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30일, 월)은 신지현 선수가 긴 부상으로부터 복귀하는 WKBL 삼성생명 대 KEB하나은행의 경기가 예정돼 있었고
또 하이라이트로 보긴 했지만 그저께(29일), 박지수 & 다미리스 단타스(29득점-21리바운드) 트윈타워가 맹활약했던 KB스타즈 대 하나은행의 경기도 보고 싶었는데... 볼 것이 참 많았는데... 저는 이 경기를 택했습니다.
그저께(29일) 있었던 KGC인삼공사 대 도로공사의 여자배구경기.
Full 경기 영상을 보기 전부터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고, 하지만 501개의 댓글(여자배구 정규시즌 평범한 한 경기에 이 숫자가 말이 되나요?) 을
천천히 읽어가다보니 너무 궁금했습니다. 팬들의 분노를 이렇게까지 불러온 도로공사의 경기력이.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도로공사 팬들이 남겨줬던 댓글들 중에 핵심이 되는 부분들 몇 가지만 마음속에 담아두고,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식으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리뷰 들어갑니다.
먼저 이날 경기 스타팅 라인업과 경기 결과입니다.
양팀 모두 나올 선수들이 다 먼저 나왔고, 경기 결과는 도로공사의 패배. 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또 패했습니다.(3전 전패).
1세트, 도로공사의 출발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이바나 선수를 필두로 박정아 선수도 공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21득점, 공격성공률 50%). 센터 배유나 선수의 툭툭 한번씩 나오는 블로킹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KGC인삼공사의 리드로 흘러갔고, 1세트 14 대 20 상황에서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되었던 세터 이원정 선수의 투입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2000년생 루키의 당돌함은 최수빈 선수를 블로킹으로 막아낸 프로 데뷔 첫 득점에 서브 에이스까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서연 & 이원정 선수의 투입은 후방 수비 강화에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결국 도로공사가 1세트 역전하는 중요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김종민 감독이 큰 감명을 받았을까요? 2세트도 선발출전한 이원정 선수. 2세트도 양팀 치고박는 난타전 속에 도로공사가 승리를 가져갔지만 이어서 세 세트를 연이어 내주며 오늘도 승리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 1. 일단 오늘 경기, 신인 이원정 선수가 프로데뷔전에서 꽤 긴 시간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1세트 그 때부터 3세트 22 대 18 시점까지 계속 코트를 밟았고, 4-5세트에도 틈틈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아니, 기존 주전 이효희 세터가 거의 안보이다시피 했는데, 솔직히 많은 팬들의 지적대로 너무 많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네요(본인도 당황하고 놀랬을 듯).
분명 신인다운 패기에 새로움을 더해 1세트는 결과가 좋았습니다. 역전에 승리까지. 하지만 입단한 지 갓 두 달도 안된 신인에게 경기중후반 승부처에서까지 짐을 지운다는 것은 좀 오버가 아니었나 싶네요(물론 결과론적이지만).
이원정 선수를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김종민 감독의 선택을 지지하고요. 사실 이전부터 많은 도로공사 팬들이 바라온 바죠. 하지만 이원정 선수. 경기 중간중간에 잔 실수도 많았고, 확실히 선배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많이 부족했을 겁니다.
특히 정대영 선수와의 충돌. 3세트 3대0 시점, 4세트 2대5 상황에서도 부딪치고... 제가 본 것만 최소 3번 이상 플레이 중 충돌이 있더군요. 구체적인 동선이나 본인의 포지션 등에서 아직 숙지가 덜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 일부 팬들이, 정대영 선수가 일부러 신인 선수와 부딪쳤다는 댓글을 쓰던데.. 사실 경기를 봤을 때 정대영 선수도 머뭇거리거나
본인 위치를 잡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들이 있긴 했지만, 일부러 부딪쳤다는 말은 정말 억측으로 보입니다.
2. 또 도로공사의 이바나 선수는 확실히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보였습니다.
4세트 9 대 14 시점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김종민 감독이 바로 한 마디 하더군요. "이바나, 힘들어서 그래?" 확실히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범실이 잦아지고(4세트에는 서브로 강하게 네트를 때려버리기도 하더군요) 타점이 낮아지는 모습이었습니다(32득점, 성공률 37.18%).
특유의 몰빵배구로 매 경기 40점 안팎을 기록해주고 있는 KGC 인삼공사의 알리나 선수도 걱정이지만, 이바나 선수의 체력은 진짜 걱정입니다.
