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乾坤)이라는 여관에
이슬과 번개같은 몸을 잠깐 의지하였네
삼산(三山)의 대숲에 달이 밝은데
홀로 앉아 비취(翡翠) 새 소리 듣는다.
봄비에 못의 물 가득 차니 개구리가
들고 나는 고취(鼓吹)를 이르네.
생각마다 무수한 경(經)의 말씀 굴리는데
하필 문자(文字)를 읽으리
평생에 잘한 일 없고
일찍이 숲 밑에서 잠자는 것 배웠네
잠이 깊어 점차 혼(魂)과 접하니
변하여 나비날개 되누나
꿈속에서는 그다지도 어지럽더니
깨어보니 고요할 뿐 아무 일이 없네
하하하, 입을 열고 크게 웃나니
만법(萬法)이 참으로 어린애 장난일세
어두운밤 아무도 없는 숲속에 앉아 있으니
반달이 숲속을 비춘다
달빛을 받은 나무들은 하얗게 숲속에서 빛난다
영원히 살것 같은 인간의 마음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오만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망상도
그 숲엔 없다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지를
인간들은 모른다
그 망상을 가득지고 오늘도 부나방처럼 살아갈뿐이다
오랫만에 근처 숲속의 낙엽냄새를 맡는다
잊고 있었는데 참으로 느낌이 좋다
자연으로 돌아다니는 삶이 나쁜것은 아닌것 같다
온갖 상념이 돌아다니는 도시속의 삶보다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 진다
어느날인가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 숲속에서 사람들이 고사리를 캐는지 분주하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 지니 다들 급하게 내려간다
어두워지는 숲속에 홀로 남아 앉아 있다
온 숲속이 텅 비었다
그 고요함이란 한편으로 어두워지는 숲속이 두렵기도 하고
모조리 비워져 충만한 느낌도 든다
표현할수 없는 고요함도 찾아온다
사람들은 모두 산을 내려가 아무도 없는 숲속이지만 외롭지는 않다
조용하고 그윽하고 담담한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산행을 하지 않은지가 제법 되어간다
잊고 있었던 느낌이 근처 숲속에서 나왔다
다시 숲속을 배회하며 살아가는 시절이 올까
득도 보다 마음이 충만되는것이 좋았던 시절이다
사람들 발자취가 닿지 않은 이 산 저산의 골짜기들을 다니면서
다가오는 편안함은 그렇게 다녀본 사람만 알것같다
달빛은 빛나고 앞산 산봉우리들은 참 아름다운 숲속의 밤을 보낸적이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숲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