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와 사랑에 빠지다
딸기우유가 뭐길래
고은애;
여기도 딸기우유, 저기도 딸기우유…온라인 뷰티 동호회와 인기 블로그를 뒤져봐도 온통 ‘딸기우유 핑크’에 관한 얘기 뿐이다. 서인영, 이효리, 엄정화, 원더걸스 등이 바르고 나왔다는 핑크 컬러의 립스틱은 매장 품절로 인해 예약을 걸어두고도 몇 달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에르메스의 켈리 백 정도되는 웨이팅 리스트!), 온라인 벼룩시장을 뒤져야만 구할 수 있을 정도. 그것도 프리미엄이 붙어 원가의 두 세배 가격에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눈물의 아이템’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끼리 서로 스타들이 바른 핑크 컬러가 자사 제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부랴부랴 비슷한 텍스처와 컬러감의 핑크 립스틱을 만들어 덩달하 히트치는 경우도 많다. 모 브랜드는 ‘효리핑크’라고 잘못 소문이 나서 얼떨결에 효리효과를 보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지만 요즘 가장 핫한 핑크-펄감이 없고 강렬하게 발색되어 어릴 적 쓰던 크레파스의 ‘분홍색’ 같은-컬러는 사실 동양인의 피부 톤에 잘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잘못 바르면 ‘토인’이나 만화<달려라 하니>에 나오는 ‘고은애’라고 놀림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남자들은 효리가 좋은 거지 그녀의 핑크 립스틱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것! 베네피트의 단델리온을 시작으로 시즌 트렌드가 브론즈 메이크업이건, 누드 메이크업이건 상관없이 인기를 끄는 베이비 핑크 블러셔는 또 어떤가. 톰 크루즈의 딸인 수리 크루즈의 발그레한 핑크 컬러를 닮았다고 해서 ‘수리 블러셔’라고 이름이 붙은 몇몇의 핑크 블러셔들 역시 품절은 물론 저가 브랜드 여기저기서 카피가 쏟아져나올 정도로 인기다. 이쯤 되니 영화<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베네틴트를 바른 후로 오로지 촉촉한 장미빛 입술만을 고집해온 에디터로서도 서랍에 모셔둔 핑크 립스틱을 꺼내볼까 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 동안 생략했던 핑크 블러셔에 묻은 먼지도 털어낼 수밖에.
아- 핑크핑크핑크
핑크 립스틱, 고유명사를 외울 것
'멜로즈무드 구해요’ ‘메포 돌리돌리 있으신 분’ 핑크 메이크업 초보라면 모두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딸기우유 핑크 바람을 몰고 온 핫 아이템들이다. 핑크 립스틱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건 단연 MAC의 핑크 시리즈다. 헤더렛 컬렉션 중 하나인 멜로즈무드 립스틱은 형광 느낌이 날 정도로 애시드한 핑크 컬러로 요즘 트렌드인 테크토닉과 맞물려 더욱 인기 있는 아이템. 여름 시즌에만 판매한 제품이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다. 희소성 때문에 프리미엄이 가장 높게 붙어있는 컬러인데 실제로 발라보니 클러버 느낌이 강해 여성스러운 믹스&매치룩을 선호하는 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직접 바르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소장용으로 간직하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 멜로즈무드의 뒤를 잇는 것은 MAC의 앤젤, 핑크 누보, 스놉, 플리즈미 등으로 약간의 텍스처와 컬러 톤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펄감 없이 선명한 핑크 컬러들이다. 그 외에도 메이크업 포에버의 돌리돌리, 슈에무라의 PK320M(일명 이혜영 립스틱) 등 딸기우유 핑크 트렌드에 동참하기 위해선 외워야 할 이름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핑크 립스틱은 피부 톤, 본래의 입술 컬러, 입술 모양, 텍스처 등에따라 같은 컬러라도 완전히 달라보일 정도로 연출에 변수가 많은 아이템이니 직접 발라보고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손등에 발라보고 구매하는 실수를 하지 말 것. 손등에 발랐을 때와 흰 종이, 입술에 발랐을 때 각각 달라보이는 것이 바로 핑크 립스틱이다.
아기 뺨같은 발그레 볼, 여자들의 로망
수리의 볼을 닮은 베이비 핑크 블러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쌩얼’ ‘물광’ 트렌드의 영향으로 크림 타입 블러셔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수리 블러셔’ ‘딸기우유 블러셔’를 찾기 바쁘다. 여름 시즌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한정판 브론저가 무색하게 365일 오로지 핑크, 핑크 뿐이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베네피트의 단델리온. 올해 선보인 화사한 핑크 컬러인 쓰롭도 인기가 있지만 아무래도 단델리온 쪽이 블로거들이 좋아하는 ‘여리여리한’ 핑크인 듯. 슈에무라의 글로우 온 역시 매트, 시어 등의 다양한 텍스처의 핑크를 선보여 인기다. 저가 브랜드에서는 컬러는 물론 패키지까지 똑같은 카피 제품이 쏟아져나왔는데 저렴한 가격 대비 발색력이 뛰어나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블러셔는 립스틱만큼 컬러 고르기에 까다롭지 않으니 파우더리한 것, 광택을 더하는 것, 펄감이 있는 것 등 다양한 텍스처에 도전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바르는 방법인데 진짜 아기피부처럼 자연스러운 혈색을 살리려면 평소 사용하는 블러셔 브러시보다 커다란 것을 고르도록. 특히 블러셔를 구입할 때 함께 들어있는 미니 브러시는 NG다. 자칫 볼 부분에 경계를 만들거나 연지를 찍은 듯 한 곳에만 진하게 발리기 십상이다. 커다란 브러시로 볼과 광대뼈, 눈 아래 부분에 둥글리듯 발라준 뒤 조금 옅은 핑크 컬러를 애플 존(광대뼈가 둥글게 튀어나온 부분) 부위에 덧 발라준다. 얼굴에 자연스러운 음영이 생겨 더욱 입체감있고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살릴 수 있다.
남자들의 로망 효리, 오-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