉동 상태 유지에 최고의 효율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 센터는 상품 입고·보관·피킹·포장·배송 전 과정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금(고정비)을 회수할 만큼, 충분한 주문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매년 조 단위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이 커지곤 있지만, 물류센터를 확보했다고 주문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슈퍼마켓 업체인 크로거(Kroger)는 올해 초 오카도와 함께 구축한 자동화 센터 8곳 중 3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자동화 배송망이 ‘재무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롯데마트는 미국 사례와는 다를 것이라고 본다. 자동화 센터의 성패는 고정비를 감당할 주문 밀도인데 한국은 미국보다 인구 밀도가 높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 구조라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부산 제타 스마트센터가 맡는 부산·영남권만 해도 400만 가구에 달하는데다, 아파트 한 동에 여러 가구의 주문을 한꺼번에 배송해 배송 차량 한 대당 처리 건수도 늘릴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미국은 대형 물류센터와 배송 거점 사이 거리가 서울~부산에 맞먹는 최대 400㎞에 달한다”며 “롯데가 대구·울산에 설치할 배송 거점은 부산 센터에서 100㎞ 이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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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2022년 입사해, 사회부와 사회정책부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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