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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30주차(빼재→못봉→백암봉→무룡산→삿갓골재대피소) 1박
2007년 6월 9일(토요일) 맑음
▶ 개요
-. 06:05 울산 정상 특파원 출발
-. 07:40 경산 휴게소(조식)
-. 09:10 빼재 도착
-. 10:15 빼재 출발
-. 10:40 빼봉(1,039.3m 삼각점)
-. 11:35 갈미봉(1,210.5m)
-. 11:59 대봉(1,263m)
-. 12:18 월음령(빼재:4.7km 횡경재:4.2km 송계삼거리:6.3km)
-. 12:59 못봉(1,302m 헬기장 중식 후 출: 13:43)
-. 14:09 횡경재
-. 15:36 백암봉(송계 삼거리 1,490m)
-. 16:24 동엽령
-. 18:15 무룡산(1,491.9m)
-. 18:57 삿갓골재 산장(금일 대간 도상거리 : 17.8km ‘사람과 산’ 참조)
▶현재까지 대간 종주 총 도상 거리 : 571.35km
▶산행기
-. 06:05 울산 정상 특파원 출발
-. 07:40 경산 휴게소(조식)
-. 09:10 빼재 도착
사실 우리끼리만 오붓한 산행을 기대 했는데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져 어리둥절하다.
삿갓재 산장의 예약이 다른 산장과는 달리 전화로 신청을 받을 때라 두어 달 전부터 수시로 전화로 상태를 점검 확인 하며 호심탐탐 엿보던 중 이였다. 천우신조라 할까 산행 예정일 3주정도 전부터 인터넷으로 변경이 되어 익히 익혀둔 솜씨를 발휘하여 산행일 2주전에 참가자 모두 예약을 마쳐두었었다. 교통은 대중교통으로 금요일 막차를 이용하여 거창읍에서 오랜만에 찜질방에서 유숙도 하고, 이래저래 현실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즐거워했었는데.....
정상 특파원의 일정도 1박으로 바꾸어져 우리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갑자기 일정이 변경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분들이 생겨나다보니 임대장도 썩 내키지 않은 기분이다.
경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으며 산장 예약이 되지 않은 분들로 인해서 걱정도 많이 되지만, 아무튼 운에 맡기기로 하고 빼재로 향한다.
서대구 인터체인지에서 88고속도로를 따라 거창을 경유하며 회원들의 별미로 거창의 돼지고기 수육을 고향에 계신 큰형님께 부탁을 하여 거창읍에서 공수를 받고 신설된 3번국도 우회로 따라 빼재에 당도하니 우리의 당초 계획보다 너무 지연 되었다.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을 하여 시간에 쫓기지 않고 널널하게 산행을 하려고 하였는데......
-. 10:15 빼재 출발
돼지고기 수육을 각자의 배낭에 조금씩 나누고 소주도 각자 조금씩 나누워 준비를 마치니 배낭의 무게가 생각 이상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출발에 앞서 한 줄로 늘어서서 임대 장에게 부탁을 하여 전원이 사진을 남기고 절개지 위를 오르며 후미로 대오를 이루어 덕유의 품에 안긴다.
‘수령’이라고 새긴 돌비석 옆 절개지가 들머리 이고, 왼쪽이 경남 거창군 고제면이고 오른쪽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이다.
첨병 철수가 왔으면 내짐도 많이 줄었을 낀데.....
우쨌던 모두들 간만에 산에서 숙박을 한다고 짐도 무겁지만 마음만은 마냥 즐겁다. 배낭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즐겁다. 참는 만큼 저녁의 만찬이 즐거울 테니까....
-. 11:35 갈미봉(1,210.5m)
국립공원 경계석을 지나고 오솔길을 편안하게 올라서자 하늘이 약간 열리며 1.39.3봉 빼봉이다(10:40). 삼각점이 있지만 도엽명이 희미하여 식별이 어렵다. 왼쪽으로 계명리의 작은 마을 자락을 조망하고는 그대로 지나치고 헬기장과 이정표(신풍령:2.6km, 횡경재 삼거리:5.2km, 송계 삼거리:8.4km)를 편안하게 연달아 지난다.
녹음에 파묻힌 등로가 조금 가팔라지자 회장님이 조금 힘들어 하신다. 장기 출장을 마치고 피곤한 상태에다가 배낭의 무게도 여간 아니니 쉬 지친다며 걸음이 더디어 진단다.
다 같이 갈미봉에 선다. 좁은 정상에 뾰족한 바위가 차지하고 있고 참나무의 녹음으로 병풍을 두르고 있어 조망은 없다. 숨을 고르며 쉬고 있는데 뒤미쳐 당도한 회장님이 배낭에서 하얀 병을 두 개 꺼내어 놓는다. 콩막걸리란다.
‘이런 무거운 것을 어찌 메고 갈라꼬! 먹고 가야지, 그란께 무거워서 걸음도 못 걷고’
정상석을 주안상 삼아 복판에 앉히고 빙 둘러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요로코롬 분위기 까지 죽이니 고소한 게 맛이 여간 아니다.
