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절물 휴양림 하늘 높이 길쭉 솟은 나무들. 숨을 한 번 들이쉴 때마다 머릿속・마음속・몸속에 쌓인 때가 모두 정화되는 기분. 하루에 3만원이면 묵을 수 있는 집들이 있다. 책을 바리바리 싸서 들어와 한가롭게 읽어도 좋겠다.
3. 비자림 비자나무는 제주도에서도 희귀 수종이며, 큰 비자나무가 분포하는 지역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성목(聖木)이라 해도 될 만큼 귀한 나무. 땅콩과 피스타너츠의 중간처럼 생긴 5천원에 한 봉지를 사 그냥 까먹기도 했는데, 속열매에 얇게 붙은 껍질을 미처 까지 못하고 입에 넣어서인지 씁쓸하고 텁텁했다.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는 물감으로 칠한 듯 푸르디푸르렀다.
4. 성산일출봉 어릴 때 성산일출봉을 기어올라 일출을 본 적이 있다. 일출봉 꼭대기가 굉장히 높고 멀어 해 뜨기 전에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고, 해가 뜨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아 지구가 속도감 있게 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꼭대기까지 가기는 일정과 체력이 모두 빠듯하여 갈대밭에서 멈추었다.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서 배가 돌돌돌 오더니, 해녀들이 무리를 지어 내린다. 망태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소라를 골라낸다. 얼굴에는 주름이 굵게 파여 있었지만, 건강하고 유쾌한 오라가 감돈다.
5. 표선해수욕장 숙소 1 > LUXURY & MODERN 해비치 호텔 ‘해비치’의 이름으로 태어난 까닭에 햇빛을 푸짐하게 받는다. 각 룸의 유리도 큼직하고 호텔 전체의 천장까지 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이 숨을 곳이 없다. 또 다른 매력은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ㅁ’형 구조와 하늘을 온전히 받아주는 유리 천장. 해변 쪽 룸에서는 표선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1층 공간에는 레스토랑과 바를 비롯해 살아 있는 식물로 꾸며진 미니 산책로가 있어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넓은 리조트를 빙 두르는 산책 코스는 그대로 지나치기 아깝다. 밝은 날에는 자전거를 5천원에 빌려 한 바퀴 돌아도 좋고, 이른 아침 조깅 삼아 휙 둘러도 좋다.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햇빛을 만끽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도 해비치의 백미. 서해안이나 동해안이 아닌 제주도를 휴양지로 택한 건 이국적이고 화려한 곳에서 휴양하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게다. 해비치에서라면 그 욕구에 부응하는 데는 문제없다. 문의 064-780-8000
6. 표선해수욕장 숙소 2 > COZY & LIBERAL 와하하 게스트하우스 너른 마당과 밧줄로 엮어 만든 글씨가 쓰여 있는 간판이 이방인을 유쾌하게 맞이한다. ‘1박2일’에서 은지원이 ‘살 빠진 상근이’라며 얼굴에 부비부비하던 강아지와 그의 형뻘 되는 강아지가 입구에 앉아 있다. ‘꺅꺅’소리지르고 싶을 만큼 귀엽고 앙증맞다. 의자며, 탁자며, 나무 컴퓨터까지 모두 주인아저씨의 솜씨. 부창부수라고, 각 침대의 이불과 베개보는 안주인이 직접 만들었다. 사실 원래 파란 담요만 있었는데, ‘1박2일’팀이 오기 전 새로 꾸민 거라는 아저씨의 ‘솔직한’ 설명. 덕분에 훨씬 아기자기하고 아늑해졌다. 도미토리 룸은 1박에 1만5천원.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2층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이다. 혼자 여행을 가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하다못해 유쾌한 주인아저씨와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있으니 심심할 리 없다. 고기와 일회용 석쇠, 번개탄이나 숯을 사가면 마당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마당에는 해먹도 있고 그네도 있으니 그저 빈둥빈둥하다 해안도로 건너편 바닷가에 놀러 가도 그만. 민박도 가능. 문의 064-787-4948
7. 게코스 가든 제주 GECHO’S JEJU 표선 해안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저녁 때 중문에 나가 논다는 건, 1박2일 여행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효율’을 무시한 것. 하지만 30분을 달려 기어코 가고야 말았다. 영국식 펍과 미국식 레스토랑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에 당구대, 다트판 등이 있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끈적이거나 적막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쉬운 관광지의 밤이 싫을 때 게코스는 그저 가벼운 농담 같은 저녁을 선사한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건물 밖 테라스에서는 바비큐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들릴 듯. 문의 064-739-0845
이스타 항공
김포 → 제주 편도 요금
(공항 이용료와 유류 할증료 포함) 5만3천3백원
저가 항공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뭐니뭐니해도 가격. 몇날 며칠 사이트를 드나들며 분석해 보았더니, 이스타 항공이 가장 저렴했다. 주말 요금을 피하고 이른 시각이나 늦은 시각을 피하면 더 저렴하고. 그래서 택한 것이 일요일 오전 7시 40분 첫 비행기였다. 새벽에 내린 서리, 비행기 날개에 낀 얼음 제거 작업 탓에 이륙이 지체된다는 안내 방송이 점점 귀에서 아득해졌다. 곯아떨어졌다. 깨어보니 제주공항. 이렇게 푸욱 잔 걸 보니, 꽤 무난한 게 틀림없다. 예상 시각인 8시 45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것은 불가항력이었으니 어쩔 수 없고, 시간과 거리, 가격을 모두 종합해볼 때 이만하면 합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