3. 도로공사의 리시브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리시브하러 도로공사 왔다는 FA 박정아 선수는 리시브 성공률이 5%가 뭔가요? (17시도/1정확) 문정원 선수와 임명옥 선수도 수치상으로는 50%대 리시브 성공률이지만 그리 마땅치 않아보이고, 반면 수비 좀 한다고 느꼈던 유서연 선수도 수치상으로는 38%에 불과하네요. 현대건설은 김연견 리베로-황민경, GS칼텍스는 나현정 리베로에 한다혜 선수의 교체투입(나 리베로와 같이). 흥국생명도 김해란-남지연의 동시 투입 등 가용가능한 자원도 많고 또 작전도 다양한데, 오늘 도로공사는 문정원 선수 리시브가 안되니까 최은지 선수를 투입시키더군요. 임명옥 리베로 자체도 발도 무겁고 많은 비판을 받는 이 시점에 마땅히 이를 보완해주거나 교체할 자원이 없네요.
박정아 선수의 도전정신은 높이 사지만 박정아-전새얀 수비는 망했고, 임명옥 선수도 국내 6개 구단 리베로 중에는 최하위권의 느낌
최은지? 문정원? 그렇다고 정대영-이효희 선수가? 유서연 선수까지도 오늘은 무언가 많이 아쉬운 그런 경기였습니다.
4. 마지막으로 팀워크. 저를 포함해 많은 배구팬들이 KGC 인삼공사를 얕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경기도 KGC는 한마디로 "영리한 알레나의 결정력"으로 승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나 국내 선수들이 단단하게 잘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승리였습니다. 한수지-유희옥-지민경-오지영... 그리 화려하거나 눈에 띄진 않는데, 다들 제몫을 다해냅니다.
제가 며칠 전 리뷰에도 적은 바 있는데, 인삼공사에서 가장 유명한 건 '외국인선수 알레나'라고요. 그만큼 소리없이 강한 인삼입니다.
반대로 도로공사는, 많은(대다수의) 팬들이 지난 시즌부터 계속 하고 있는 말인데. 과감히 세대교체 합시다.
이효희 세터와 틈틈이 보여주는 속공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리시브가 안되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니... 그리고 중간중간에 어이없는 서브 범실과 이어지는 (선수 본인의) 실소. 블로킹도 동갑 김세영 선수(현대건설)에 비해 잘 잡는 것 아니잖아요. 확실히 발도 많이 느리고. 정대영 선수 대신에 정선아 선수(1998년생, 186cm) 씁시다.
박정아 선수(1993년생)는 라이트로 돌려 수비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에 집중하게 하세요.박정아 선수에게 리시브 연습시간을 줄 정도로 정규시즌은 그리 여유로운 시간이 아닙니다. 당장에 결과물(승리와 우승)이 중요하죠. 오늘 경기도 공격력 만큼은 좋았습니다.
※ 이날 경기만 해도 이바나는 체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박정아 선수는 당일 컨디션에 비해 주어진 공격기회가 적다보니 체력이 남고.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속에 경기가 끝나더군요. 둘을 적절히 교체해가며 조절을 좀 해주던지, 아니면 경기 막판에 박정아 선수를 좀 더 활용해보든지 했어야 하는데... 또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부상에서 돌아오면 하혜진 선수도 적극 활용하고(하혜진을 라이트로 고정시키고, 박정아와 이바나를 레프트에. 박정아 후위 시 유서연 선수를 교체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이원정 선수도 계속 기회를 줘야겠지만 이효희 선수와 6대4 또는 7대3정도 비율로 적당히 분배하며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네요(이효희 선수가 감독 말 참 안듣는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그건 뭐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래도 아직 이효희 선수의 노련함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정선아-배유나-하혜진-이효희-문정원-박정아에 임명옥 리베로 두고, 유서연 선수와 이원정 선수 수시로 활용하고(이소라 세터도)
정대영 선수 은퇴 진짜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고, 임명옥 선수 대체자(리베로 아니더라도 수비형 선수로)도 꼭 알아봤으면 좋겠네요.
※ 문득 2016년 6월에 있었던 IBK와의 트레이드가 생각나네요. 김미연, 이고은 선수를 내주고 최은지, 전새얀 선수를 데려왔죠.
도대체 이유가 뭔데? '박정아-김미연-정선아-배유나-하혜진-이고은' 멤버가 얼마나 좋니? 박정아 사오고는 고예림씩이나 내주고...
대놓고 진 팀에 대해 집중해서 지켜보다 보니까 나쁜 말만 쓰게 되었네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정신차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제발 다음 경기는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세요!!! 감사합니다.
인삼은 올해도 분위기 좋습니다. 유희옥 선수(No.14) 파이팅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서브하는 시은미 선수(No.5)
"다 내앞으로 모일 것!" 알레나 선수는 올시즌에도 갑(甲)입니다.
도로공사 문정원 선수. 올시즌 특히 리시브에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 정확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고,
오른쪽 사진 표정에서와 같이 올시즌 도로공사 참 안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