‘그래 꿀 같은 이 맛을 즐기려고 1박을 한다 아이가.’
-. 11:59 대봉(1,263m)
잡목 터널을 빠져 나오자 작은 전망대 바위다. 올라서자 오른쪽으로부터 덕유의 주봉과 주릉이 푸른 녹음의 하늘 선으로 펼쳐진다. 속이 후련하다.
가벼운 흥분 속에 발걸음도 가볍다.
짧은 안부에 내려섰다가 올라서니 대봉이다. 평평한 정상에 신풍령 3.6km, 횡경재 삼거리 4.2km, 송계 삼거리 7.4km란 이정표가 길손을 맞이한다. 왼쪽으로 거창 쪽으로는 북상면 소정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송계사 입구쯤 될 것이다.
-. 12:18 월음령(빼재:4.7 횡경재:4.2 송계삼거리:6.3)
-. 12:59 못봉(1,302m 헬기장 중식 후 출: 13:43)
능선을 따라 마루금은 나아간다.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안부를 지난다. 월음령 이다. 잡초 덤불 속에 이정표만 자리를 지킨다. 왼쪽으로는 여전히 조망 되는 북상면을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지나치고.
다시 녹음 터널이다. 시장기를 느끼며 오르막에 올라서자 시원한 조망 봉우리에 못봉이다(1,302m 12:59). 여전히 북상면의 들녘은 시원하다. 작은 표식의 정성석과 이정표를 배경 잡아 폼 한번 잡아 보고 점심 자리를 잡는다. 내려서자 헬기장이고 많은 산님들이 점심을 먹느라 분빈다. ‘전국산림보호협회’에서 단체로 산행을 오셨단다.
느긋한 점심시간이다. 산장 마감 시간 전에 도착만 하면 될 것이고, 시간의 구애 없이 자연을 즐기며 가져보는 시간이라 찬이 대수 이겠나. 시장이 반찬인기라.
돼지고기 수육에 반주가 한잔씩 돌아가자 산행이 다 끝난 기분이다.
소주한잔 털어 붓고 수육 한 점 입에 물고 덕유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잘것없는 이 몸도 신선이 되는 기라.
입맛을 다지며 수육을 좀 더 먹었으면 하지만 저녁 만찬을 위하여 남겨 두기로 하고 아쉽지만 점심 식사를 마친다(13:43).
-. 14:09 횡경재
-. 15:36 백암봉(송계 삼거리 1,490m)
작은 안부에 선다. 횡경재 삼거리이다. 왼쪽이면 송계사로 내려갈 수 있다. 잡초 덤불속에 개요도 입간판이 잘 그려져 있다. 송계사란 사찰은 작은 절이지만 우리 고향에서는 고찰로 알려져 있다. 계곡의 경치도 좋고.
참나무 터널 속에 등로가 점점 가팔라진다. 기어이 회장님이 주저앉는다. 그냥 뒤돌아 가고 싶다며 얼굴 혈색이 말이 아니다. 모두들 걱정을 들고자 격려를 아끼지 않고 피로 회복제라며 맛난 것도 드리고 기분 전환을 시켜드린다.
숨을 고르며 한참을 쉬니 원기를 조금 회복하신다. 천천히 운행을 하기로 하고 나선다.
참나무 녹음을 지나자 하늘이 열리며 송계 삼거리 인 백암봉에 선다(15:36). 여기서부터 덕유의 주릉선이다.
왼쪽이면 남덕유로 가는 대간의 마루금이고, 오른쪽이면 중봉으로, 향적봉으로 가는 등로이다. 양 방향으로 등로는 시원하게 열려있고 사방의 조망도 후련하다.
젊은 산님이 홀로 계신다. 북상에서 왔단다. 선문답을 하니 친구와 같은 마을이며 성씨 까지 같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회장님이 덕유의 정기를 듬뿍 받았는지 원기를 완전히 회복 하셨다.
-. 16:24 동엽령
뻥 뚫린 등로가 고속도로이다. 왼쪽이면 북상면 송계계곡이고 오른쪽은 무주 안성의 칠연계곡이다. 조망을 시원하게 하며 걸을 수 있어 여간 즐겁지 않다. 대간을 시작 한 후로 이처럼 시원하게 걸어 보기는 아마 이 코스가 처음 같다. 몇 해 전 산행을 처음 배우면서 이 주릉을 2월 엄동설한에 허리까지 빠지는 눈밭을 지난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너무 그립다. 함께 고생하며 나의 스승 노릇을 톡톡히 했던 그들은 이제 뿔뿔이 헤어지고 없지만 그네들도 아마 그때가 그리울 것이다. 참 맛 나는 겨울 산행 이였는데.....
모두들 덕유의 참모습에 한층 들떠서 발걸음도 가볍다. 하늘마저 우리의 기쁨을 알았는지 푸르고 더 높다.
