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귀가길에 세명의 망나니들의 위협으로 인해 겁에 질려 죽는다
나이가 들면 인간은 겁에 질려 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허약하고 힘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내가 죽고 나자 남아도는 시간을 죽일 궁리를 하는 나의 이름은 여든 한살의 '발레타인'이다
아내를 죽인 자들을 찾아내 진지하게 복수를 하는 것이 최선 일 것같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계획을 도와주고 실행할 친구가 필요하다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해야하는 시간
집을 치우는 시간에서 벗어나 내 아내를 죽인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짐을 정리하고 내 몸을 수도원에 의탁하기로 한다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 그것도 한참 지난 듯해 보인다고 걱정하지마라
정작 이 친구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죽을 것처럼 무료한 인생을 살아보기나 했는가
언제갈지 모르니 두려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누가 사형 따위를 두려워하랴...
'수도원'이라는 이름의 양로원에 사는 노인들이 펼치는
'사회 정화 자경단'의 활동은 이렇게 막이 오르며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던 노인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
.
이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
머지 않은 미래의 고요하고 적막하고 쓸쓸한 나
살아있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된,
죽지 않았는데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여겨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속에서
존 딜린저가 수도원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여자들은 수도원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남자들은 바르르 떨었다. 그들은 그만 좀 괴롭히고 꺼지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다른 여자들이 얼씨구나 좋다 할 리 없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는 헛소리고, 누가 새로 오기만 하면 남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들은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그윽해졌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상황이 제자리를 찾는 법이었다.
신참 뒤에서 킁킁거리던 남자들은 곧 새로온 여자에게서 나쁜 냄새를 맡았다.
일광욕실에서 기분좋은 몽상을 찾던 남자들은 여자가 '두유 다이어트'의 신봉자임을 알게 됐고 그것에 대해 계속 입을 놀렸다.
수십 년전에 만져봤던 것으로 기억되는 엉덩이를 찾던 남자들은 여자가 삼십 년 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고 다시 하는 것에도 영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브릿지 파트너를 찾던 남자들은 여자가 트럼프 치는 법조차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던 남자들은 자기들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도 여자가 완벽하게 바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 자기에게 감사해하는 것을 느끼고 싶었던 남자들은 여자가 그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스스로가 더 이상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간 몰랐던 것은 아니었으니 굳이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줄 필요는 없는 내용이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원칙은 입증에 입증을 거듭해나갔다.
존 딜린저가 나타날 때까지는 그랬다.
.
.
.
.
은퇴한 삶이 어둡고 침침할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