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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여왕 장미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들이를 나갔다가 길 가집 담장에 피기 시작한 장미를 한 장 찍었습니다. 5월은 여왕의 계절이라 하는데 곧 장미의 계절이라 생각됩니다.
유럽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로 알려지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BC 800∼BC 750년경)호머의 시편 일리아드(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의 왕비로 절세의 미인인 헬레네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유혹해 간다.)와 오딧세이(트로이 전쟁이야기)에는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작품이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빌로니아 왕조시대의 출토품 중에는 장미꽃모양이 많다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수많은 화가들의 회화소재로서 사랑을 받았으며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에서는 장미원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장미원 형식은 나폴레옹의 황후인 조세핀에 의해서 본격화 되었는데 조세핀은 각지에서 장미를 수집했으며 이것이 근대의 장미를 탄생시킨 기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이나 장미에 얽힌 이야기는 매우 많습니다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고대 희랍의 전설 몇 가지와 장미에 관한 한시(漢詩) 당시(唐詩) 몇 수를 간추려 소개 하고자 합니다.
*붉은 장미의 전설
그리스의 유명한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그리스인들은 붉은 장미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비너스( 아프로디테)가 사랑에 빠진 것은 자기 아들 큐피드가 손 화살이 잘못되어 비너스의 가슴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큐피드의 화살은 사랑의 화살이라고 부르듯이 그 화살에 맞으면 그 사람은 타는 것 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상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비너스는 이 화살에 맞았고 그때 마침 미소년인 아도니스가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용감한 모습을 보고 잇다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아도니스가 산돼지 사냥을 갔다가 산돼지의 이빨에 옆구리를 찔려 죽었다. 비너스는 아도니스를 살리려고 하다가 장미의 가시에 발을 찔렸고 그때 그녀의 발에서 나온 피가 백장미에 묻어 붉은 장미가 생겨 낫다는 것이 장미전설의 통설이다. 그런데 아도니스가 죽었을 때 그 피와 비너스의 눈물이 섞여 아네모네가 생겨났다는 아네모네 전설이 있는데 아네모네가 아닌 진홍장미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비너스가 아도니스를 따라가며 놀고 있다가 장미 가시를 밟아 버려 창피해져 얼굴을 붉힌 까닭에 흰 장미꽃이 붉은색이 되었다고도 한다. 비너스는 무신 마루스보다도 아도니스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마루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비너스를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아도니스를 땅에다 내던져 버렸다. 애인을 구하려고 달려든 비너스는 흰 장미 숲에 쓰러져 가시에 찔리게 되었는데 이때 흘러나온 그녀의 피가 백장미를 붉게 물들여 붉은 장미가 된 것이라고 한다.
*비밀을 지켜주는 장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그녀는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제우스와 디오에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날 때
자신은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고 지상에 장미꽃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아프로디테는 한때 인간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안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는 그 소문이 세상에 알려질까 몹시 두려워했다. 에로스는 침묵의 신인 헤포크라데스를 찾아갔다.
“어머니의 비밀을 입밖에 내지 못하게 하소서!”
침묵의 신은 부탁을 들어 준다는 뜻으로 장미를 보내 왔다.
그 후로 로마사람들은 연회석의 천장에 반드시 장미꽃을 조각했다고 한다. 말조심하라는 표시에서였다. 그래서 장미는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라고도 한다.
*페르시아의 전설
옛날 꽃의 지배자는 연꽃 이였다
그런데 연꽃은 밤이 되면 잠만 자고 여러 꽃들을 지켜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꽃들은 신에게 그 사실을 일러 바쳤다. 화가 난 신은 하얀 장미를 만들었다.
“내 너에게 가시를 주겠노라, 꽃들의 지배자가 되어 꽃들을 안전하게 지키도록 하라”
거든 어느 날 쥐바퀴관에 속하는 나이팅게일이라는 새가 날아와 하얀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날개를 펴 정신없이 품에 안으려 하다가 그만 뾰족한 장미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그때 나이팅게일이 가시에 찔려 흘린 피가 하얀 장미를 물들였다. 이래서 붉은 장미가 태여 났다고 한다.