피곤한 기색도 모르고 동업령 안부 선다. 몇몇 산님들이 목재 유도로와 전망대에 앉아서 조망을 즐기고 계신다. 오른쪽 계곡으로는 목재 계단이 잘 설치 되어있으며 칠연계곡으로 해서 안성으로 가는 길이다. 이정표는 남덕유 10.5km, 삿갓재 대피소 6.2km, 향적봉 대피소 4.3km, 송계삼거리 2.2km, 안성 4.5km라고 알린다. 안성의 들녘을 내려다보고 북상쪽 병곡리 계곡의 시원한 조망을 배경 잡아 기분 좀 내고.....
-. 18:15 무룡산(1,491.9m)
조망이 좋은 자리라고 쉬고, 힘들다고 쉬고, 간식 먹는다고 쉬고, 모두들 바쁠 것이 없는 걸음이다. 이리 도록 재미있는 산행이 될 수 있는 것을. 대간이라고 시간에 쪼여서 쪼치바리만 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난 이제야 대간의 진면목을 알아 가나 보다. 이런 맛과 분위기가 있어야 하겠다고....
내가 다시 역주행이란 대간 길에 나선다면 기필코 오늘 같은 산행을 할 거라고 혼자 굳게 다짐을 한다.
올망졸망 오르내리며 트레킹을 즐기다 작고 평평한 마당 같은 봉우리에 선다(17:19). 바위위에 선답자들이 돌탑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 이곳이다. 이정표는 무룡산 2.1km, 동업령 2.0km지점이다. 겨울 눈밭에 텐트를 2동 치고 야영을 하였던 잊지 못 할 그 자리이다.
이튼 날 새벽녘에 눈발이 그친 후 시리도록 찬 별빛에 넋을 잃었던 곳, 언젠가 또 그 맛을 보고자 다시 도전을 할 것이다...
그날을 회상하며 진욱이에게 부탁을 하여 흔적을 간직하고는 뒤따라 나선다.
그날도 젊은 부부 한 쌍이 백두대간을 한다며 우리를 지나친 기억이 새롭다. 그때 나도 대간 할 수 있을까 라고 많이도 염려를 하였었는데, 오늘 나는 우리의 회원들과 함께 그길로 그들을 따라 가고 있다. 감상에 젖게 한다.
다시 목재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서 운동장 같은 헬기장에 선다(18:15). 무룡산이다(1,491.9m). 거창쪽 병곡계곡, 무주쪽 칠연계곡의 조망은 물론이고 이제는 남덕유, 삿갓봉도 가깝게 보인다. 기분이 좋아서 인지 정상비도 너무 예뻐 보인다. 뒤따라 당도한 북구 팀들과 어울려 기념사진도 남기다.
그분들도 이제 대간의 마무리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무박으로 와서 천천히 운행을 하는 산행으로 하자며 동의를 구한다. 나야 쌍수를 들어서 환영하다고 동조를 한다. 나머지 우리 회원님들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나마지 일행들이 동조를 할까?
-. 18:57 삿갓골재 산장(금일 대간 도상거리 : 17.8km ‘사람과 산’ 참조)
삿갓봉 아래의 안부에 자리 한 삿갓골재 대피소가 오늘 덕유의 품에 안겨서 하룻밤을 유할 안식처 이다. 이제 그 안식처를 향한 하루를 접는 하산길이다. 봉곳이 솟아있는 삿갓봉 왼쪽 아래 깊은 월성계곡으로는 길게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다. 사실 처음 계획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일찍 산장에 도착하여 간만에 호연지기에 취하여 보고자 하였거늘 산행 시작부터가 너무 늦다 보니 차질이 생겼다. 아마 지금쯤은 반 술에 취하여 덕유를 품에 안고 파티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텐데.
남덕유산과 장수 덕유산(서봉)을 바라보며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왠지 이국의 정취가 난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일까?
헬기장을 연달이 지나고 잡목터널을 조금은 지루하게 내려서니 삿갓산장의 지붕이 내려다보이며 헬기장 공터를 지난다. 비박 준비를 마쳐놓고 벌써 저녁을 지어 먹고 계시는 두 분이 계신다. 언제나 일착으로 도착하신다는 두 분이다. 코펠의 라면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냄새에 침이 꼴딱 넘어간다.
우리도 곧장 취사장으로 향하여 식탁을 하나 차지하고는 만찬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수육에, 마늘 양념에 된장을 듬뿍 발라서 소주한잔씩 걸치니 덕유가 모두 내 품안에 있는 기라.......
그날 눈보라 속에서 처음 덕유의 품에 안겨 하룻밤을 지새우고 작정 하였던 종주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인 이곳에서 황점으로 하산을 하던 날 중헌이가 했던 그 말.....
“친구야 덕유는 어디 안가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낀게 다음을 기약하고 너무 아쉬워 말거라!”
세월이 흘러도 정말 덕유는 그대로 나를 품어 안는다.
이 밤, 이 기분, 이대로 모든 것이 멈출 수는 없는 걸까?
그냥 좋다.............
▶현재까지 대간 종주 총 도상 거리 : 571.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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