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보 강좌의 마지막입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녹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비인 마이크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녹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뭐니뭐니해도 마이크입니다. 마이크의 성능이 좋지 못 하면 어떠한 노력을 해도 좋은 품질의 녹음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 저에게 믹서를 사려고 하는데 추천해 주세요 라는 쪽지가 옵니다만, 믹서의 품질은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프로페셔널 급이 아니라면 사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아무리 저렴한 놈이라고 하더라도 출처 불분명이 아닌 전문 믹서 메이커에서 나온 제품이라면 어느 것을 사셔도 녹음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베링거, 맥키, 야마하, 사운드크래프트, 삼손 등은 모두 다 훌륭한 믹서 메이커들입니다). 색소폰을 집에서 혹은 동호회에서 사용하려는 용도라면 품질보다는 기능을 보시고 사는 것이 더 좋습니다. 최대로 사용하려고 하는 채널의 개수가 몇 개인지, 이펙터가 붙어있는 것이 필요한지, 가끔 이 믹서를 사용해서 소규모 공연까지도 생각하고 있는지 등등……
그러나 마이크는 다릅니다. 어떤 마이크를 쓰느냐에 따라 또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녹음 품질이 아주 크게 달라집니다. 소리가 전달되는 전체 과정을 보면 색소폰에서 마이크까지 그리고 스피커에서 우리 귀까지의 구간을 에어(Air)구간이라고 합니다. 공기를 매질로 하여 소리가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이크부터 스피커까지의 구간은 전기적 구간입니다. 전선을 매질로 하여 전달이 되지요. 그러니까 최초에 에어구간을 거쳐서 전기적 구간을 거쳐서 다시 에어구간을 통해서 우리 귀에 들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나오는 장비들은 다들 품질이 좋기 때문에 전기적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음질은 에어구간의 끝과 전기적 구간이 시작되는 접점(마이크), 그리고 전기적 구간의 끝과 에어구간의 시작점(스피커)이 좌우합니다. 왜냐하면 마이크는 최초로 소리를 수집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적 구간이 주로 하는 역할은 신호의 전달과 증폭인데 마이크에서 잡음을 수집하면 잡음이 증폭되어 녹음되고 고음을 수집하면 고음이 증폭되어 녹음되고 저음을 수집하면 저음이 증폭되어 녹음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이상적인 마이크는 어떤 마이크 일까요? 그렇습니다. 고음 저음 중음, 즉 낮은 주파수(20Hz)부터 높은 주파수(20,000Hz)까지 모두가 어느 한 부분 특별히 강조되거나 튀지 않고 고르게, 평탄하게 수집하는 마이크가 좋은 마이크입니다. 그렇다고 “어 내가 가진 마이크는 스펙을 보니 50Hz ~ 17,000hz 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그럼 이건 별로인가?” 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리를 “평탄하게” 잡아내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간은 30세를 넘어서면서 청각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17,000Hz 이상의 고음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지난번 건강검진을 갔더니 고음 영역 쪽으로는 8,000Hz까지 밖에 못 듣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깜짝 놀라니까 간호사 이야기는 제 나이에서는 정상이랍니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까요? 이동통신사에서 벨소리 관련해서 틴벨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 벨소리로 15,000Hz 정도의 아주 고음을 사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주로 10대들이 사용을 하지요. 어떻게 될 까요. 수업 중에도 진동으로 하지 않고 벨소리 그대로 둡니다. 그러면 애들은 전화 벨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당연히 못 듣습니다.
이야기가 옆 길로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색소폰 녹음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마이크는 어떤 마이크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마이크의 종류를 약간 아셔야 합니다.
1. 작동 방식에 따른 종류
- 마이크는 작동 방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아셔야 할 종류는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다이나믹 마이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콘덴서 마이크입니다.
- 다이나믹 마이크는 노래방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입니다. 노래방에서 이 마이크를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튼튼하고, 전원을 공급 할 필요가 없고, 전기적 잡음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사용하기 까다롭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써도 잘 망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물에 빠뜨려도 헤어 드라이어로 말리면 사용이 가능 할 정도입니다.
- 콘덴서 마이크는 내부에 극도로 얇은 막을 설치하고 그 막에 걸리는 음의 압력을 전기로 바꾸어주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수록 범위가 넓고 미세한 소리까지도 감지해 내기 때문에 원음을 충실하게 녹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가 복잡하고 약하여 쉽게 망가지기도 합니다. 또한 별도의 전원을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이 전원을 팬텀 전원이라고 합니다. 팬텀 전원은 1.5V짜리 건전지를 넣어서 공급해 주는 경우도 있고, 오디오카드나 믹서에서 공급을 해 주기도 하는데 어떤 방식을 쓰는가는 마이크마다 다릅니다.
