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
上善若水
이상진
강물은 막힐 때면 돌아서 흘러가고
웅덩이가 깊을 때면 채워서 길을 내듯
“물처럼 산다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다”
물은 늘 구분 없이 유연하게 적응한다
둥근 그릇 모난 그릇 어디에나 찾아가서
기꺼이 낮은 곳으로 귀천 없이 담긴다
실개천 작은 물이 흘러서 대양이 되듯
봄여름 가을겨울 사계절을 가림 없이
바다는 포용력으로 이 모두를 품는다
내려놓음, 비움
이상진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들이
어쩌면 더 적을듯한 그 경계 삶 속에서
조금씩 내려놓을 때 아, 비로소 보입디다
온종일 생명체에 빛과 열 나눠주던
태양도 하루 끝에 지평 넘어 쉬려 가듯
인생의 노을이 올 때 평온한 맘 됩니다
아침의 출근길
한낮의 삶의 무게
뭐 그리 여유 없어 하늘을 잊고 살아
찬란한 별이 뜨는가 경건한 밤 옵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높이 오르려고
한 치도 빈틈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삶
더 비움 은발銀髮의 지혜 다가섬을 봅니다
<이상진 약력>
경북대학교 대학원 졸업. 경영학 박사. 1990년 겨울호 <시조문학>에 시조 대춘(待春)으로 추천완료. 한국품질경영연구원 대표로 재직하며 경북대학교 겸임교수역임. 대표작으로 <나이테> <담백한 삶> <영혼의 키> <청산도의 봄> 등이 있음. 시조집 『남도 가는 길』(2000) 『하늘이 푸르른 날』(2021) 『내려놓음, 비움』(2024)을 발간하였음. 육사백일장 장원과 제25회 대구시조문학상, 제22회 짚신문학 대상, 제26회 한국장로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함.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장로문인협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 이사, (사)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 (사)국제시조협회,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대구기독문인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