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의 한자 용법으로 祝[축]의 뜻은 '빌다'이다. 祝願[축원]은 '축하하고 바람'이 아니라 '빌고 바람'이며,
제사 때에 읽는 祝文[축문]은 '조상님께서 돌아가셨음을 축하하는 글'이 아니라 '돌아가신 조상님께 아뢰고 비는 글'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축(祝)을 축하(祝賀)와 뜻이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사용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다.
예컨대 '결혼을 축하한다'는 뜻을 흔히 "축 결혼"이라 하는데, 원래의 한자 용법에 따르면 그것은 '결혼하기를 빈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보면 "축 결혼"은 혼례식에 보내는 축하금의 봉투에다 적는 문구로는 부적당한 것이 된다.
흔히 하는 말로 "결혼 축하"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 "축 합격, 축 졸업"도 똑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축복(祝福)이다.
원래 축복(祝福)의 의미는 '복을 빎', 곧 '복을 내려 달라고 비는 것', 또는 '앞날의 행복을 비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진희는 영호를 위해 축복하였다."라는 표현의 뜻은 '진희가 영호에게 복이 있기를 빌었다'이다.
진희는 하느님이든 여호와든 부처님이든, 어느 절대자를 향해 빌었을 것이다. 이처럼 "축복"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이며,
사실 사람들은 늘 축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저희들을 늘 축복해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기에 사용된 "축복"은 참으로 엉뚱하고 무엄하다.
표현대로 해석하면 하나님이 "축복하는" 주체가 된다. '이 인간들에게 복이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서 더 높은 절대자를
향하여 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물론 표현 의도는 그렇지 않겠지만, 표현 결과만 놓고 보면 이는 하나님에 대한 엄청난 모독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축복"은 인간의 행위이지 하나님의 몫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축복하는 것을 보고 들으실 뿐이다.
"하나님, 불쌍한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 주옵소서."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2006/04/06 포스코신문 리의도의 우리 말글 바로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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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관련 말들은 오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보면 맞을 듯 하네요.
어의전성이라고 반박하신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
참고로 축결혼 대신 축화혼(華:빛날 화, 婚:혼인할 혼)이라고 쓰는 것은 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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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국어 이야기
올바른 '축(祝)'의 표현법
띠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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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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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중한 내용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