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억류된 두부, 감자 풀려나다.
주말에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겼다.
그냥 외출이 아니라 주말 1박을 하고 와야 하니 집에 남겨 둘 식구들 반찬도 그렇고
냉장고도 열어보니 오늘이 유통한계선인 두부와 쓰다 남은 양파,
두부는 꺼내보니 표면이 노르스름, 미끈덩대기 시작하고
감자는 자잘하다는 이유만으로 수명이 길어 돌고 도는 것 몇 개가 아니라 몇 알!
냉동실에 새송이버섯은 언제적건지도 모르겠고 곧 먹어야지 하며 막물 세일로 사온 버섯은
안 그래도 시든 몸과 마음으로 냉장고에서 지금 우울하다.
말리다가 걷어 온 단 호박도 냉장고에서 더 눅눅한 눈매로 시무룩해져있다.
마트에서 팔다가 남은 세일로 구입한 버섯들, 빨리 먹어주지 않으면 버릴 것들이
골이 잔뜩 나서 나를 째려보더구나
<그대로 가시면 어떡해요? 우린 어쩌라고요>
무슨 인질도 아니고 얘 네들도 이참에 특사 비스므리한 거라도??
그냥 두고 가면 얘들은 영영 회생불능 상태가 될 것만 같다.
언제 적 것인지 모를 스팸 캔도 오늘은 여지없이 제 소임을 다하도록 내가 도와줘야겠다.
<그러게..줄을 잘 서야지 어쩌다 누락되면 계속 밀리는 것이여~>
걔네들 들으랍시고 일장연설부터 해 본다.
잘됐다. 다른 반찬 신경 쓰지 말고 있는 이 늠들에게 선심 쓰는 척, 소원이나 퍼뜩 들어주기로 하자!
일단 냉장고를 문을 열어 제꼈다.
<퍼뜩 나가고 싶은 늠들 다 모이~>
<저요! 저요!!>
오호! 이런, 꽤 된다. 먹다 남긴 깻잎도 출동!
<야들아!...이런! 이런! 엄마가 무슨 원더우먼 인줄 아냐?>
<시간도 읍는데... 니네들 요로코롬 단체로 쏟아지면 나더러 우야라꼬?>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외출시간은 촉박하고~ 니네들 갈 날도 머잖았으니 얼른 응급시술로 1차 조리라도 할 수 밖에....>
팬에다 기름을 두르고는 차례대로 굽기 시작했다.
불은 약 불로 내싸두고 청소도 하고 외출 준비도 하고 외출 준비라면? 화장? Oh No!!
일요일 늦은 밤에나 귀가하면 식구들 월욜에 입을 옷들 다림질도 해야 하고
맨날 Y-셔츠가 무려 3개씩이나 쏟아지는 판국이니 북 치고 장구 치고도 모자랄 판이다.
일단은 감자부터 깎아서 물에다 담가 전분을 빼줘야 한다.
그냥 날로 구울 거는 자칫 팬에 들러붙기가 싶다. 더구나 기름을 적게 두르고 사용을 해야 하니~
하여간에 불을 약하게 해서 내싸두니....시간이 흐르니 일하다가 간만에 드려다 봐도 암시랑도 않다. 지네들끼리 알아서 척척 잘해내고들 있다.
음마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국에 불하고 팬하고 얹힌 거시기들하고 3자 협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예 이런 일이...바빠서 외출을 시도하려는데...주방은 마치 추석전날 부침개 잔치가 난 것 같다.
실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손들고 나온 늠들 맘 좋게 다 동참시켰더니 웬걸 장난이 아니게 그 양이 엄청스럽다!!
<하여간에...내가 생각혀봐도 대단한 뚝씸 마자여!!>
1차 조리를 하고나니 뭔가 색깔이 맞을 것 같다.
그래 시간이 없으니....그런대로 세팅해보자! 세팅해 놓고 나가자~
이왕 세팅한 김에 사진도 박고!
나머지 조리된 양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로 직행~
<다녀와서 다시 보자꾸나!>
다녀온 날 밤에 생각이 나서 다시 불러내었다.
어째 모양들이 찌질한 것이 영 쭈구렁 밤탱이 들이다.
<쫌만 지둘려라 화려한 맛으로 네들을 입신양명시켜 줄 테니~>
<짜잔~>
다음날 우리집 식탁위엔 <입신양명한 감자두부졸임> 덕분에 얼마나 맛이 확 당기는지 가니쉬로 꾸밀 생각조차 몬하고
또 한 샷! 찰칵! 날렸다는 전설이 생겨부렀다!
한동안 냉장고가 조용하다.
<잠~~ 잠~~~>
또 얼마 안 있으면 <투다다닥...> 안에서 서로 다투는 소리
<이 번엔 내가 나갈 꺼야~>
<아냐, 내가 먼저야~>
<아니네..뭐, 난 유통기한이 낼이니 당연 나야~>
<아! 갑갑해~ 미치겠어~>
<나 곧 숨 넘어가요! 어케 좀 해 주세요`요`요`요`오`ㅗ`ㅗ`ㅗ~~>
밤마다 냉장고 안에서 노크를 해댄다.
<거기 누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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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 귀찮어....낼 보자~ 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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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돌아 눕는다.
<끄-응>
재료
3모 1,000원짜리 세일 두부,
반 년 이상 뒹굴은 스팸 한 캔,
까두고는 쓰지않은 양파 1개,
계란만한 감자 6알,
입소날자 마저 꽁공 언 새송이버섯 한 팩 ,
세일이라 집어 온 느타리버섯 한 팩과 피망 반개 고추,1개,
대충 말려 남긴 단호박고지,
이렇게 하니 각 재료마다 프라이팬 하나 용량, 두부만 두 프라이팬,
가스불 위에 프라이팬 두 개를 동시에 올려도 네 번씩 총 8번! 그러니 이 게 이게....잔치나 제사음식이지 원~
1차 조리
* 맨 처음엔 팬에 기름을 제대로 두르고 두부부터 굽는다.
다음 재료들은 기름 거의 쓰지 않음 아주 소량의 맛소금만 사용
* 감자는 물에 미리 담가서 전분을 뺀다.
2차 조리
*양념장을 만든다. /보이는 양 만큼에,
(육수나 물, 2/3컵, 진간장 /반 컵, 고춧가루/2TS, 마늘/2TS, 요리당/1TS, 깨 조금, 대파조금, 매운 고추는 취향대로)
*끼얹어 약불로 은근히 졸여낸다(간이 배어드는 시간도 되고 불이 세면 자칫 타기 쉽다)
맛은 ①고소하고 ②달작하고 ③매움하며 칼칼하다.
3맛 중 나머지 두 맛은 선택사양, 조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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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나 지나고 밀폐용기를 열어보니 우예 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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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두부졸임 입신양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