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와 북한 인권유엔의 북한 사형 폐지 권고를 보며[자유학습지도안 작성]

[류수]

사형제 폐지와 북한 인권유엔의 북한 사형 폐지 권고를 보며

유인태 법안을 다시 생각하는 이유

중앙일보 | 강민석 | 입력 2014.11.25 00:09 | 수정 2014.11.25 09:14

세계 범죄사에 남을 '지존파'라고 있었다. 사설감옥을 만들어 놓고 납치살인을 한 뒤 인육에 입을 댔다. 세상은 '악마'라고 불렀다. 흉측한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풋내기 사건기자 시절이던 1994년. 그들을 검거한 고병천 서초경찰서 강력1반장을 만났더니 지존파가 천주교 영세를 받는다고 했다. 영세식 '대부'가 자신이란다. "나도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 신분을 '가톨릭 대학원생'으로 위장해 고 반장을 따라 서울구치소에 '잠입'할 수 있었다.

↑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1. 지존파를 만나서
구치소 성당에서 지존파 일당을 봤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머릿속에 '지존파 구치소 단독 인터뷰'란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두목 김기환에게 다가가 신분도 밝히지 않고 냅다 물었다.

"세상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습니까?"

김기환이 '잰 뭐야' 하는 표정으로 힐끗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완전히 가시기야 했겠습니까. 그러나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곤 십자가를 응시했다. 그 순간만큼은 악마일 수 없었다.

영세식이 시작됐다. '또 틈이 있겠지' 하는데 '어, 어' 하는 사이 식이 끝났다. 난생 처음 구치소까지 들어갔는데 옆모습·뒷모습만 봐야 했다. 붙들려 나오더라도 옆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지 못한 새가슴을 원망했다.

소득이라면 야수(野獸)의 심장에도 잠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순간이 있었음을 목격한 것이랄까. 하지만 따뜻한 피는 그리 오래 흐르지 못했다. 1995년 11월 2일. 지존파 사형이 집행됐다. 이제 인터뷰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2. 어느 살인범(?)의 몸부림
1993년의 어느 날. 법정을 돌아다니다 살인사건 1심 선고공판을 목격했다. 20대 젊은이가 애인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신문엔 '뉴스성' 부족으로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판사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순간 피고인이 난동에 가깝게 몸부림쳤다.

'정말 억울한 거 아냐?' 하는 생각에 넋이 나가 있는 가족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이틀 뒤 무죄를 입증할 자료를 가득 들고 가족들이 찾아왔다. 선배 기자에게 기사로 써보자고 했지만 가볍게 묵살당했다. "그걸 어떻게 쓸래? 1심 판결이 틀렸다고 쓸래?"

몇 달 뒤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진범이 잡힌 게 아니라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별건으로 검거된 범인이 "내가 그 사건의 범인이오"라고 불어버렸다. 법원의 오판 역사에 기록될 '김기웅 순경 누명사건'이었다. 당시엔 솔직히 '아, 그때 조금만 매달렸더라면 큰 특종을 할 수 있었는데…'라고 후회했다. 언론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찾아왔을 가족들이 얼마나 좌절했을진 둘째 문제였다. 이제 조금은 천지분간을 할 나이가 되고 보니 엉터리 판결을 만들어낸 판사, 검사, 경찰만큼이나 부끄럽다. 멀쩡한 사람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두 다리 쭉 뻗고 지냈을 그들이나 나나.

#3. 사형제 폐지 법안의 운명은
흔히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을 쉽게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이 여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형제 폐지 법안을 냈다. 기자로서 두 번의 후회스러운 체험을 한 입장에서 법안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끼겠다. 야수의 심장에도 인간의 피가 흐를 수 있다면 인간으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사회적으로도 실익이 아닐지, 과연 사형수 가운덴 '김기웅 순경'이 없을지. 얼마 전 법원은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병사에게 징역 45년을,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에게는 징역 36년형을 선고했다. 죗값을 치르는 데 그리 부족한 세월일까.

마침 국회엔 또 한 종류의 인권법안이 올라와 있다. 북한 인권법안이다. 모처럼 여야가 논의를 시작했다. 국회를 움직인 게 북한 인권 개선을 권고한 유엔인권이사회 보고서다. 총 268개의 권고사항 중 한 항목이 유달리 시선을 붙든다. 사형제 폐지 항목이다. 북한엔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면서 우리는 강건히 고수해야 하는 건가.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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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웅 순경 살인누명 사건

1992년 11월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파출소 김기웅순경(당시 26살)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모 술집 여종업원인 이모양(18살)과 함게 청수장 여관에 투숙했는데 이모양이 피살된 채로 발견되자 함께 투숙한 김순경은 살인혐의로 제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12년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상고심중 진범이 잡혀 1994년 4월 8일 무죄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어난 사건이다.  

1992년 11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청수장 여관 이모양(당시 18세. 술집여종업원)피살 사건의 진범 서모군(19세 재수생)이 붙잡혔다. 이에 따라 김기웅 순경(27세, 관악경찰서. )은 풀려났다.

 진범 서군은 고교졸업 후 가출하여 사건 당일 92년 11월 29일 오전 7시 30분쯤 잠자기 위해 여관에 들어가 우연히 이양의 방에 들어갔으나 핸드백을 훔치려는 순간 이양이 소리를 질러 살해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당시 김순경은 오전 3시 30분쯤 이양과 함께 투숙했다가 오전 7시쯤 여관을 나가 근무하고 10시쯤 돌아와 이양이 숨진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었다.

 김기웅 순경은 수사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하였다. 이 사건은 판·검사, 경찰 모두가 정황증거만을 과신했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당시 동료 경찰관들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혐의를 벗기 어렵다. 자백을 하면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하자 이에 못 이겨 시인하고 말았다고 했다.

※ 미국의 경우 1800년에서 1989년 사이에 사형 집행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무고한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실제로 23명은 죄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복직하는 김기웅순경 《↔》

연합뉴스 | 입력 1994.05.13 14:01

살인혐의로 13개월간 옥살이를 치른 김기웅순경(29.우)이 복직판결을 받고 13일 오전 근무지인 수원남부경찰서에 신고를 마친 후 발령장을 보이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994.5.13 (수원(水原)=연합(聯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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