- 이상의 특징들 때문에 다이나믹 마이크는 주로 공연에 사용을 하고 콘덴서 마이크는 스튜디오에서 음반 녹음 작업을 할 때 사용합니다.
2. 지향성에 따른 종류
- 마이크는 소리를 수집하는 기계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소리를 수집 할까요? 마이크 앞에 있는 소리? 옆에 있는 소리? 뒤에 있는 소리? 이렇게 어디에 있는 소리를 수집하느냐에 따라서 무지향성, 극지향성(단일 지향성이라고도 합니다), 초극지향성, 양지향성 등으로 나누어 집니다. 이중에서 무지향성과 극지향성만 아시면 됩니다.
- 무지향성은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방향이 없는 것이지요. 가운데 하나 놓고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그 소리가 다 들어가는 것이지요. 당연히 색소폰 녹음에서는 불리합니다. 이상하게 잡음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되시면 혹시 무지향성 마이크를 쓰시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극지향성은 마이크의 앞쪽의 소리만 잡아내는 것입니다. 옆의 소리는 잘 들어가지 않지요. 따라서 색소폰의 벨을 마이크에 대고 녹음을 하게 되면 색소폰 소리만 깨끗하게 들어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색소폰 녹음에 좋은 마이크는 어떤 마이크일까요? 그렇습니다. 일단은 극지향성을 골라야 하구요. 다이나믹을 쓸 것이냐 콘덴서를 쓸 것이냐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가정이나 동호회 연습실에서 편안하게 녹음하는 분위기라면 사실 어떤 것을 써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많이 부는 야외라던지 온도 습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비 정상적인 날씨에서는 다이나믹이 유리합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야외에서는 스폰지를 씌우지 않은 콘덴서 마이크는 죽음입니다. 악기 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콘덴서 마이크의 구조상 내부의 극도로 얇은 막에 걸리는 압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얇은 막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TV에서 가수들이 음반 녹음하는 장면을 보면 헤드폰 쓰고 마이크 앞에 바람을 막는 막이 설치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발음 구조상 바람이 발생하는 단어들이 발음될 경우 (파렴치, 퇴물 등등) 마이크의 막이 소리보다 앞서서 바람에 먼저 반응을 하여 “퍽”하는 소리로 녹음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관악기용 마이크들은 단일지향성 콘덴서 마이크가 대부분입니다. 또 이런 마이크들의 장점은 간단히 집게로 벨에 물려서 쓸 수 있기 때문에 벨과 마이크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갑자기 소리가 작아지거나 커지는 것을 방지 할 수 있고 활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마이크를 사야 하느냐? 아무리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도 절대적으로 마이크는 좋은 것으로 사야 합니다. 좋은 것이라고 뭐 몇 백 만원 하는 것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로 동호회 회원님들 중 음질이 좋게 녹음되어 올라오는 검증된 제품을 사시면 됩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이름 모를 마이크나 노래방 기계를 사면 끼워주는 마이크를 가지고서는 절대로 좋은 녹음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마이크는 녹음을 하는데 있어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제인 슈어(shure), 오스트리아의 AKG, 그리고 일본의 오디오 테크니카의 마이크들은 이미 검증된 훌륭한 제품들입니다. 이 회사들에서 나오는 관악기 용이나 단일 지향성 다이나믹 마이크를 사시면 실패가 없습니다. 공동구매를 하는 국내 제품도 좋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상으로 초보 녹음 강좌를 모두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처음에 가볍게 시작했는데 결국 9편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이 되고 말았군요. 욕심 같아서는 더 나아가서 전문 녹음 프로그램인 큐베이스의 사용법까지 죽~ 이어가고 싶지만 그건 다음 기회를 보아가며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의를 했으면 A/S 또한 중요하지요. 읽으시다가 혹은 녹음을 하시다가 궁금한 점이나 질문, 혹은 문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신속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별 것 아닌 내용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색소폰과 함께 언제나 즐겁고 건강한 인생을 즐기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첫댓글 대단히 고맙습니다.개념정리가 확실히 되었습니다.
저는 사운드포지를 쓰고 있는데 큐베이스로 바꾸어야 할지 망설여 지네요.
녹음은 하고 있어도 아직 편집은 못하고 있습니다.조언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