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화하는 세태에도 과거만 고집하며 변하지 못하는 CEO를 두고 흔히 ‘소통형 시대에 먹통형 CEO’라고 말을 한다. 시대가 달라져도 과거의 성공경험에만 매달리는 경영자다. 이러한 CEO가 경영하는 회사의 기업문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스탠포드 경영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의 말처럼 “통상적으로 ‘학습 부진자(Slow Learner)’,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People who make you feel uncomfortable)’,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People who probably don? need)’들이 어느 정도 함께 어우러져 일할 때 창의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최고경영자가 ‘학습 부진자’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설사 안정적이고 독점적인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기업이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내외부 고객의 참여경영이나 소통이 막혀 조직의 활력과 창의성이 현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의 문화 속에서 조직구성원들은 의욕저하나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기업분위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앞을 다퉈 기업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고객참여를 확대시켜나가고 있다.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이며 고객과의 관계뿐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객과 함께 참여하는 ‘사회공헌’
고객참여경영의 활성화는 비단 경영성과뿐 아니라 기업문화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다. 변화에 민감한 늘 깨어있는 조직, 고객과 상호작용을 위한 열린 조직, 창의성이 숨 쉬는 역동적인 조직을 위해 참여의 활성화를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업문화뿐 아니라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고객참여경영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기부나 나눔을 테마로 지역사회를 비롯한 고객과 기부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닷컴은 페이스북에서 ‘고객참여 사회공헌’ 기부를 실시하고 있다. 접속해 ‘참석’버튼을 누르면 한 명당 1회에 1000원씩 롯데닷컴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4월까지 진행되는 이벤트로 기부된 기부금은 한국 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달, 소아암 환아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스타벅스도 4월 15일부터 종이컵 대신 휴대용 개인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이나 환경캠페인에 동참시키고 있다. 버거킹도 개인컵을 가져와 음료 10번을 먹으면 1번은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등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환경캠페인이 활성화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힘든 고객들에게 기업의 경영활동 참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환경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많은 기업들이 나눔경영이나 사회공헌 활동, 환경보호 활동에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기업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뿐 아니라 고객참여경영의 핵심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CEO를 포함해 전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고객의 날’ 행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소아암 환아 치료를 위한 헌혈 캠페인을 실시했다.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의 참여를 독려해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기업이미지 제고 노력과 함께 업계 선두 기업으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참여시키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1차 거래 협력기업사가 1만 150여개에 이르는 포스코는 협력업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문화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협력업체에 거래대금을 100% 현금지급하는 것은 물론 협력업체 10개사와 공정거래 협약서를 체결해 기술 이전 및 공동 기술 개발, 교육·훈련, 구매·판매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저탄소 녹색경영 참여 및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맥킨지가 북미와 유럽의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제 때 마치는 정도가 17배나 높았다고 한다. 또한 투자 대비 목표 수익 충족도도 2배 정도 높았다. 조직 내부의 소통과 직원들의 참여가 활성화돼 있을 때, 성과도 좋고 고객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조직 내부 기업문화가 고객참여경영 활성화의 기본인 것이다.
‘1초 경영’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전기안전공사도 고객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시켜온 결과 스피드경영이 기업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초 경영이란 1초 안에 결정하고, 1초 안에 실행에 옮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전략의 수행을 의미하는데, 고객만족경영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계획적인 고객만족 추진 방향을 제시하게 되었다.
고객의 소리나 민원내용을 직접적으로 경영활동에 반영시키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분석해 내부 인트라넷에 공문으로 게시해 전사적으로 공유했다. 분석 결과는 지역 본부별로 관리돼 다음달 고객만족 업무 추진의 지표로 활용하고 차후에 동일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최상위 등급인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고객참여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활성화시키고, 기업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성과창출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데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