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火見周夢(월화견주몽),
水木見達子(수목견달자)
土日見巨塔(토일견거탑)
이것은 내가 즐겨 보는 요일별 드라마 리스트다.
풀이를 하자면,
월화는 사극 '주몽'을 보고, 수목은 드라마 '달자의 봄'을 보고, 토일은 드라마 '하얀거탑'을 본다.
뭐 이런 뜻이다. 하하!
예전에 많이 배우고 똑똑하여 잘난체 하는 며느리가 무식한 시엄니에게 매양 한자로 된 4자 성어(成語)를 섞어가며 말 대꾸를 하는 통에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드렇다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 몰 수도 없는 노릇.
뽀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을 하던 중, 뿔이 돋은 시엄니가 안방에 걸려 있는 달력을 들고 서당에서 훈장님 했다던 옆 집 할배를 찾아갔다
'여차저차 하니 글이나 한 줄 써 주시오!'
옆집 할배는 시어니가 부탁한데로 한자(漢字)로 4자 성어를 멋들어지게 써 주었다.
그 내용은 당시에 한창 인기가 있었던 시엄니가 즐겨보던 드라마와와 사극 이름이었다.
시엄니는 이 글을 안방에 떡하니 걸어 놓고 매일 저녁 드라마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는 이 시건방진 며느리가 들어 와서 달력을 보고는 도데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어 시엄니에게 물었다.
시엄니,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너도 모르는 것이 있다냐?'
'이건 말이다.....'
설명을 듣고 난 며느리 그 다음부터 자중했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 직장 요즘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드라마 하얀거탑에 대해 한번 빠져 봅~시다
(안어벙 버전)
의사들이 권력과 욕망을 향해 뛴다.
이들이 펼치는 권력 게임에 TV앞 남자들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다.
김 부장 폐인되고 하 대리도 푹 빠졌다.
드라마 '하얀거탑'이 남자들의 주말 저녁을 접수했다.
기자 출신 일본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82)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만 550만부 팔린 이 책은 영화.드라마로도 5차례 거듭났다.
20대는 재미있어서 보고 3040은 무릎을 치면서 본다.
1월의 마지막 밤, 사원부터 부장까지 넥타이 부대가 털어놨다.
'우리가 지금 하얀거탑에 열광하는 이유'.
# 승진 본능
20부작 하얀거탑. 지난 달 28일까지 8회분이 방영됐다.
방송 초반부는 외과과장 자리를 향한 명인대병원 외과 부교수 장준혁(김명민 분)의 야망과 권력투쟁을 그렸다.
김 부장과 하 대리가 입을 모아 시청 소감을 말한다.
"배경만 병원이지 조직생활 축소판이다"
승진에 대한 장준혁의 열망도 "200% 공감한다"고 한다.
목표를 위해 경쟁자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 장준혁은 오버 아닌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사회생활하는 남자들, 결과만 보장된다면 무릎은 100번도 꿇을 수 있다"고 했다.
김 부장은 "강남에 수 억원짜리 집이 있어도 승진 못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속도 조절도 중요하지만 실기하면 승진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온다"고 했다.
하 대리도 같았다.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조직 내의 명예는 남자에게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승진은 명예를 준다. 명예 속엔 권력과 재력이 용해돼있다."
#술자리
하얀거탑엔 유난히 술자리 장면이 많다.
일식집은 개천에서 난 용 장준혁을 과장으로 '승천'시키기 위한 작업장이다.
미닫이 문이 닫히면 이 폐쇄공간에서 장준혁의 장인 민충식(정한용 分)과 부원장 우용길(김창완 分)의 거래가 시작된다.
의대 동문 회장 유필상(이희도 分)이 판을 이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술자리.
장준혁의 승진을 막기 위한 이주완 교수(이정길 分)의 공작이 한창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 술자리가 그렇게 중요한가?
김 부장은 "술자리는 노는 자리가 아니라 '야간전투'"라고 했다.
"하얀거탑에서 보듯 해 지기 전 10시간 보다 술자리 1시간이 더 중요했던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하 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술자리에선 화제를 공유하고 새로운 소식을 듣게 돼 가능한 빠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세대 사원은 "일과 후 운동이나 자기계발이 직장생활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었다.
김 부장과 하 대리는 "그것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라고 했지만 속마음은?????
#서포터스
8회 방송에서 장준혁은 결국 외과과장이 됐다.
경쟁자 노민국(차인표 분)과 단 2표 차이로. 2표의 승부는 장인 민충식의 작품이다.
"이왕 (뇌물을)넣는(주는) 김에 악 소리 못하게 쳐 넣지."
"자판기도 동전을 넣으면 커피 한 잔은 토해냅니다"
사위에게 불리한 결선 투표를 막기 위해 교통사고까지 조작하는 민충식. 돈과 인맥을 총동원하는
그는 '킹메이커'인 셈이다. 아내 민수정(임성언 分)도 의사 부인회 공략에 팔 걷고 나섰다.
체계적인 협공이다.
시쳇말로 '줄과 빽'이 승리한 과장 선거 장면을 본 소감은 어땠을까?.
세 사람은"극에선 다소 과장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원군이 있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상사는 계속 바뀌지만, 함께 일한 상사에게 성실하고 인간성 좋은 후배라는 인상을 주면 중요한 순간에 힘이 된다"고 했다.
하 대리도 "모시던 상사가 잘 되는 건 후배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신입사원은 "부지런히 인사하고 궂은 일 맡아하는 게 막내 사원이 할 수 있는 좋은 인연 만들기 같다"고 했다.
#쿨한 애인
극 중 장준혁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와인바 사장 강희재(김보경 分)는
'아저씨'들을 하얀거탑 앞에 불러모으는 또 다른 동인(動因)이다.
사랑하지만 독점을 요구하지 않는 쿨한 애인. 의대 출신에 섹시한 외모. 그리고 경제력에 정보 제공까지.
아내 입장에선 식은 땀 흐를 만한 강적이다.
하 대리는 "강희재는 애인을 넘어선 완벽한 동반자"라고 했다.
"남자 뿐 아니라 사회인이라면 누구든 이런 유능하고 매력적인 이성 친구 하나쯤 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입 사원은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학교 동기들이 서로에게 강희재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부장은 "얘기 잘 못했다가 아내에게 혼난다"
하얀거탑을 함께 보다 강희재가 등장하면 아내 눈치를 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조직에서 친한 동료는 있어도 회사 얘기까지 터놓고 얘기할 상대는 찾기 어렵다"며
"부담 없이 만나 회사와 집안 일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강희재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