*붉은 장미
옛날 돈은 많지만 인색한 향수 장수가 있었다. 너무 인색하여 향수를 가족들도 못 쓰게 할 정도였다. 이 사람에게는 로사라고 하는 마음씨 착한 딸이 있었는데 로사는 자기 집에서 일하는 바들레이라는 청년을 사랑했다. 바들레이는 아침마다 정원의 꽃으로 향수를 만들어 가장 좋은 것으로만 한 방울 씩 로사에게 몰래 갖다 주곤 했다. 그것이 몇해동안 반복되어 로사의 향수단지는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나라와 싸움이 벌어져 바들레이는 싸움터로 가게 되었다. 로사는 슬픔을 참으며 바들레이가 떠난 후에도 그를 위해 가장 좋은 향수를 한 방울씩 간직해 두었다. 그리고 향수병이 다 차기 전에 싸움은 끝났다. 싸움터에 나갔던 용사들이 모두 돌아왔지만 안타깝게도 바들레이는 유해가 담긴 작은 상자로 돌아왔다. 로사는 슬픔에 잠겨 지금까지 모두 모았던 향수를 바들레이의 유해에 뿌리며 한없이 울었다. 이때 인색한 아버지는 비싼 향수를 마구 뿌리는 딸을 보고 놀라 홧김에 향수에 불을 붙였다. 가엾은 로사는 향수와 함께 타죽고 말았고 그녀가 타 죽은 자리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고 한다.
*탈무드의 장미전설
아주 옛날에 살짝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제이아라는 유태인 소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살고 잇는 하무엘 이라는 건달이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제이아는 하므엘이 건달이라는 것이 꺼려서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앙심을 품은 하무엘은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그 여자는 마녀야 마녀가 아니라면 어찌 그리 예쁠 수가 있어 밤마다 젊은 청년들을 홀린다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을 듣고는 제이아를 진짜 마녀로 믿게 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중세 사회에서는 마녀에 대한 처벌이 가혹했다. 재판에 회부된 제이아는 결국 화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장작더미 위 기둥에 묶인 제이아는 너무 원통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하늘을 우러러 하소연을 했다. “억울합니다. 하느님 당신이 정말 계신다면 소녀의 억울함을 풀어 주소서!” 그러자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갑자기 꺼져 버리고 제이아가 묶여 있던 기둥에서 싹이 돋으면서 희고 붉은 장미가 피어났다고 한다.
*큐피드와 장미
그리스 신화에는 큐피드와 장미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큐피드는 약간 경솔한 편이어서 올림포스 신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잊고 있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자 허둥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귀중한 신주(神酒)를 엎질러 버렸다. 그러자 그 술이 진홍빛 장미로 변했다. 큐피드는 새로 생겨난 장미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 꽃에 키스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속에 벌이 들어가 있는 것을 모른 채 입술을 들이대다가 그만 벌에게 입술을 쏘이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여신 비너스는 화가 나서 벌의 바늘을 빼내어 장미 줄기에 꽂아 두었는데 이것이 장미 가시가 되었다고 한다.
*백년전쟁과 장미전쟁
14세기 유럽의 중심 국가였던 영국과 프랑스 간에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진다. 1338년부터 1453년까지 약 100여 년간 벌어진 이 전쟁을 백년 전쟁이라 한다. 이 전쟁의 원인은 프랑스 왕위계승에 대해 영국 왕이 자신이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되었다. 왜냐하면 사망한 프랑스 왕이 왕위를 이을 자식이 없기 때문에 혈연적으로 제일 가까운 사람이 자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프랑스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시작은 영국에게 우세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불리한 전쟁의 상황을 반전시킨 인물이 프랑스의 17세 소녀 잔 다르크이다.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았으며, 신이 프랑스의 승리를 약속했다는 믿음을 프랑스군에게 심어 줌으로써 병사의 사기를 끌어올려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게 된다. 그러나 잔 다르크 자신은 결국 영국의 포로 신세가 되어 마녀라는 명목으로 화형을 당한다. 이때 나이 19세였다.(사실 이 당시의 관행은 적을 포로로 잡았을 경우 몸값을 주면 풀려나는 것이었다. 이때 영국군은 프랑스에게 잔 다르크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프랑스 측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결국 죽임을 당했다.) 그 후 전쟁은 프랑스에게 유리하게 전개가 되었고 결국 프랑스의 승리고 전쟁이 끝난다.
전쟁에 패한 영국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백년전쟁의 패배와 더불어 계속되는 왕의 실정이 이어지자 영국의 대귀족가문들 간에 왕권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두 귀족 가문인, 랭카스터 집안과 요크 집안 사이에 왕권을 둘러싸고 피터지 는 싸움을 약 30년간 벌이게 된다. 이때 랭카스터 가문의 문장이 붉은 장미이고 요크 가문의 문장이 흰 장미였기 때문에 이 전쟁을 장미전쟁이라 부른다.
*화하만필(花下漫筆)
1972년에 발행한 문일평이 쓴 화하만필(花下漫筆)에는 장미를 애찬한 글이 있다. 꽃중에서는 모란을 제1로 삼고 작약을 제2 삼는 고로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모란은 꽃의 왕이요(花王) 작약은 꽃의 정승(花相)이라 하니 그러면 장미는 무엇이라 할까?
꽃의 왕비(花妃)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신라시대에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에 장미가 가인(佳人)이라해서 이미 화왕(花王)의 사랑을 받았으니 이로 보면 장미는 화왕(花王)의 비빈(妃嬪)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화비(花妃)라 칭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특히 장미가 서양에서는 3천 년 전에 벌써 화훼(花卉)의 여왕(女王)으로 찬미를 받은 것이 아닌가.
