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미국 시민권 시험을 신규포맷으로 잘 마쳐서 곧 Oath Ceremony 스케쥴이 결정되면
미국에 충성을 고하는 선서와 함께 우리 세식구 중 1번으로 미국시민권자가 될 예정이랍니다.
재밌죠? 워낙 여기서 산지 5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대한민국 시민자격을
포기해야한다는 게 잘 안 받아들여져서 차일 피일 미루었는데 이번에 레이오프를 당한 후 인터넷
job search 하다보니 연방정부 일자리는 왼통 미국 시민권자여야 하대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래, 가는거야... 하는 마음으로 거금 675 불의 서류 전형료를 지불하고 (눈물 머금는단 뜻이 이해가
가시죠) 5월 말일날 우편으로 신청서 보낸지 만 3개월 9일만에 프로세스를 마쳤답니다.
이민관이 제3국 사람이다보니 내 영어도 그렇지만 이민관 영어 잘 알아듣는게 관건이지뭐유.
예전엔 100% 객관식 문제였는데 이젠 100% 주관식으로 바뀌어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지옥 같은 미국 시민권 인터뷰라네요. 미국 역사와 정부 제도에 관한 문제집을 열나게 공부해
갔더니 10문제 출제에서 스트레이트로 6개맞추니 테스트 1은 그냥 통과되었고 개인적으로 제출한
시민권신청서 내용 하나 하나를 인터뷰로 끝까지 확인한다음 다른 어떤 나라에 충성을 고하기 보다
미국에만 충성할 것을 다짐받은 후 Congratulations! 하며 악수를 하고 끝났는데 약 30분이 걸리대요.
대기실에 서류 접수하고 예정시간보다 20분 이상 기다리면 순번에 따라 이민과님께서들 문을 열고
호명을 하대요. 그럼 그 사람 쭐래 쭐래 한참 따라 들어가면 일대일로 그 이민관 책상 앞에 앉아
시험을 치는데 인터뷰 테스트 끝나면 양식 한 장 건네주며 자기가 말하는 문장을 써내라네요.
(발음이 그지같으신 분의 말 알아듣고 쓰는게 좀 그랬지만도...ㅎㅎ) 아무튼 질의 응답 인터뷰때
내가 대답한 내용을 고스란히 양식위에다 써넣더라구요. 근거없이 봐주는 일 생길까봐 왼통
근거를 남기는가봅니다.
재밌었던건 그 발음 이상한 인도네시아나 태국사람 같으신 이민관께서 예전에 동두천에서 미군으로
복무를 했다며 인터뷰 마치고 나니 예전에 카츄사에게 배웠다는 한국말 몇 단어를 쓰면서 농담을
하는데 그래도 우리 나라 말 좀 안다고 마음이 열립디다. 다마치고 일어나는데 웃으면서 '이뻐..'
하는데 기암을 했지만도... 자기가 나보다 세살 밖에 안많다면서 내가 이민관 되는데 나이 제한이
있냐고 물으니 37세 이상이면 오케이라네요. ㅎㅎㅎ
내 이름은 미국 직장에서 불리우던 이름 Gloria 만 내 본명에 추가하는 걸로 미국 시민권자 이름을
붙였지요. 그래서 앞으로 제 이름은 Gloria Y. Lee 로 표기가 될꺼야요. 그러니 왜 또 이영화가
글로리아 리야... 하지마시구 아 그만저만한 이유가 있다하고 이해해 주시라요.
냘마다 새로운 거 배우면서 늙어도 늙는지 모르고 알맞은 긴장감 속에 사는 재미 쏠쏠하네요.
스타벅스는 인터넷 사용료를 이젠 받지만 코너베이커리나 파네라 같은 산빡한 까페들도 이젠
무료 와이어레스 인터넷 다 되고 전기까지 연결해서 랩텁 사용을 허락하니 요즘 새일 못 만난
덕분에 인근의 분위기 있는 까페 골라가며 8:30-5:00 pm 신경 끄고 편한 복장입고 랩텁에
이것 저것 할 일 좀 싸가지고 (늘 많으니까) 집 나와서 에어콘 시원한데서 일하는척 하고 댕기는
맛 쏠쏠하네요. 내 생애에 이렇듯 널럴하게 놀아도 되는것이 신기하기만... ㅎㅎㅎ
이민 막오면 모든게 낯설어서 마구 거슬려했던 '거스림의 시기'와 조금 지나서는 '거추장 스런
시기'... 그리고 이젠 조금 '널럴해진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괜히 미리 쫄았다 싶을만큼
한번만 맞는 버전 찾아서 후크를 잘 연결해 놓으면 사실 하나도 어려울게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들어요. 하지만 모든 일에 왕도는 없는 법... 적당한 긴장감과 거룩한 부담감...
그 과정을 통과는 해야 마음 편한 시기가 오는거 같아요. 아무튼 지난번 일하기로 했던 곳은
이런 저런 이유로 안가게 되어 한국가서 잘 놀고 온 이후 약간 장기화 된다 싶지만 주님 주신
평안속에 널럴한 시간을 아주 근사하게 잘 지내구 있지요. 오늘 오후는 선배언니가 꽁짜표로
데려가준대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싸우나 가기루 했으니 이제 빨랑 컴 접어서 집으로 가야겠네요.
벌써 보구싶네요 그대들 얼골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골..'
김주일씨의 문학성에 자극받아 나두 약간 시적으루다가 마감을 좀 해보구 있는거라오...ㅎㅎㅎ
첫댓글 50년을 한국인으로 살다가 미국인이 되어야 하는 심정이 공감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하늘나라 시민권자인데 이 땅에서 국적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마는 그래도 속사람은 버릴래도 버릴수 없는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겠지요... 암튼 모처럼 찾아 온 여유 맘껏 즐기고, 좋은 쉼도 마니 마니 갖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함이 있을테니까... 아 참! 이때 빡세게 운동해서 다이어트도 좀 하시고 체력도 비축해야 되지 않나요(울 도로시만큼은 안 되도 그 절반정도는...ㅎㅎㅎㅎ)
정말 상세한 소식 고맙네요... 딱 한번 유럽 갔다오곤 비행기 타는것도 무서워하는 서울 촌놈은 미국에서 시민권따는 얘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보는건 딱 질색이고.. 공부하는것도 게으른지라...ㅎㅎ 울 언니가 자랑스러워요*^^*... 글구 제가 다 아는건 아니지만, 평생에 첨으로 한가한 시간 보내시는거 아닌가 싶네요... 여유를 갖고 즐기세요... 저희 카페 회원들이 생각날때마다 한번씩만 기도해도, 가장 적합한 일거리가 생기리라 믿어요... 중보기도라는게 섬뜩함을 느낄정도로 놀랍게 응답되더라고요.... 저도 지금 생각난김에 잠깐...
이 까페 만들지 않았다면 몇 년에 한번씩 만나 그저 의례적인 소식 겨우 주고 받을텐데 이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매일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왕왕히 교류하니 정말 천국이 따루 없지뭐유. 주일씨, 선영씨 정말 고마와. 뭔가 멈춘듯 하지만 사실은 멈춘것 같은 뒤에서 쉬지 않고 일하시는 우리 좋으신 하나님의 은덕을 내 어찌 감사치 않으리. 꼭 생각날때마다 내 새로운 일, 아니 새로운 사역지를 위해 기도해 주심 넘 넘 감사하겠슴다. 오늘도 함박미소로 하루를 열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