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루에서 급증하고 있는 길랭-바레 증후군
2023년 6월부터 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이 희귀 신경 질환이 182건 보고되다
2023.07.17 09:00 김민재 리포터
페루 정부 비상사태를 선포하다
페루 정부는 최근 길랭-바레 증후군(GBS: Guillain-Barré Syndrome)이라는 희귀 신경 질환의 환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최대 3개월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 몸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 장애는 근육 약화와 호흡 곤란이 일어나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전신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페루에서는 2019년 캄필로박터라는 박테리아 감염이 발생한 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바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이란?
길랭-바레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감염 및 기타 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신체의 면역 체계가 자신의 말초 신경 세포를 공격하는 희귀 자가 면역 신경 질환으로 신경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절연층인 수초가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마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 HonorHealth
수초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신호가 신경관을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 수초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신경이 자극을 거의 전달하지 못한다. 즉, 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말하기, 걷기, 삼키기, 배설 또는 기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러한 상태는 점차 악화될 수 있다. 결국 말초 신경이 손상되어 근육이 약해지거나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신체 말단의 따끔거림, 상체로 퍼지는 다리 약화, 얼굴 움직임의 어려움, 불안정한 걷기 (혹은 걷지 못하는 증상), 통증, 심한 경우 마비 등으로 나타난다. 마비는 다리와 팔뿐만 아니라 호흡, 혈압 및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중요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독일 축구팀 VfB 슈투트가르트의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마르쿠스 바벨 (Markus Babbel)의 경우 이 병을 앓아 1년 정도 고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랭-바레 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제는 길랭-바레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염성 질환에 걸린 직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드물게 예방 접종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길랭-바레 증후군은 거대세포 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와 같은 이물질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체계는 항체라는 단백질을 생성하여 병원균의 표면 구조에 결합하는 동시에 병원균에 대한 면역 반응을 구축한다. 길랭-바레 증후군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서 침입자는 신체 구조를 모방한 표면으로 자신을 위장하게 된다. 예를 들면 캄필로박터 박테리아의 표면 구조는 우리 몸의 수초와 매우 유사하다. 이에 따라 항체는 신체 내의 세포와 구조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표면에 부착하며 이로 인해서 일련의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자가 면역 질환에서 정확한 상호 작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길랭-바레 증후군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서 침입자는 신체 구조를 모방한 표면으로 자신을 위장하게 된다. © Propel Physiotherapy
앞선 설명과 같이 때로는 백신 접종도 이러한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위 증후군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백신이 보호하는 병원체와 유사한 비활성 구조를 갖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체의 면역 체계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치료가 가능할까?
길랭-바레 증후군의 환자 상태는 발병 후 최대 2주 동안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4주째가 되면 증상이 정체되고 그 후 회복이 시작되지만, 회복은 대략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최장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현재 길랭-바레 증후군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서 환자의 회복 징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게 된다.
다만 회복을 돕고 질병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치료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치료법은 말초 신경을 공격하는 항체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혈장 교환 또는 혈장 분리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혈장 또는 혈액의 액체 부분을 제거하여 혈액 세포에서 분리하고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혈장 생성을 유도하게 된다.
두 번째 치료법은 헌혈자의 건강한 항체를 정맥에 주사하는 면역 글로빈 요법으로 고용량의 면역 글로불린에 의해 길랭-바레 증후군을 유발하는 손상된 항체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물리 치료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부수적인 방법 등이 있다.
왜 페루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이번 길랭-바레 증후군의 발병이 다른 감염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2012~2014년 사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급증한 후 길랭-바레 증후군이 급증한 사례가 있듯이 올해 페루를 덮친 사상 최악의 뎅기열 사태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