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가득한 경산으로 나들이 떠나요
경산은 하루하루 바삐 사는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고장이다. 하지만 여행 좀 한다하는 사람들 에겐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고장이다. 특히 사진 애호가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경부고속 도로와 바로 연결돼 교통편도 편리하다. 온 천지에 꽃들이 피어나는 이 따듯한 봄, 가족과 함께 경산으로 떠나보자.
경산하면 먼저 떠오르는 반곡지(경산시 남산면 반곡리)는 4, 5월경에 가면 딱 좋은데 문화체 육관광부가‘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유명세를 탄 탓인지 요즘 반곡지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작가들로 와글와글하다. 반곡지는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저수지 이지만 여느 저수지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저수지 가로 둘러선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저수지 물빛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연둣빛 이파리는 생명의 고귀함을 한껏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강태공들이 붕어를 낚기 위해 심심찮게 찾는 낚시터로 더 유명했지만 경산 지역에 적을 둔 사진작가들이 반곡지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반곡지를 보면 저 청송의 주산지를 떠올리게 된다. 넓은 저수지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주산지가 광활한 멋으로 여행자들을 유 혹한다면 반곡지는 작지만 동화같은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한국판 무릉도원이 랄까. 반곡지 둑에 일렬로 늘어선 왕 버드나무는 수령이 300년을 훌쩍 넘었다. 두 아름이 족히 됨직한 나무둥치는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생업에 바빠 이곳에 처음 와본다는 경산의 한 주민은‘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네.”하면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반곡지가 가장 아름 다울 때는 복사꽃이 피는 4월 하순경-5월 초순경으로 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반곡지 옆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복사 꽃이 왕버드나무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이따금 배경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볼 수 있는데 캔버스에 옮겨 담은 풍경이 꽤나 사실적이다. 반곡지가 있는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로 여행 객들은 복사꽃이 피는 이맘때 가 장 많이 모여든다. 복사꽃은 반곡 지를 중심으로 30여 가구가 옹 기종기 모여 사는 반곡리 마을 여기저기 마치 물감을 엎질러 놓은 듯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한국 전쟁 이후부터 심기 시작했다는 복숭아나무가 마을과 구릉을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여놓았다.
복숭아나무 아래로는 제비꽃, 개 불알풀꽃 등등 수수하면서도 청초 한 들꽃들이 형형색색의 수를 놓 고 있다. 반곡지는 보는 위치에 따 라 느낌이 다르다. 복숭아밭 한가 운데서 보면 복사꽃과 왕버드나무 가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을 만들 어낸다. 왕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 뜨린 둑길에서는 수면에 비친 그 림자와 저쪽 복사꽃이 환상의 대 비를 이뤄 원근감이 생생하다. 나 름대로의 멋을 잡아내는 건 어디 까지나 여행자들의 몫이다. 시기가 늦어 복사꽃을 못 보면 어떠랴. 반곡지는 어느 때이고 독 특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맞는다. 왕버드나무의 잎은 5월부터 제법 무성해진다. 연녹색이 진녹색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저수지를 향해 길게 팔을 뻗은 가지는 거울처럼 맑은 물에 닿을 듯 말 듯한데 물에 비친 잎 그림자의 운치라니. 반곡 지가 감춰 놓은 또 다른 아름다움 이다. 저만큼 물오리 몇 마리가 동 심원을 그리듯 자맥질을 하는 모 습도 눈에 잡힌다. 둑길이 짧아 조 금 아쉽지만 저수지 전경을 바라 보며 걷기엔 안성맞춤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는 또 얼마나 청 아한지 가족들과 소풍 삼아 한나 절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귀 띔, 시간이 맞는다면 수면 위로 물 안개가 어른거리는 이른 아침에 찾아보는 것도 좋다. 어둠이 물러 가고 여명이 트면서 저수지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부터 낮에 는 볼 수 없었던 신비로움을 드러 내는데 자연의 반란이다. 한편, 경 산에는 반곡지 말고도 자그마한 저수지가 몇 개 있는데 영남대학 교 앞의 남매지도 그 중의 하나다. 저수지를 따라 나무데크가 놓여 있어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이번 주말 반곡지와 남매지를 찾 아 아름다운 추억 하나 만들어보 는 건 어떨까. ♠이곳에도 가보세요 반곡지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는 계정숲(자인면 서부리)이 있다. 구릉지에 남아있는 천연숲으 로 수령 200-300년 된 이팝나 무를 비롯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빼곡히 심어져 있어 생태관찰지로 아주 좋다. 이 숲은 계정(桂亭)이라는 정자가 있 었던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 는 보기 드물게 평지에 펼쳐진 천 연림이다. 숲 안에는 조선시대의 관아(자인현청)를 비롯해 왜적을 물리친 한장군의 묘와 사당이 남 아 있다.
경산시에서는 반곡지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4월 12일 오전 10시부터 반곡지 일원 9.6km 구간에서 『제3회 경산농산물사랑 반곡지 & 복사꽃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걷기대회 참가신청은 당일 현장접수가 가능하며 참가비는 성인 1만원, 학생 5천원인데 참가 접수자에게는 5천원 상당의 농산물상품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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