장미는 아득한 옛날부터 아리안인의 문자위에 나타났거니와 구라파에서는 이 꽃으로써 환락(歡樂)과 연애(戀愛)와 지혜(知慧)의 총칭(總稱)을 삼는 바며 영국에서는 중세의 장미전쟁이 있는 이래 이 꽃으로서 국화(國花)를 삼았다. 영국 사람들의 정원에는 반드시 장미를 길러 아름다운 화단을 만드는 것이 그네들의 풍속이다. 서양인들은 남녀사이에 애정표시를 향동(香董)에 의하여 하는 것이 상례이나 장미는 그보다 한층 더 금발처녀(金髮處女)의 찬미를 받아 장미의 이름만 들어도 생명의 환희에 뛰놀며 붉은 입술에 미소를 흘리게 된다는 것이다.
*장미(薔薇)에 노래한 한시(漢詩) 당시(唐詩)
장미(薔薇)
身老傷春老(신노상춘노)-몸이 늙음에 따라 청춘도 늙어감이 슬퍼
種花愛種薇(종화애종미)-꽃을 심어도 장미꽃을 아껴 심는다.
百花零落盡(백화영락진)-온갖 꽃 모두 다 덜어진 뒤에야
一樹始芳菲(일수시방비)-한결 같이 향기롭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임수간(任守幹)
장미와 철쭉(薔薇躑躅)
交花接葉許多叢(교화접엽허다총)-얽힌 꽃이 잎이 붙은 듯
수만은 꽃떨기
黃紫相爭小院中(황자상쟁소원중)-노란꽃 자주 꽃이 비좁은
뜰에 가득하네.
蜂蝶一時輕自附(봉접일시경자부)-일시에 가벼이 붙은 저 벌 나비
不知榮落兩成空(부지영락양성공)-둘 다 떨어질 꽃임을 알지 못하네.
조선시대 박장원(朴長遠)
들장미(野薔薇)
每年塍塹雪紛紛(매년승참설분분)-해마다 들판과 구덩이에
흰 눈을 흩날리며
馥郁淸香遠近聞(향욱청향원근문)-먼 곳 가까운 곳에 짙고
맑은 향기를 퍼뜨리면서
自落自開誰復賞(자락자개유복상)-홀로 피고 지는 꽃을 누가
감상 하리오
田家只用候耕耘(전가지용후경운)-농가에서 다만 밭갈고 김맬
때를 알아낼 뿐이로다
조선시대 김창업(金昌業)
장미(薔薇)
紅房深淺翠條低(홍방심천취조저)-짙고 옅은 붉은 망울
푸른 가지 드리워져
滿架淸香敵麝臍(만가청향적사제)-주위에 가득한 향기 사향과 맞먹겠네
擧折若無花底刺(거절약무화저자)-꺽을 때 꽃 밑에 가시만 없었다면
豈敎桃李獨成蹊(개교도이독성혜)-복숭아 도화 밑에만 길이 났을까
중국 송(宋) 하송(夏竦)
장미(薔薇)
濃似猩猩初染素(농사성성초염소)-빛 짙기는 성성전에 처음 물들인 듯
輕於燕燕欲凌空(경어연연욕능공)-가볍기는 제비가 하늘을 치솟을 듯
可憐細麗難勝日(가린세려난승일)-가늘고 부드러운 것이 햇빛을
이기지 못하여
照得深紅作淺紅(조득심홍작천홍)-진분홍 꽃이 연분홍 꽃을
비춰주고 있구나.
중국 당(唐) 피일휴(皮日休)
장미(薔薇)
繡難相似畵難眞(수난상사화난진)-수를 놓아도 비슷하게 못하고
그려도 닮게 그리기 어려워
明媚鮮姸絶比倫(명미선연절비륜)-아름답고 선명함이 다른 꽃들과
견줄 수 없네.
露壓盤條方倒地(로압반조방도지)-이슬이 내리면 꽃무더기는
땅으로 엎드려지고
風吹艶色欲燒春(풍취염색욕소춘)-바람이 불면 요염한 자태는 봄을
불태우는 듯하다
斷霞轉影侵西壁(단하전영침서벽)-노을이 지고 서쪽 벽에 그림자가
옮겨 갈 땐
濃麝分香入四鄰(농사분향입사린)-사향같이 짙은 향은 이웃으로
번져간다
看取後時歸故里(간취후시귀고리)-고향집으로 돌아갈 때 이 꽃을
옮겨다 심는다면
庭花應讓錦衣新(정화응양금의신)-정원 안의 모든 화초 응당 머리를
숙이겠지
중국 당(唐) 방간(方干)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